[권상집 칼럼] 2024년 올해의 인물: 한강 작가

끊임없이 성찰하며 집필의 과정에 매진하는 현자(賢者)

2024-12-14     권상집 칼럼니스트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 / 사진=창비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칼럼니스트] 2024년 대중문화 더 폭넓게 문화계에서 올해의 인물로 사람들은 누구를 떠올릴까? 하이브와 갈등을 벌인 민희진, APT 열풍을 불러 일으킨 로제, 비혼 출산의 화두를 제시한 배우 정우성 등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 문학 및 문화계의 지평을 전 세계로 넓히며 국격까지 끌어올린 한강 작가를 빼놓고 올해의 인물을 논하긴 어렵다.

당초 문학계 전문가 및 AI조차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한강 작가가 차지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그래서 누군가는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을 이변이라고 일컫기도 했지만 그녀는 묵묵히 지난 시기 문학계에서 조용한 성취를 계속 쌓아 올렸다. 언론과 방송사에서 관심을 갖지 않았을 뿐, 한강 작가의 수상은 문학계에서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 / 사진=문학동네

참고로, 출판업계는 올해 불황을 거듭했다. 과거 10만부를 기준으로 베스트셀러를 논하던 출판업계에서 이제 2만부만 돌파해도 기적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가 퍼진 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사람들의 문해력이 날로 떨어져서 중식 제공이 무슨 말인지 몰라 반문하는 이가 생긴다며 도서를 읽지 않는 세태를 한탄하는 전문가들 역시 많았다.

이런 기류를 한강 작가는 단숨에 바꿨다. 한강 작가는 전 국민에게 독서 열풍을 다시 점화시켰다. 교보문고가 발표한 2024년 연간 도서 판매 순위에 따르면 올해 판매량 1위는 한강 작가가 집필한 ‘소년이 온다’ 서적이었다. 그 뒤를 이어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까지 올해의 도서 판매 순위 1위~3위를 모두 한강 작가의 도서가 차지했다.

어떤 이들은 평소에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노벨문학상 신드롬으로 인해 깊이 고민하지 않고 한강 작가의 서적을 구매한다고 비판하지만 이를 굳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일은 아니다. 한강 작가의 파급력으로 국내 문학(시, 소설) 서적까지 판매가 급등하고 있다. 서점에서는 이를 한강 효과라고 말한다.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창출한 셈이다.

도서 대출도 확실하게 급증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후 국립중앙도서관의 분석 자료에 의하면 선정 소식이 알려진 이후 5일 동안 한강 작가의 도서는 1분당 평균 3권이 대출되는 기현상을 보였다.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이 알려진 후 정부 역시 번역 및 해외출판 지원 예산을 30% 늘렸다. 한강 작가의 나비효과는 끝이 없다.

한강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차분하고 진중하다. 수많은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고 다수의 방송사에서 교양, 예능 프로그램 섭외와 광고 제의까지 들어왔음에도 작가로서의 진정성과 자세를 잃지 않기 위해 이 모든 요청을 거절했다. 그녀의 모교인 연세대에서는 교수 제의를 정중히 타진했음에도 한강 작가는 흔들리지 않았다.

방송계에선 광고와 방송 출연, 강연만으로 단번에 수십억 이상을 벌 수 있음에도 이를 고사하는 한강 작가의 올곧은 자세에 더욱 놀라는 모습이다. TV에 얼굴을 알린 후 스포트라이트를 받자마자 대중강연에서 높은 몸값을 부르는 사이비 전문가, 학교 강의보다 광고 출연과 예능, 교양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수많은 텔레페서와 비교되는 모습이다.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도 끊임없이 고민을 거듭,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등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수상기념 강연에서도 ‘귀로 듣는 문학’이라는 또 한번의 호평을 받았다. 그녀는 광고, 방송 출연, 강연이 아닌 자신의 자전적 소설인 <흰> 집필에 계속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한강 작가는 “나의 모든 질문의 근원은 언제나 사랑을 향해 있었다.”라고 언급하며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그 실에 연결돼줬고 연결돼줄 모든 분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전문가를 자처하며 깊이가 없는 강연을 쏟아내는 이들이 횡행하는 요즘, 한강 작가의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오랜만에 모든 국민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그녀의 글과 메시지에서 느끼고 있다. 2024년 올해의 인물로 한강 작가를 선정한 이유다.

- 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