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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5.27 07:40

[김윤석의 예능톡] 썰전, 사치스런 대중요리 '유시민과 전원책의 특별함'

고급정보에서 가벼운 웃음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다

▲ JTBC 썰전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썰전. 사실 유시민이라 하면 방송에도 얼굴을 자주 비추기에 자칫 착각하기 쉽지만 예능프로그램의 고정출연자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사치스런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전장관에, 전국회의원에, 전대통령측근에, 거대여당에도 몸담아봤고, 소수진보정당을 직접 창당해서 이끌기도 해봤었다. 어지간한 비평가들조차 대개는 미디어를 통해 보았거나, 혹은 개인적인 인맥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이야기인 경우가 거의 상당하다. 그에 비해 내부에서, 그것도 핵심에서 직접 보고 듣고 몸으로 겪으며 알게 된 이야기들은 황홀할 정도로 상세하고 깊이가 있다.

정부는 과연 어떻게 기능하는가. 국회는 또한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가. 권력과 정치는 어떤 동기와 구조에 의해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가. 밖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문외한의 눈으로 보기에 이상한 것들이 너무 많다. 전혀 상관없는 대중의 입장에서 자칫 보편적인 상식과 어긋난 것처럼 여겨지는 부분들도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차라리 유시민의 카운터파트로써 보수를 대표하여 맞은편에 앉아 있는 변호사 전원책이 대중의 눈높이에 가까이 있다. 이유야 어쨌든 대중의 상식과 어긋나는 정부와 정치권의 행태에 대해 분노하고 비판하며 책임을 묻는다. 그러면 그에 대해 유시민은 조금조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혹은 그래야만 하는 이유들에 대해 설명해준다. 외부에서는 쉽게 알 수 없는 내부의 합리와 논리를 이해시켜준다. 당신이 지금 살고 있는 이 나라는 이런 원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전원책 변호사가 유시민 작가에 비해 격이 떨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변호사로서 역시 법과 판례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고, 지식인으로서 인문학적 소양 역시 매우 뛰어나다. 그래서 유시민처럼 권력의 내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대중이 아는 상식선에서 사안들에 구체적으로 날카롭게 비판할 수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대립구도가 만들어진다. 기존의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대결구도 위에, 직접 권력의 내부를 경험한 입장과 그렇지 못한 철저히 타자로서 권력을 지켜봐야 하는 대중의 입장이 대칭되어 보여진다. 상대적으로 사안에 대해 현실의 논리로써 상세히 풀어 설명해주는 역할을 맡는 유시민에 비해 보다 친근하게 예능프로그램다운 웃음을 주는 역할까지 도맡는다. 

자신의 한계를 안다. 자신의 장점을 안다.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목적과 이유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시청자가 과연 시사예능프로그램의 출연자로서 자신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영리하게 이해하며 맞춰가고 있었다. 평소 꼬장꼬장한 보수의 모습 그대로 완고하기만 하던 모습과 달리 귀여울 정도로 자신을 내던져 망가지기를 서슴지 않는다. 프로그램의 성격을 이해하고 반대편에 있는 유시민과 논쟁하여 이기려 하기보다 시청자들에게 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만 주력한다. 때로 논쟁이 격화되기는 하지만 재미를 해치는 선까지 넘어서지는 않는다. 마지막은 언제나 그렇듯 자신은 내던진 유머로써 끝내고 만다. 자신이 사는 대한민국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교양과 정보, 그리고 예능프로그램다운 웃음이 '썰전'이 추구하는 것이다.

어쩌면 대중적으로 그다지 호감가는 소재가 아닌 정치와 시사를 앞세운 시사예능프로그램 '썰전'이 모든 비공중파 프로그램 가운데 상당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고급스런 정보가 있다. 평소 쉽게 알 수 없었던 제대로 된 깊이있는 지식이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현실의 문제들에 대한 쉬운 해설지를 얻어가기도 한다. 그러는 한 편으로 프로그램 내내 유쾌하게 웃을 수 있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하기는 이것이 전부이기도 할 것이다. 무엇보다 예능프로그램은 시청자를 웃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즐거울 수 있어야 한다.

시사와 예능이라는 서로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 케이블과 공중파를 통틀어 유일하다. 정면으로 정치와 사회문제를 다루면서도 웃음이라는 본질을 잊지 않는다. 가벼워지기를 거리껴하지 않는다. 그만큼 대중과 현실의 문제들과의 거리도 좁혀준다. 애초의 의도가 그것이었지만 유시민과 전원책의 출연으로 한결 업그레이드되었다. 유시민과 전원책이라는 거물들 사이에서도 페이스를 잃지 않는 김구라의 존재 역시 매우 특별하다. 가장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지적이면서 말초적인 유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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