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이슈뉴스
  • 입력 2016.03.27 00:00

[권상집 칼럼] 구닥다리 꼼수 최강, CGV의 좌석 가격 차등화

완전 가격차별을 통해 생산자 잉여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대기업의 노림수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영화계에서 CGV의 존재는 가히 절대적이다. 단적인 예로,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의 점유율을 모두 합쳐도 CGV의 점유율에 미치지 못한다. 어디 그뿐인가. 중국 및 동남아 시장에 가장 활발히 진출해서 국내 영화상영관의 위상을 강력히 드러내는 기업 역시 CGV이다. 중국 시장에서 꾸준한 플랫폼 확대를 통해 이제는 중국 영화상영관 업계에서 CGV는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잘 나가던 CGV가 고객서비스 및 고객만족 방안에 보다 신경을 쓰지는 못할 망정 경제학원론에나 나올만한 구닥다리 전략인 가격 차별화 전략을 갑자기 들이밀고 나왔다. 2년만에 영화 관람료를 재조정했다는 소식보다 더 웃긴 건, 어디에서도 상식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좌석 위치에 따른 가격 차등화이다. 경제학 교과서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시간대별 가격 차별화 전략을 뛰어넘어 이제는 고객이 앉는 공간까지 차등화해서 가격을 적용한다고 하니 가히 그들의 유치한 상상력에 실소를 머금지 않을 수 없다.

시간대별 변화는 기존의 주말과 주중 차등화에서 모닝, 브런치, 데이라이트, 프라임, 문라이트, 나이트 등으로 외계어 같은 이름을 임의로 붙여가며 6단계로 나누어 가격을 차등화시켰고 좌석도 스탠다드존과 이코노미존, 프라임존이라고 이름 붙여 가격을 모두 차등화시켰다. 스크린과 가까운 곳은 쉽게 말해서 보다 싸게, 스크린에서 뒤쪽인 공간은 프라임존으로 이름 붙여 20~40대 영화관객들의 지갑에서 최대한 더 많은 돈을 착취하고자 하는 대기업의 의도가 엿보인다.

▲ CGV 로고 ⓒCJ CGV

심리학이나 사회학에서 보편적인 복지나 서비스를 주장하는 건, 동일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서비스를 받는 순간부터 이미 대중은 특정 계층으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즉, 계층에 따라 차별화된 비용을 지불하고 ‘우리는 너희와 달라’라는 인식을 심어주면 사회 전반적으로 계층 구조에 따른 의식 차이는 더욱 가속화된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가 모든 걸 돈으로 환산하는 순간 사회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이유 역시 돈으로 모든 것들을 나누고 구분하면 공동체 의식 자체가 소멸된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긴, 2016년 지금 이 시점에 공동체 의식이라는 말 자체가 우스운 말처럼 되어 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CGV는 가격을 차등화하는 이유로 2년전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내놓았다. 관람객 500명을 상대로 한 설문 결과, 상영관 좌석 위치에 따른 영화 관람 요금을 차등화하는데 동의하는 응답자 비율이 65%에 도달했다는 게 그들의 논리이다. 관람객 500명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가격 차등화 논리를 합리화시킨 것도 웃기지만 설문 문항 자체가 어떻게 주어지느냐에 따라 응답자의 반응이 완전히 다를 수 있는데 이런 건 눈감고 해당 결과만을 토대로 자신들의 가격 인상을 밀어부친 건 웃기지도 않는 블랙 코미디다. 더욱이 당시 관객이 요구한 적정 가격과 전혀 다른 가격 방안을 CGV는 내밀면서 도대체 그 근거는 또 어디에서 나온 건지 그들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경제학에서 비용을 시간 및 공간별로 차등화해서 적용하는 건 소위 말하는 생산자 잉여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특히, CGV가 시간대를 6단계, 좌석 공간을 3개 영역으로 구분하여 가격을 차등화한 건, 경제학에서 의미하는 1급 가격차별이나 다름없다 (1급 가격차별: 기업이 소비자의 지불의사 수준을 완벽히 알고 있어 각 개별 소비자에게 서로 다른 가격을 부과하는 전략). 기본적으로 가격 차별은 생산자, 기업 입장에서 최대한 이익을 소비자 잉여로부터 더 많이 뽑아내기 위한 전략이다. 이런 전략을 국내 영화상영관 1등 기업이 한다니 그야말로 오마이갓이다.

영화 관람객을 최대한 많은 기준으로 나누고 구분하여 이들에게 각기 다른 가격을 적용하는 건 결코 영화 관람객에게 좋은 제도가 아니다. 1급 가격차별이 발생하는 상황 자체가 완전경쟁보다 특정 기업이 독점하는 시장에서 주로 발생하며 1급 가격차별이 현실화되어 작동되면 모든 소비자 잉여가 결국 기업의 논리인 생산자 잉여로 완전히 이전되는 가치의 비정상적인 재분배가 발생한다. 기업의 이익을 통해 사회 전체의 잉여는 증가되지만 소비자들이 가져가는 잉여는 0에 가까운 이번 상황이 마치 한국경제 상황을 간접적으로 비추는 사례인 것 같아 필자는 마음이 불편하다. 이번 가격 차등화가 성공하면 앞으로 CGV는 영화관 좌석 역시 더욱 세분화시켜 가격 차등화를 적용시킬 것이다.

2015년 말, CGV의 시장 점유율은 48.8%에 해당된다. 국내 영화관객 2억명 중 사실상 1억명이 CGV를 애용하고 있다. 메가박스 및 일부 영세한 상영관들은 오히려 영화관람료를 시간대별로 대폭 인하하는 전략을 취하며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지금 CGV가 가고 있는 방향은 정반대다. 1등 기업이 업계 표준을 설정하고 산업의 주도권을 쥐는 게 보편화되고 있지만 결국 소비자를 외면하는 정책을 밀어 부치는 순간, 소비자의 1등 기업 외면도 한 순간이라는 점을 CGV는 잊지 말아야 한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