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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3.10 07:37

[김윤석의 드라마톡] 태양의 후예 5회 "설레는 긴장감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스타와 드라마, 스타를 살리는 드라마가 좋은 드라마다

▲ 태양의 후예 ⓒ문화산업전문회사, NEW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태양의 후예. 요리사들은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좋은 재료를 찾지만, 한 편으로 너무 좋은 재료가 있으면 오히려 그를 위한 요리법을 일부러 찾기도 한다. 당장 손에 익지 않아 볼품없고 어색해도 그것이 재료의 가치를 살리는 최선의 방법이라면 그렇게 해야만 한다. 최고의 맛을 손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프로로서의 자존심이다.

기왕에 송중기(유시진 역)와 송혜교(강모연 역)라는 최고의 재료들이 있다. 진구(서대영 역)와 김지원(윤명주 분) 역시 남다른 매력을 지닌 좋은 배우들이다. 사실 있는 그대로도 상관없다. 그냥 서있기만 해도 그림이 된다. 어느 시청자의 평가처럼 군복을 입고 방영시간 내내 바닷가만 거닐어도 그 자체로 드라마는 완성된다. 작가 자신의 만족이 아닌 실제 드라마를 보게 될 시청자의 즐거움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일상의 비루함이나 고단함은 모두 잊고 오로지 드라마가 주는 달콤한 꿈에 젖어 잠시의 행복을 맛볼 수 있다. 특히 로맨스드라마에서 배우들은 곧 시청자 자신이며 자신의 연인이기도 하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느끼는 감정이다. 간지럽다. 아마 정확할 것이다. 예민한 어딘가를 계속 건드리는 듯 몸이 뒤틀린다. 그런데도 계속 보게 된다. 그런 낯간지러운 말들이 어쩐지 그들에게는 너무 어울린다. 아마도 송중기니까. 송혜교니까. 아니 대위 유시진이니까. 의사 강모연이니까. 유시진의 대사를 그대로 따라 말하는 자신을 떠올려 본다. 서대영처럼은 안 될 것이다. 겨우 처음 얼굴을 보인 다니엘 스펜서(조태관 분)와 고려인 리예화(전수진 분) 역시 자신들만의 매력과 개성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사람은 이렇게도 서로 사랑을 하는구나. 자기도 사랑을 하고 싶다기보다 그런 사랑을 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그저 즐겁고 기쁘기만 하다. 남의 전화기 너머로 상관없이 티격태격해도 서대영이고 윤명주니까 그저 보기에 예쁘다.

그냥 소리를 끄고 화면만 보아도 눈이 즐거운 드라마다. 과연 가능할까 싶은 낯뜨거운 대사들이 어느새 현실을 벗어난 판타지를 만든다. 그리고 판타지가 맞다. 아름다운 이국의 풍경과 아름다운 사람들과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랑. 물론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기에 균형을 맞추듯 추악하고 불결한 욕망의 세계를 함께 병행하여 보여준다. 유시진이 범죄조직의 보스 아구스(데이비드 맥기니스 분)와 만나고, 강모연과 관계있는 해영건설의 현장관리자가 그와 손잡고 보석밀매를 하려 하고 있었다. 지루한 삼각관계 대신 현실의 불길한 그늘을 통해 그들 사이에 긴장감을 높인다. 아름다운 꿈은 위기를 통해 완성된다. 진짜 이야기는 어쩌면 그때부터 시작될 것이다.

불특정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상업드라마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새삼 깨닫게 만드는 드라마다. 어째서 대중문화에는 스타가 필요한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에게 이끌리고 마는 것이 인간이 가진 또하나 강한 본능인 것이다. 스타를 살리고, 스타를 만들고, 그 스타를 통해 시청자를 드라마로 끌어들인다. 스타의 존재가 드라마의 가치까지 함께 높인다. 출연배우들이 대중들에 인정받을 때 드라마도 역시 대중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 작품이 배우들을 밀고, 배우들이 작품을 이끈다. 어쩌면 당연한 상식이다. 대중에 스타를 소개하고 키울 수 있는 드라마가 더 좋은 드라마다. 더 좋은 드라마다.

"그러니까 내게 인상적인 말, 인상적인 행동 하지 말아요!"

과연 로맨스의 정석이자 밀당의 기본이다. 솔직하지 못하고 항상 에둘러 말하는 더 솔직한 고백이다. 그러니까 그만큼 전의 말과 행동이 자신에게 인상적이었다. 다시 듣고 싶지 않을 정도로 너무 강하게 자신에게 깊이 남아 있다. 마치 모르는 것 같다. 자신이 그 말을 하면서 유시진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어떤 행동들을 하고 있는지. 연기가 뛰어나거나, 아니면 연기인지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드라마에 깊이 빠져 있었거나. 유시진이 지금 강모연이 화내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 아닌가 물을 때도 단호한 대답과는 달리 표정은 울고 있었다.

"뭘 할까요, 내가?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강모연과는 달리 유시진의 말과 표정, 행동은 항상 일관되다. 한결같이 강모연에 대한 진심을 고백하고 있다. 한 사람은 끊임없이 다가가고, 한 사람은 계속해서 물러난다. 그렇다고 한 사람이 머뭇거리면 그때는 한 사람이 먼저 다가와 보채며 재촉한다. 미묘한 긴장감이다. 마치 거미줄 위에 선 곡예사를 보는 것과 같다.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안다. 도망치지 않을 것도 안다. 하지만 언제쯤 강모연은 솔직하게 유시진의 진심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내보일 수 있을까. 엔딩은 그런 의미다. 유시진처럼 강모연의 선택에 시청자마저 감질나게 만든다. 도대체 강모연은 유시진의 물음에 무엇이라 대답할까?

의외의 디테일이 귀에 들어왔다.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냥 한국인이 말하는 영어였다. 발음따위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정확한 어휘와 문법에만 집중한 영어였다. 군인의 영어었다. 오로지 효율과 실질만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사선을 누비는 전사다. 사소한 것에서도 남자 유시진을 느낀다. 남자를 너무 좋아하는 것도 곤란하다. 마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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