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3.05 08:54

[김윤석의 드라마톡] 시그널 13회 "피해자 강혜승의 눈물과 거짓말, 어른들의 죄의 유전"

마침내 만나게 된 이재한과 박해영의 인연과 진실, 사건에 다가서다

▲ 시그널 ⓒtvN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시그널. 부모가 도둑이다. 자식에게 자기가 배우고 아는대로 바르게 가르치려 한다. 그러면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자기가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가르치려 할 것이다. 그나마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은 도둑질이 나쁘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그마저 모르고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19세기 미국의 사상가 핸리 조지는 자신의 저서에서 부패를 방관하다가 끝내는 부패를 부러워하게 되는 국민에 대해 설파하고 있었다. 누구도 부패에 대해 벌주려 하지 않는다. 부패한 인사들에 대해 책임을 물으려 하지 않는다. 부패한 결과 더 높은 곳에서 더 큰 권력과 더 많은 부를 가지고 오히려 다수의 대중 위에 군림하게 된다. 부패는 정의다. 부끄러움도 죄의식도 사라진다.

힘이 곧 정의다. 자신이 가진 권력과 부가 한 사회의 정의마저 결정한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기에 죄를 지어도 처벌받지 않는다. 권력과 부를 모두 가지고 있기에 오히려 무고한 다른 사람이 죄인이 되어 처벌받고 만다. 스스로 정의롭고자 해도 선택은 하나다. 정의로울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다. 정의를 이야기해도 좋은 위치에 이르는 것이다. 하기는 그래서 현실에서도 많은 어른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먼저 출세하라. 먼저 힘을 가지라. 그 다음에 정의를 말하라."

은인이라 할 수 있는 박해영(이제훈 분)의 친형 박선우(찬희 분)를 무고한 강혜승(신이준 분)을 마냥 비난할 수만 없는 이유다. 고작 아직 10대의 고등학생에 불과했다. 아버지는 물론 경찰까지 찾아와서 달콤한 유혹을 앞세워 그녀를 협박하고 있었다. 오로지 그녀 혼자서 그 모든 유혹과 협박을 견뎌내야 했었다. 박선우를 제외한 인주시의 어느 누구도 그녀를 위해 기꺼이 편이 되어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비난했다. 경멸하며 조롱했다. 박선우의 선의에 기대기보다 차라리 어른들의 악의에 기대어 현실을 벗어나고자 한다. 누구의 잘못인가.

그런 점에서 부모가 이혼하고 아버지마저 방치하며 외로운 처지가 된 어린 시절의 박해영의 모습이 안타깝게도 대비되고 있었다. 지켜주는 사람이 있었다. 멀찍이서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었다. 혹시라도 어린 박해영이 껍데기집을 찾아가 무작정 오므라이스를 지켰을 때 주인아주머니가 야멸차게 그를 내쫓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싸우고 나서도, 대학진학 문제로 고민하는 동안에도 박해영은 무심코 그 껍데기집을 찾아가 주인아주머니에게 기대고 있었다. 그래서 대학에 가야겠다는 박해영의 결심을 도와준 동급생 여자아이의 성의 역시 의미가 있었던 것이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진심으로 지켜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은 어떻게든 견디고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당시 강혜승이 견디기에는 박선우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너무 작았고 너무 약했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결국 어른들이 무섭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하면 칭찬받는다는 것을, 최소한 야단맞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15년 전 이재한(조진웅 분)이, 15년 뒤 박해영과 차수현(김혜수 분)이 싸워야 하는 진짜 적의 정체다. 하필 마지막 사건이 인주여고생성폭행사건인 이유였다. 피해자도 아이이고, 가해자도 아이들이다. 무고하게 누명을 쓰고 희생된 것 역시 또래의 아이였다. 어른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때 아직 어린아이이던 박해영이 어느새 어른이 되어 15년 전 자신을 지켜봐 주었던 이재한과 무전으로 통신을 한다. 어쩌면 그것은 앞으로 혼자서 세상과 부딪혀야 하는 어린 박해영에 대한 이재한의 염려가 아니었을까. 어린 박해영에 대한 진심이 15년 뒤 어른이 된 박해영에게 닿게 된 것이다. 제 발로 설 수 있고 자기 손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마침내 어른이 된 아이의 눈에 비친 어른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내내 눈에 밟혔다. 경찰로서 자신의 양심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암매장된 유골로 발견된 이재한도 아니었다. 어느새 경험과 실력을 두루 갖춘 강력반의 베테랑으로 수사팀을 지휘하는 차수현도 아니었다. 어렸을 적 아픔을 딛고 프로파일러로서 진실을 추적해가는 박해영도 아니었다. 어른들의 강압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끝끝내 진심으로 자신을 도왔던 은인을 배신해야만 했던 강혜승이었다. 그 전에 이미 다른 가해자들은 어른들의 지시로 다른 누군가에게 죄를 뒤집어쓰고 자신들은 빠져나오는 지혜를 배우고 있었다. 무엇이 세상에 죄를 만드는가. 무엇이 세상에 미제사건을 남기는가. 미제사건이야 말로 앞세대가 뒷세대에 남긴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들이다.

그다지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별반 대단한 노력도 하지 않았었다. 그냥 보이는 것만 보고 들리는 것만 들으며 알게 된 것들만 믿었다. 어째서 나태는 죄악인가. 어째서 게으름은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는다. 단 한 사람이라도, 아니 이제한이 결국 그렇게 혼자서 애쓰다가 암매장된 백골이 되어 발견되고 있었다. 다만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수고와 번거로움을 감수해가며 진실을 알아내려 노력했었더라면. 어른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자신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아닌 것이 없었다. 자신이 살아온 지난 시간의 진실마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금도 어디선가는. 이순간에도 이 사회의 어느 그늘진 구석에서는. 아니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 광장의 한가운데일수도 있다. 정작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최소한의 성의조차 없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죄인이 된다. 그것이 진실인지 진짜인지 전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미제로 남는다. 미제인지조차 모르게 미제로 남고 만다. 

이재한의 유골과 함께 사건은 급진전을 이룬다. 서로를 향해 거슬러가던 시간이 마침내 만나게 된다. 이재한이 실종된 순간, 그리고 박해영이 처음 무전을 받게 되었을 때다. 형사 이재한과 아직 어리던 박해영이 스쳐지난다. 진실을 쫓는다. 거대한 검은 비밀이 드러난다. 시그널. 긴장감이 높아진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