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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3.04 05:31

[김윤석의 드라마톡] 태양의 후예 4회 "남자마저 반하게 만드는 남자 송중기의 매력"

디테일을 잊게 만드는 달달함, 빠르게 줄다리기가 끝나다

▲ 태양의 후예 ⓒ문화산업전문회사, NEW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태양의 후예. 남자의 프라이드라는 것이다. 까놓고 말해 폼이고 허세다. 내가 지킨다. 내가 위해준다. 남자니까. 나는 남자니까. 그를 위해 들인 시간과 비용과 수고는 곧 자신을 위한 훈장이다. 그만큼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어도 다름아닌 자신이 알기에 혼자서도 흐뭇하다. 미안해하거나 곤란한 표정을 짓는 것은 수치이고 모욕이다.

같은 남자가 보기에도 남자주인공 유시진(송중기 분)이 멋있어 보이는 이유다. 아니 유시진이 멋있는 것인지 송중기가 멋있는 것인지 지금에 와서 구분이 모호하다. 소년의 미소와 남자의 무게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여전히 해맑은 소년의 웃음을 짓다가 어느새 크고 단단한 남자의 등으로 사랑하는 여자의 앞을 망설임없이 막아선다. 세상 모두를 적으로 돌리며 오로지 자신이 사랑하는 한 사람만을 지키려 한다.

군인으로서 상관의 명령을 어겼다. 자칫 국제문제로 번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 가능성을 무시했다. 지금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은 오로지 하나, 강모연(송혜교 분)이 의사로서 자신의 양심과 신념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나중일은 생각지 않는다. 다른 가능성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다. 수술에 실패할 수 있다. 그로 인해 국제적으로 더 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당연히 그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강모연을 지키는 일 아니던가.

실제 보직해임에, 영내감금에, 심지어 진급까지 누락된 상황에서도 유시진의 표정에는 한 점 후회도 아쉬움도 엿보이지 않았었다. 오히려 후련해 했었다. 당당하고 자랑스러워했었다. 그래서 화가 나는 것이다. 어째서 그런 강모연인데 고작 자신을 위해 상관을 찾아가 그렇게까지 애처롭고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인가. 비굴하게 애원하며 사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인가. 그러지 말라는 것이다. 강모연 당신을 위해 그런 것이 아니다. 자신을 위해 그런 것이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기에 그런 것이다. 애써 변명처럼 설득하며 납득시키려 한다. 그것이 강모연 입장에서도 더 목타고 화가 난다. 상대를 위하고 싶은 것은 유시진만이 아니다.

유시진이 부대주방에서 와인을 찾는 장면에서부터 유시진과 강모연의 키스까지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모를 리 없기에 목이 탄다. 어떤 종류의 목마름인가는 모른다. 무언가 마실 것을 찾아 강모연은 유시진이 있는 주방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유시진이 건넨 와인을 따르지도 않고 다급히 병째로 들고 마신다. 유시진이 굳이 와인을 마시지 않는 것은 자신의 목마름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바라는 것은 오로지 강모연이다. 유시진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강모연 역시 애써 감추고 있던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고 만다. 그 순간 강모연이 유시진에게 와인을 권했던 것도 무심코 그의 목마름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유시진이 키스하는 그 순간 강모연 역시 그 목마름의 정체까지 알고 있었을 것인가.

어쩌면 많이 닮아 있다. 유시진의 유쾌함이나 강모연의 위악이라는 것은. 고단한 현실을 잊기 위한 가면이다. 슬퍼서 웃고, 힘들어서 떠들고, 위험하기에 짐짓 태연하다. 어차피 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처음부터 아니었다 여기고 만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없었다. 믿지도 꿈꾼 적도 없었다. 그렇게라도 견뎌야 한다. 그렇게라도 버텨야 한다. 그래야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안타깝게 여기지 않는 것은 그마저 그들이 가진 강인함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현실을 이기고 살아간다. 어떻게든 웃으며 현실과 함께 지금 여기서 버티고 선다. 일상의 분주함이나 고단함으로부터 벗어난 먼 이방에서의 만남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주인공을 보게 만드는 드라마다. 때로 화도 난다. 어떤 드라마는 사랑하는 커플를 보면서 사랑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어떤 드라마는 저 위에다 폭격기라도 띄워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하게 된다. 현실에 없다. 전혀 참고가 되지 않는다. 유시진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필자 자신을 떠올려 보게 된다. 순수한 질투다. 분노다. 그만큼 현실을 벗어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남자인 필자가 드라마를 보면서 오로지 남자인 송중기의 이야기만 하고 있다. 디테일은 이제 잊는다. 그런 사소한 것은 아예 묻어둔다. 진짜 가치가 있는 것은 눈부시게 빛나는 주인공들, 그들이 사랑하는 이야기 전부다. 자신이 먼저 드라마에 동의하게 된다. 이끌리고 만다.

물론 전에도 지적했듯 그저 달달함만으로 끝내지 않는다. 하기는 그래서 벌써부터 두 사람의 줄다리기가 끝나고 있었을 것이다. 유시진이 옛동료의 장례식을 찾았을 때 멀리서 그것을 지켜보는 한 사내가 있었다. 유시진이 무기밀매범을 인계했던 경찰간부를 살해한 밀매조직의 보스다. 먼 이방의 땅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위험과 모험이 숨겨져 있다. 지키는 남자에서 싸우는 남자로 돌아간다. 그때 강모연은 과연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속도가 빠르다. 조금은 더 줄다리기가 이어질 줄 알았다. 그만큼 겁에 질려 있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 그만큼 목말라 하고 있었다. 항상 유시진은 솔직했다. 당당했다. 하지만 아직 들려주지 않은 이야기들을 기대한다. 하나씩 알아간다. 유시진이 곤란해하는 그의 진실들을 조금씩 이해해간다. 무엇보다 그들은 그만큼 서로를 원하고 있었다. 화가 난다. 너무 달다. 몸에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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