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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3.03 06:56

[김윤석의 드라마톡] 태양의 후예 3회 "낯뜨겁고 오글거리는 로맨스의 정석"

빛나는 배우 송중기, 남자가 되다

▲ 태양의 후예 ⓒ문화산업전문회사, NEW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태양의 후예.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은 이제까지 자신을 중심으로 돌던 우주가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다는 것과 거의 같은 뜻이라 할 수 있다. 오로지 그를 위해서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 오로지 그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게 된다. 그래서 두렵다. 마치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다. 

다가가면 지레 겁먹고 물러난다. 그렇다고 물러나면 서운한 마음에 먼저 다가선다. 너무 가까우면 놀라서 밀쳐내고, 너무 멀먼 불안함에 다가가 붙잡는다. 하기는 그래서 로맨스다. 그래서 멜로다. 밀당이라고 말한다. 거리를 좁히는 과정이다. 더이상 자신이 아닌 상대를 중심으로 돌기 시작한 우주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그래서 너무 그린 듯한 두 사람의 모습이 차라리 귀엽기까지 하다. 좋아하면서도 좋아한다 솔직하게 말을 못하고, 그렇다고 물러나주면 그것이 오히려 밉고 서운하기까지 하다. 유시진(송중기 분)의 한결같은 진심이 강모연(송혜교 분)의 그런 변덕을 따라 변주된다. 나이 서른을 훌쩍 넘겨서 이렇게까지 순진할 수 있다니. 차라리 지켜보는 자신이 얼굴이 붉어지려 한다.

어쩌면 강모연이 유시진을 밀어낸 진짜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의료봉사단 레지던트 이치훈(온유 분)이 파견군 모우루중대 병사들에 대해 묻는 것을 보고 짐짓 한 마디 끼어든다.

"그 분들이 원래 그래. 무슨 비밀이 그렇게 많은지 규정상 말해줄 수 없는 것들이 많은 분들이셔."

누가 보더라도 조금 전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다시 만난 유시진에 대한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째서 자신에게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는가. 진실을 말하고 이해를 구하지 않았는가. 그게 더 서운하다. 너무 많이 손해보는 것 같다. 너무 크게 양보하는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를 이해하고 그를 사랑해야 한다. 그것이 싫었다. 확실히 이 부분에서 주인공의 나이를 느끼게 된다. 가리는 것도 많고 따지는 것도 많고 재고 헤아리는 것도 많다. 아직도 우주는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야 한다. 그럴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윤명주(김지원 분)의 캐릭터는 그런 강모연과 정확히 대칭된 위치에 있다. 사랑만 있으면 충분한다. 사랑이라는 진심과 진실만 있으면 부모조차 돌아보지 않는다. 무서울 정도로 저돌적이다. 윤명주와 서대영(진구 분)을 가로막는 것은 두 사람의 감정이 아닌 윤명주의 아버지이자 서대영의 상관인 특전사 사령관 윤중장(강신일 분)이라는 현실이다. 두 사람에 서로와 자신에게 솔직해지기까지 이미 서로와 자신에게 솔직한 두 사람은 현실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역시 로맨스드라마다운 적절한 변주다. 한 편으로 순수하고 한 편으로 과격한 윤명주의 캐릭터가 무척 매력적이다. 윤명주의 입을 빌지 않아도 배우 김지원 또한 매력적인 배우다.

역시 세부의 디테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런 것을 즐기는 드라마가 아니다. 오글거릴 정도로 멋진 남녀가 있다. 낯뜨거울 정도로 달콤한 사랑이야기가 있다. 밀어내고 당기고, 밀쳐내고 끌어당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꽃미남이라는 말이 어울리면서 남자다운 거친 연기도 훌륭히 소화해내는 송중기가 있다. 제대하고 더 멋있어졌다. 단호하면서도 여유있고 엄격하면서도 능청스러운 매력이 드라마에 빛을 더한다. 남자 칭찬하는 취미는 절대 없음에도.

막 내전이 끝난 혼란스러운 이방의 땅에서 마주친 법마저 두려워하지 않는 불법무기거래조직의 존재는 드라마에 긴장을 더해준다. 너무 갑작스럽고 전형적이지만 의료봉사단과 특히 강모연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중요한 환자가 찾아온다. 명령까지 거부하고 강모연을 위해 그 경호원들과 맞선다. 달달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다만 세부묘사는 아쉬움이 있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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