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일리뉴스=김명연 기자] 최근 들어 재벌가들의 2~3세들의 빵집전쟁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외국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고 그것을 국내에 적용해 판매하고 있다.

그 결과 나쁘지 않은 성과를 올렸기에 먹고 마시는 것들에 대한 사업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또한 이들은 명품 패션브랜드, 외제차 등 평소에 즐기던 취미를 그대로 사업에 이용했다.

자제들의 이러한 사업은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막는 것은 물론, 자영업자의 영역까지 침범한다는 비판의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빵과 커피 사업에 몰려드는 재벌가 딸들의 전쟁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대한민국 10대 그룹 중 네 곳이 제과·제빵 사업에 손을 대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맏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2004년 세운 고급 베이커리 카페 ‘아티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호텔신라의 자회사인 ‘보나비’를 통해 서울 청담, 여의도, 신도림 디큐브시티를 비롯하여, 전국 27곳에 베이커리 카페 ‘아티제’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삼성가는 여론의 비판이 일자 가장 먼저 26일 오후 제과·커피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의 영세자영업종 진출에 대한 논란이 있어 과감히 철수하기로 했다”며 “보나비의 아티제 사업부를 매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롯데·현대차그룹도 베이커리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지난해 7월 현대차 사옥 1층에 있던 커피숍 새 단장해 ‘오젠’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오젠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딸인 정성이 전무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카페다. 1호점은 제주 해비치호텔에 있고, 양재동 사옥은 2호점 이다.

현대차그룹은 “오젠은 개인회사가 아니며 해비치호텔의 한 사업부일 뿐이고, 영리 목적이 아니라 사원 복지 차원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의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딸들도 본격적으로 베이커리 카페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예상했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씨는 2010년 말 식품기업 블리스를 세우고, 롯데 쪽에 입점해 있는 ‘포숑’이라는 제과점을 인수했고, 롯데백화점 12개 지점까지 늘렸다가 현재 7곳으로 줄이며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새 단장한 본점의 포숑 매장 면적은 지하 식품매장에서 가장 넓은 330㎡(100평)가량을 차지하며 고급스럽게 인테리어 되어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가장 먼저 베이커리 사업에 뛰어들었고, 현재 ‘달로와요’ ‘데이앤데이’의 조선호텔 베이커리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달로와요는 신세계백화점 10여 곳에 입점한 고급 베이커리 브랜드이며, 조선호텔 베이커리인 데이앤데이는 이마트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며 반값 피자도 납품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벌가 딸 들이 베이커리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호텔·백화점 등 기존의 안정적인 유통망을 이용해 손쉽게 프리미엄 시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유통망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사업에 나서는 것보다 위험부담이 적고 손쉽게 확장할 수 있는 사업적 이점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고급 베이커리 브랜드는 골목상권까지 침범하진 않았지만, 언제든 사업 확장 범위를 가능하기때문에 소상공인들은 불안해 떨 수 없다는 것이다.  

▶비빔밥·덮밥·라면까지 진출...소상공인 어떻게?

빵, 커피 사업 외에도 외식업에 뛰어드는 재벌가들이 늘고 있다. 한식 세계화를 앞세우는 명목으로 한식당에 진출하거나, 외국의 레스토랑을 그대로 들여오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특히 한식 중 대표적인 품목은 비빔밥이다. 씨제이푸드빌은 ‘비비고’를 2010년 시작해 현재 국내에만 7곳에 점포를 열을 정도로 성장했다.

또한 범LG가로 분류되는 아워홈도 ‘밥이답이다’를 2010년 말 열며 본격적으로 비빔밥·덮밥 경쟁 사업에 뛰어들었다. 밥이답이다는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며 한식패스트푸트 사업자 공모에서 선정돼 1년간 정부의 보조금 2억 원 가량 지원받게 된다.

이외에도 애경그룹은 일본 치카라노모토사와 제휴해 일본 라면체인 ‘잇푸도’를 운영하며, 카레 브랜드인 ‘도쿄하야시라이스클럽’도 들여왔다. 농심은 일본에서 카레식당 브랜드 ‘코코이찌방야’를 들여왔고,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각각 인도식당 ‘달’, 이탈리아 식당 ‘일치프리아니’를 들여와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스피시(SPC)그룹은 2006년 떡 프랜차이즈 사업인 ‘빚은’을 시작해 논란을 빚었으나, 현재 점포수만 170여개에 이를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이에 동반성장위원회는 작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떡을 지정하면서 에스피시에 신규 출점을 자제하라고 권고한바 있다.

이러한 재벌기업들의 사업 확장으로 인해 골목상권의 자영업자들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이에 대해 씨제이푸드빌 관계자는 “메뉴를 보고 골목상권 침해라고 하는데, 비비고는 주로 오피스타운 등에 위치해 흔히 생각하는 동네상권 침해와는 거리가 있다고 본다”며 “국외 진출을 위해서 뛰고 있으며 골목상권 침해 목적은 전혀없다”고 해명했다.

4대 그룹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 때문에 기업들이 전체적으로 욕을 먹는 것”이라며 “기업가 정신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름만 들어도 억 소리나는 명품 브랜드 제품, 누가 수입할까?

이건희 회장의 둘째딸 이서현씨가 부사장으로 있는 제일모직은 이세이미야케, 꼼데가르송, 토리버치는 명품 브랜드 옷을 수입하고 있다. 또한 고급 베이커리 사업을 벌이는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역시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창립부터 간여하며 조르조 아르마니, 코치, 돌체앤가바나 등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아들인 장재영씨는 비엔에프통상을 운영한며 폴스미스, 캠퍼 래들리 등 외국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이들 재벌그룹의 자제들은 “명품 브랜드 수입이 무슨 문제가 되냐”고 반문하며 이는 서민들과 상관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 명품업체들의 증가는 국내 중소 패션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게 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업체들은 “유명 브랜드를 수입해 판매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데, 재벌그룹은 기존 거래선을 활용해 쉽게 장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재벌가들의 딸들이 빵과 커피사업에 열을 올렸다면 아들들은 자동차 사업에 손을 뻗고 있다. 아들들은 평소 자동차에 관심이 많고 자연스럽게 사업으로 연관되는 것이다.

두산그룹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이 이사로 있는 디에프엠에스(DFMS·옛 두산모터스)는 혼다, 재규어, 랜드로버 등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조현준, 조현문, 조현상 형제도 벤츠 딜러인 더클래스효성, 도요타 딜러인 효성토요타의 지분을 각각 3.48%와 20%씩 보유 중이다.

지에스(GS)그룹에도 수입차 딜러 계열사가 있다. 렉서스를 판매하는 딜러사인 센트럴모터스는 허창수 지에스그룹 회장과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아들인 허준홍씨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협력업체가 많고 거액자산가들의 인맥을 활용하면 영업에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며 “초기에 높은 투자비용만 부담하면 꾸준히 수익을 창출은 물론, 상대적으로 돈 벌기 쉽기에 자제들은 구미가 당길 것이고 이에 해외 명품 브랜드 수입에만 열중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