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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2.21 08:15

[김윤석의 드라마톡] 시그널 10회 "고독과 살인, 차마 얼굴을 마주보지 못한 잔혹함에 대해"

경찰의 이유 "누군가는 잡아야 하잖아!"

▲ 시그널 ⓒtvN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시그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흔히 말한다. 그러나 정작 인류가 지구에 나타난 이후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고작 수십 명 남짓의 혈연집단을 위주로 생활해 왔었다. 완전 타인으로 이루어진 거대사회란 원래 인간에게도 매우 낯선 것이었다. 도대체 무어라 말을 걸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인지. 어느새 군중속에서 고립되어가는 자신을 느끼고 만다. 차라리 사람이 두렵다.

고작 귤 하나를 건넨 것이었다. 고작 땅에 떨어진 귤 하나를 건네받은 것이었다. 그마저도 감당하기 쉽지 않다. 귤 하나를 건네는 용기도, 그 귤을 받아들 용기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너무 쉬운 그것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이 어렵기만 하다. 원래부터 외로운 사람들이었다. 부모 없이 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아주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받아왔었다. 사회성은 본능이 아닌 학습의 결과다.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장면이었지만 그만큼 시리고 아팠다. 끝내 자신에게 건네진 귤의 온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범인(이상엽 분)은 혼자 집으로 돌아와 오열한다. 인간은 그렇게 슬프고, 그래서 잔인하다. 너무 디테일하다. 눈물이 날 것 같다.

"누군가는 잡아야 하잖아, 누군가는!"

사실 필자 역시 경찰에 대한 인상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그동안 여러가지 일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했던 대부분의 경찰들이 그다지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 바로 그나마 경찰이라도 없으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경찰이 아니었다면 이 사회는 지금 어떤 모습이었을까?

온갖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다 겪어가며 차마 말로 하기도 어려운 흉악한 범죄자들을 체포하여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한다. TV너머로 단지 픽션으로 꾸며진 드라마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리 마음조이는데 경찰들이 마주하는 현장은 모두 현실이고 사실이다. 하마트면 살해당할 뻔했던 트라우마마저 딛고 차수현(김혜수 분)은 어쩌면 연쇄살인범이 숨어 있을 집의 문을 자기 손으로 당겨 연다. 문 안에 누가 무엇이 있을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연쇄살인범임을 알면서도 마음속으로 동정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다.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선천적이고 선험적인 무엇이 아니다. 학습과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후천적인 요소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법이 강제로라도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아니 이미 많은 사회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어린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부모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유의 대상이 아니다.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 존속에 대한 범죄에 비해 비속에 대한 범죄의 형량은 매우 낮은 편이다. 어지간히 심각한 범죄가 아니라면 다시 피해어린이를 부모에게 다시 돌려보내고 만다. 과연 저같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필자라고 멀쩡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어린이를 지키는 것은 곧 이 사회의 미래를 지키는 것이다. 새삼스런 이야기다. 아직 먼 이야기기도 하다.

과연 18년이나 지난 지금도 차수현은 자신이 당시 겪은 일들을 바로 어제 일처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최면보다도 더 확실하다. 그만큼 차수현의 내면에 새겨진 외상이 상당했던 때문이었다. 억지로 버텨왔다. 억지로 이기고 살아왔다. 범죄라는 행위의 무게다. 그저 무심히 지나치는 수많은 범죄사건의 피해자들의 이야기다. 떠올리는 것마저 끔찍하도록 두렵다. 혐오스럽다. 경찰이기에 단지 범인을 잡기 위해 그 공포와 혐오감마저 이겨낸다.

과거의 이야기보다 현재의 이야기가 더 큰 비중을 가지고 다루어진다. 현재 차수현과 박해영(이제훈 분)이 살인범을 쫓고 있었다. 18년 전 과거의 이재한(조진웅 분)의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9명의 또다른 희생자들을 막기 위해 박해영은 다시 과거의 이재한과 통신을 시도할 것인가. 이재한이 범인을 잡는다면 사건 자체도 사라져 버린다. 더 많은 희생자도 막을 수 있다. 다만 과연 과거의 시간이 그렇게 바뀌었을 때 현재에도 마냥 좋은 결과로만 이어질 것인가.

시간이 멈춰진다. 일부러 그런 배경을 찾아서 이야기로 구성했을 것이다. 더이상 서울시내에 20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동네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어렸을 적 함께 뒹굴며 놀았던 골목을 다시 찾았을 때 깎아지른 아파트단지로 돌변해 있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하물며 편의점 점원이다. 한국의 현실에서 파트타임으로 그렇게 오래 일하기란 쉽지 않다. 박제한다. 범인도, 범죄도, 그리고 피해자 역시. 차수현의 시간도 그 순간에 멈춰 있었다. 억지로 덮으며 지금까지 살아왔었다.

설마 그 차수현이. 하지만 18년 뒤의 미래에도 여전히 신입일 리는 없다. 자신의 내일은 궁금하지 않다. 만일 18년 뒤에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으면 꾸짖어서 제자리로 돌려놔 달라. 오늘만 산다. 무서운 것도 꺼리는 것도 없다. 아마 그래서 시간을 거슬러 박해영은 이재한과 무전을 주고받게 되었을 것이다. 오로지 진실만을 쫓는다. 이재한이라는 인간이다. 무게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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