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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의 드라마톡] 리멤버 아들의 전쟁 20회 "너무나 간단하고 쉬운 정의, 남규만의 죽음"
마치 아이처럼, 죽음의 이유와 잃어버린 기억의 너머
2016년 02월 19일 (금) 06: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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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 리멤버 아들의 전쟁 종영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리멤버 아들의 전쟁. 역시 허무하다. 긴장감 같은 건 없었다. 통쾌함도 그리 크지 않았다. 그나마 남규만(남궁민 분)의 재판이 시작되고 판사가 일방적으로 남규만의 편을 들 때는 조금 당황하기도 했었다. 여기서 다시 이야기를 비틀면 도대체 어떻게 수습하려는 것인가. 아니나다를까 서진우(유승호 분)가 나서자 재판은 다시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정의란 어쩌면 이렇게 쉬운 것인지 모른다.

제대로 사회의 제도와 구조가 제역할을 하기 시작하자 그토록 어렵게만 보이던 일들이 한순간에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남규만은 법정에서 사형판결을 받고, 남일호(한진희 분) 역시 그동안 지은 죄들이 드러나며 자신의 집무실에서 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되는 처지가 되고 만다. 마지막에 침몰하는 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서슴없이 남일호를 배신했던 홍무석(엄효섭 분) 또한 이인아(박민영 분)에게 체포되어 이제 그동안 저지른 죄의 대가를 치르는 일만 남았다.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바르게 돌아갔더라면 이렇게 쉬웠을 일들이 지난 5년간 어째서 이토록 힘들고 어렵기만 했었는가. 어째서 이런 쉽고 간단한 일에 목숨까지 걸여야 했던 것인가.

결국 남규만은 아이였다. 아이들은 공포를 통해 세상을 배워간다. 해야 하는 일과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되는 일을 구분할 줄 알게 된다. 잘못을 저지르면 당연히 그에 대한 징벌이 뒤따른다. 그것은 때로 육체적인 고통이기도 하고, 정서적인 고립이기도 하며, 물질적 손해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하지 말라는 일은 해서는 안된다. 하라는 일은 더 성실하게 열심히 해야 한다. 어른이 가르쳐주고 또래와의 어울림 속에서 몸에 익히게 된다. 그런데 그 과정이 생략되었다. 아버지 남일호에게 남규만은 단지 자신의 기업을 물려받을 후계자였다.

"미친 놈, 니만 외로운 줄 아냐?"

그동안 어쩌면 남규만이 안수범(이시언 분)에게 응석을 부리고 있다고 느꼈던 것이 전혀 터무니없는 오해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만큼 믿고 있었다. 그만큼 의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지 몰랐다. 어떤 방식으로 전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놀고 있었다. 안수범을 때리고 짓밟는 동안에도 단지 그것을 놀이라 여기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실제 많이들 그러지 않는가. 가까운 친구일수록 더 과격하게 서로에게 상처주고 상처입으며 그 자체를 마치 친근함의 표현인 양 즐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차이라면 안수범은 남규만에게 받은 것들을 다시 그대로 돌려줄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이었다. 남규만을 때릴수도 그를 모욕줄수도 없었다. 그같은 일방적인 관계가 결국 두 사람의 사이를 틀어놓고 만다.

남규만을 배신하고, 그때문에 남규만에게 죽임을 당할 뻔하고, 마침내 남규만이 사형판결을 받고 감옥에 갇힌 뒤에도 안수범과 남규만은 서로 친구였다. 강석규(김진우 분)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까운 친구만 친구가 아니다. 지금은 멀어졌어도 친구는 친구다. 서진우의 알츠하이머와도 이어진다. 기억이 사라진다고 사실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더이상 기억하지 못해도 진실은 여전히 남게 된다. 서로 친구였던 사실마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예 원수가 되어 절교하고 나서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우연한 만남조차 반갑기 마련이다. 만일 남규만이 그런 어쩌면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한 사실들을 알았더라면 그의 선택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버지도 완전히 자신을 저버린 것이 아니었다.

가장 결정적이었다. 그동안 유일하게 믿고 의지해 왔던 단 한 사람의 친구였다. 그동안 자신이 어떻게 행동했고 어떻게 받아들였든 자신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까지 서슴없이 드러내며 모든 것을 맡겨왔던 가장 가까운 단 한 사람이었었다. 최소한 그 앞에서만큼은 악할지언정 속이거나 숨기는 것이 없었다. 그런 사람을 잃은 뒤였다. 그로부터 배신당하고 죄인이 되어 감옥에 갇히는 처지가 된 뒤였었다. 그런 상황에 이번에는 아버지마저 자신을 찾아와 쓸모가 없어졌으니 버리겠다 말하고 돌아간다. 아무리 세상 모두가 자신에게서 등돌리고,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비난해도, 그러나 아버지만 자신의 뒤에 든든히 버티고 있으면 언제라도 그 이상을 되돌려 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아버지는 남규만에게 세상의 전부였었다. 아버지가 정의였고, 아버지가 진실이었으며, 아버지가 가치였었다. 자신의 존재 또한 아버지가 정의했다. 그 아버지로부터 부정당한다. 가치없다. 존재의 의미를 잃는다.

사실 말이 안되는 장면이다. 문명국가의 어느 교도소에서도 저처럼 수감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허술하게 관리하지 않는다. 죄인이 되어 교도소에 갇히게 된다는 자체만으로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일 것이기에 더 엄격하게 수감자의 말과 행동을 감시하고 관리한다. 차라리 남일호가 교도소안에서만이라도 자유롭게 지낼 수 있도록 남규만을 위해 마지막으로 손을 쓴 것이라면 그나마 아쉽더라도 아주 이해가 안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일 그랬다면 남일호가 느껴야 할 후회와 슬픔 또한 지금보다 더 커졌을 것이다. 아마도 사무장 연보미(이정은 분)의 말처럼 마지막까지 책임을 회피하며 도망치려는 나약함과 비겁함을 보여주고자 한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한 행위의 무게와 의미조차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그는 어렸다. 남여경(정해성 분)의 말처럼 비극은 남일호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허술할 정도로 일사천리이던 마지막회에서 마지막 기억을 잃은 서진우와 이인아와의 재회는 한 편의 그림처럼 그려지고 있었다. 이미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 서진우를 이인아는 말없이 뒤쫓기 시작한다. 어떤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어떤 목적을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냥 서진우가 있고 그가 걷고 있으니 그 뒤를 따라 걸어간다. 서진우가 모든 기억을 잃었어도 이인아가 그 모든 기억을 대신 간직하고 있다. 이인아의 존재마저 잊었어도 이인아 자신에게 서진우가 어떤 사람이었는가 기억하고 있다. 서진우가 시작한 '변두리 로펌'에서 서진우가 남긴 기억들을 모두가 함께 지켜보고 있었다. 놀라울 정도로 철학적이다. 기억하는 것은 뇌가 아니다. 진실은 인간이 알지 못해도 진실이다. 초월을 그린다. 모든 것을 잊었기에 모두를 갖는다.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치고 법정씬의 비중은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치열한 법리공방같은 것도 없었다. 아니 사실상 주인공이 한 일이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주인공의 능력인 절대기업마저 어느 순간부터인가 잊혀지고 있었다. 구조와 구성의 허술함과 미숙함을 권선징악이라는 전통의 주제가 대신한다. 반드시 천벌을 받아야 할 나쁜 놈이 있다. 그 나쁜 놈으로 인해 무고하게 희생당하느 선량한 사람들이 있다. 악역의 승리다. 캐릭터와 연기만으로 본다면 남일호와 남규만 부자의 승리라 보아도 좋다. 거의 드라마를 혼자서  끌어가다시피 했던 남규만도 남규만이지만, 남규만의 자살소식을 듣고 홀로 오열하는 남일호의 모습은 베테랑이 왜 베테랑인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 순간을 위해 시청자도 견뎌왔었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진실은 언젠가 반드시 밝혀지고 만다. 진실이 거짓을 이기고, 악은 반드시 심판받는다. 믿고 싶지만 선뜻 믿어지지 않는 공허한 말들이다. 아니 믿고 싶은 자체가 이미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래서 더 허무하다. 남일호와 같은 거물이 이렇게 쉽게 간단히 무너지고 마는가. 현실이 아니다. 드라마다. 깨어날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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