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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2.18 06:29

[김윤석의 드라마톡] 리멤버 아들의 전쟁 19회 "엉성하지만 통쾌한, 남규만을 잡다!"

진실 너머의 진실, 기억 너머의 기억, 단 하나의 정의를 위해

▲ 리멤버 아들의 전쟁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리멤버 아들의 전쟁. 힘이 빠진다. 결국 마지막에 기댈 곳이라고는 누군가의 선의 뿐이었다. 제도도 구조도 아니었다. 개인의 역량이나 노력도 아니었다. 단지 관련된 몇몇 사람이 뒤늦게라도 죄를 뉘우치고 솔직하게 사실을 털어놓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있었다. 단지 사람의 문제다. 몇몇 개인의 문제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동안 그들은 지금처럼 솔직해지지 못했던 것일까?

마지막에 한 번의 고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당장이라도 감옥에서 빼내줄 수 있다는 홍무석(엄효섭 분)의 제안은 무척이나 솔깃한 것이었다. 아무리 남규만(남궁민 분)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다시피 한 교도소라지만 그래도 형사까지 지냈던 사람인데 그 생활이 그렇게 편할 리 없었다. 처음 결심한 그대로 법정에서 사실대로 증언하게 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고민하는 곽한수(김영웅 분)를 서진우(유승호 분)가 다시 한 번 설득해서 법정에서 진실을 털어놓도록 만든다.

안수범(이시언 분)이 법정에서 증언하는 과정에서도 서진우는 사실상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바로 직전 송하영의 사건에서 한사코 거부하는 그녀를 끝까지 설득하여 남규만을 법정에 세우도록 만들었던 모습과 비교된다. 남규만에 대한 공포를 드러낸 것은 송하영 사건의 피해자들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런 안수범의 모습을 보고 서진우는 더이상 그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고 만다. 박동호(박성웅 분) 역시 기껏 남규만으로부터 안수범을 구해내고도 전혀 법정에서 증언할 수 있도록 설득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오로지 안수범 자신의 양심이, 그의 선의가 그로 하여금 법정에 서도록 만들었을 뿐이었다.

하기는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이었다면 5년 전 아버지 서재혁이 짓지도 않은 죄로 사형판결을 받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무려 굴지의 대기업 일호그룹이다. 그 최고경영자와 그 가족이 관계된 사건이다. 아무리 수단을 궁리하고 방법을 고민해봐도 당사자들로부터 솔직한 증언을 이끌어내기란 당시 서진우의 박동호의 힘만으로는 절대 무리였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무엇으로 그들을 설득하고, 어떻게 그들을 유인하는가. 그래서 장르를 불문하고 마지막에 이르면 오로지 인정에 기대어 모든 모순과 갈등을 해결하려는 안이하고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게밖에는 작가로서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통쾌했다. 역시 나쁜 놈은 벌을 받아야 제맛이다. 실패하고 좌절하고 궁지로 몰려야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어째서 같은 깡패인데 내 깡패들만 일방적으로 밀리는가. 기껏 경찰의 바리케이드까지 차로 밀고 지나왔건만 정작 약속장소에서 헬리콥터가 자신을 버리고 혼자서 도망치고 있었다. 모두가 그를 버린다. 한때 그의 손발이 되어 움직였던 형사 곽한수도, 고등학교 동창이며 친구이기도 했던 비서실장 안수범마저, 그리고 아마도 홍무석 역시 남일호(한진희 분)와 남규만 부자에게 모든 사실을 말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마저 홍무석의 솔깃한 제안에도 곽한수가 끝까지 양심을 지켰던 것에 대한 뜻밖의 반전이 될지 모른다. 힘으로 얻은 존경과 신뢰란 그 힘이 사라지면 함께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서진우의 증상이 드러나지 않고 있었다. 그동안 몇 번이고 재판 도중 자신의 병으로 인해 곤란한 상황을 맞기도 했었기에 조금은 우려도 했었다. 하지만 어차피 이제 남은 분량이 다음 한 회 뿐이다. 여기에서 새삼 주인공 서진우가 위기를 맞고 그것을 극복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여기서 일단 하나는 끝내야 한다. 강간살해의 누명을 쓰고 사형판결까지 받고 무려 5년, 이전의 재심재판에서도 끝내 누명을 벗지 못하고 오명속에 눈을 감아야 했던 아버지 서재혁의 억울함을 이제야 비로소 풀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죽은 사람이 그런다고 다시 살아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기억을 잃는다는 의미다. 알아서 진실이 아니다. 기억해서 진실이 아니다. 진실은 오로지 존재하기에 진실이다. 진실은 진실 그 자체로써 의미를 갖는다. 진짜 소중한 기억은 머리가 아닌 영혼이 기억한다. 자신이 그것을 기억했다는 사실 자체가 영혼에 새겨지듯 세상에 남게 된다. 아무리 부모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부모와 함께했던 행복했던 순간들까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남규만이 처벌받는 것을 보지 못할 수도 있고, 그 의미마저 이해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를 위해 자신이 노력해 온 순간들마저 사라지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자신을 대신해서 그것을 기억해주기도 한다.

이복여동생인 남여경(정해성 분)마저 남규만에게서 등돌린다. 하기는 원래 좋았던 사이도 아니었다. 단지 아버지로부터 비롯된 피의 이끌림이 남규만의 죄를 알면서도 그것을 눈감게 만들었었다.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미미해진 남여경의 비중이나 역할에 안쓰러움마저 느낀다. 더이상 남일호가 가진 무소불위의 힘이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 유일하게 가치를 갖는 것은 진실 하나다. 홍무석의 선택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탁영진(송영규 분)이 괜한 빈말로 도발한 것이 아니라면 그 또한 이미 무언가 알고 있을 것이다. 파멸은 너무나 갑자기 예고없이 모두에게 찾아오게 된다.

그다지 치밀하다거나 정교한 것과는 거리가 먼 드라마였다. 좋게 말하면 과감하고, 솔직하게 말하면 엉성했다. 자신이 의도한 주제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그저 대충 구색 맞추는 정도로 채워넣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청자가 보는 것은 전체도 아니고 세부도 아닌 대략의 이미지다.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특히 남규만은 근래 가장 때려주고 싶은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캐릭터였다. 권선징악과 복수라는 고전의 포맷에 충실하면서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드러낸다. 결국 분주한 시간 속에 남는 것도 드라마에 대한 대략의 이미지다.

거의 끝났다. 최소한 남규만은 꼼짝없이 법의 심판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심지어 경찰의 저지마저 뚫고 해외로 도주하려는 것을 경찰이 뒤쫓아와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있었다. 사실이 명확한 이상 남일호가 가진 힘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란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아니 남일호에 대한 심판도 시작되어야 한다. 딱 한 회 남았다. 짜릿한 준비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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