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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의 드라마톡] 육룡이 나르샤 40회 "분이의 선택, 백성은 오로지 백성으로서 살아남는다"
극단으로 치닫는 정도전과 이방원의 대립, 반촌이 만들어지다
2016년 02월 17일 (수) 07: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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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 육룡이 나르샤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육룡이 나르샤. 두근거렸다. 설레었다. 그리고 통쾌했다. 작가도 필자와 같은 것을 보고 있었구나. 같은 것을 바라고 있었구나. 마침내 분이(신세경 분)가 선택한 것은 백성으로 돌아가 백성으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고귀한 이들이 말하는 대단한 정의나 명분보다 구차하더라도 오늘을 살며 내일을 근심하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오로지 백성의 근본은 살아남는 데 있다.

하기는 선돌이 무명이 보낸 무사의 손에 어이없이 목숨을 잃는 장면을 보면서 이미 그같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만일 분이가 선돌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된 뒤에도 이방원(유아인 분)과 그의 처 민다경(공승연 분)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더이상 모두가 알던 분이대장은 세상에 없다는 증거로 받아들여도 좋았을 것이다. 권력자들에 의해 땅을 잃고 개경으로 흘러든 백성들을 조직하여 자신들을 위한 새로운 나라를 위해 앞장서왔던 백성의 대표는 없었다. 

그만큼 의미없는 개죽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내용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무엇이 들어있고 장차 그로 인해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전혀 알지도 못했고 들은 바도 없었다. 그저 정도전(김명민 분)의 손에 들려 있던 것이었기에 누군가 그것을 훔치려는 것을 보고 덩달아 뛰어들어 중간에서 빼돌린 것이 고작이었다. 도대체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무엇때문에 죽임을 당해야 하는지. 자신을 향해 칼을 빼든 무사를 향해 웃음마저 지어보이고 있었다. 설마 고작 그런 일로 자신을 죽일까. 최소한 목숨을 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각오마저 없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차가운 핏속에 누운 그의 죽음에 어떤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겠는가.

어디까지나 남의 사정이었다. 자기들끼리 알아서 해결할 그들만의 사정이었다. 굳이 누가 왕이 되고 누가 권력을 가지고 자신들까지 나서서 목숨을 걸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이인겸이 아니었다. 홍인방도 아니었다. 바로 어제까지 같은 곳을 바라보며 어깨를 나란히하던 동지였었다. 누가 왕이 되고 누가 권력을 가지든 자신들에게 돌아올 결과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실제 정도전과 이방원 사이에 정책적으로 그렇게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자신들에게 돈을 대주는 곳이 이방원의 처가였으니까. 정도전의 지시로 그동안 이방원의 명령을 받으며 그를 위해 일해왔으니까.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저들의 사정에 의해 자신들이 선 곳이 자신들이 속한 곳이 되었다.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들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도박이었다. 그리고 신뢰였다. 아직까지 그들은 자신이 하는 말을 들어줄 것이다. 대군마마가 되었고 대감이라 불리게 되었어도 자신이 하는 말에 귀기울여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자신이 말하는대로 따라줄 것이라는 기대는 없었다. 그만큼 서로의 신분도, 위치도, 처지도 모두 너무 크게 달라져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더이상 전처럼 함께할 수 없다면, 더이상 서로 타협도 양보도 공존도 불가능하다면, 그렇다면 이제는 자신들 역시 자신들의 길을 가겠다.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으며 누구와도 적대하지 않는다. 누구로부터도 희생당하지 않고 누구를 위해서도 희생하지 않는다. 원래 있던 그 자리로 백성의 자리로 돌아간다. 이제까지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분이대장'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역시 언제까지나 백성 그 자체였다.

마지막 선물이었다.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아마도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미 서로가 서있는 곳도 가고자 하는 곳도 너무 달랐다. 분이를 단지 자신의 야망을 위한 이용대상으로만 여기는 아내 민다경의 태도 또한 계기가 되어 주었을 것이다. 이대로 자신의 곁에 남아있는다면 더이상 분이는 분이가 아니게 된다. 자신이 알고 자신이 사랑했던 분이가 아니게 된다. 억지로 자신의 곁에 잡아두고 그 모습을 지켜보기보다 차라리 아직 분이일 때 분이인 채로 떠나보내는 것이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직 분이를 사랑하는 순간 만큼은 원래의 순수하던 자신으로 남아있고 싶은 바람이기도 했다. 분이의 허튼 거짓말과 서툰 협박에도 기꺼이 넘어가 준다. 마지막 작별이었다.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다.

이번주 39회와 40회를 아우르는 주제였을 것이다. 이상은 함께할 수 있지만 권력은 결코 함께할 수 없다. 권력이란 욕망이다. 없으면 가지고 싶고, 이미 가지고 있어도 더 많이 가지고 싶다. 이미 자신의 손에 들어온 것을 다른 누군가와 나누고 싶지 않다. 권력을 가지는 것은 단 한 사람이다. 이방원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정도전도 전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지워진 짐이 무거웠다. 수없이 많은 희생을 치르며 겨우 세운 새나라에 대한 책임과 걱정으로 여유가 없다. 마음이 급하면 행동에 무리가 오게 된다. 어떻게든 이방원이 야망을 포기하도록 정도가 아닌 술수마저 동원한다. 정도전의 압박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이방원은 그와 적대하는 것을 그만둘 수 없다. 함께 세운 새나라지만 그 나라에서 그들은 결코 함께할 수 없다.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선택하지 않았다. 그런 때 더이상 가진 것도 가질 것도 없는 가난한 이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이란 무엇인가.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이란 무엇인가.

결국 전작 '뿌리깊은 나무'에서 정도전이 남긴 비밀결사 '밀본'이 태종 이방원의 추적을 피해 반촌으로 숨어들게 되는 배경이 이렇게 이어지게 된다. 원래 반촌을 이루고 있던 주민 다수가 정도전과 분이의 거래에 의해 집단으로 이주한 개경 유민들의 정보조직 '연통'이거나 그들의 후손이었었다. 분이가 대장으로 있기는 하지만 처음 만들기를 정도전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의도하여 만들었었고, 분이가 대장이 되어 이끌기 시작하고서도 정도전의 지시로 그의 목적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정도전과 이방원의 대립과 갈등에 실망하여 떠나는 상황에서조차 분이와 연통은 정도전과 적대하지 않고 있었다. 누구의 편도 아니었고 누구도 적대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장차 이방원이 일으키게 될 1차 왕자의 난의 결과를 보고 어느 한 쪽을 동정하여 지지하게 되는 것도 전혀 무리한 설정이 아니다. 다만 그때까지 분이가 살아있을 것인가. 하필 분이가 떠나려는 순간 정도전이 군사를 이끌고 나타나 이성계와 함께 이방원을 압박한다. 이방원이 자신들의 적이었던 무명과 손을 잡고 있었다.

백성의 존엄은 백성으로서 살아가는 데 있다. 어설프게 권력자를 닮아가는 것이 아니다. 어색하게 권력자의 뒤를 쫓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어떤 권력자도 비천한 백성이 자신의 자리를 넘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오로지 권력자의 허락과 용인 아래서만 백성은 찌꺼기나마 권력을 가질 수 있다. 복속되어 복종한다. 어차피 백성이라고 다르지 않다. 오히려 당당히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자신은 백성이며 백성으로 살아가려 한다. 부끄러움도 비굴함도 없다. 단지 자신과 자신의 삶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하겠다. 존엄한 이유다. 이제까지 가운데 가장 매력적이고 가장 아름다웠다. 선택의 순간이었다. 인간을 선택한다. 

정도전과 이방원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다. 정면으로 선언한다. 하루라도 빨리 포기케 하겠노라. 어떻게든 살아남아 권력을 손에 쥐겠노라. 거짓은 없다. 기만도 없다. 오롯이 솔직하게 서로를 향해 자신의 최선을 다한다. 분이는 선택했다. 그리고 선택해야 한다. 이방지(변요한 분)와 연희(정유미 분)는 남았다. 누군가는 싸우고 누군가는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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