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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2.04 07:11

[김윤석의 드라마톡] 리멤버 아들의 전쟁 15회 "탁영진의 배신과 남규만의 구속, 가쁘게 얽혀들다"

남은 시간을 헤아리며 통쾌함에 대한 기대를 가지기 시작하다

▲ 리멤버 아들의 전쟁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리멤버 아들의 전쟁.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서진우(유승호 분)의 시간이야 어차피 주인공이니 드라마가 끝나기 직전까지는 어떻게든 유지될 것이라 크게 상관할 것이 없다. 문제는 드라마 자체의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필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이후 방영될 차기드라마의 예고가 나오고 있었다. 날짜로는 20일, 분량으로는 5회 남았다. 그 안에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지어야 한다. 여기에 다시 새롭게 판을 벌리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믿고 있던 검사 탁영진(송영규 분)의 배신에도 서진우나 박동호(박성웅 분)와는 달리 크게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은 것은 바로 그래서였다. 박동호가 남일호(한진희 분)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테이프를 내놓았을 때 탁영진이 했던 말이 순간 떠올랐다. 이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굴지의 대기업 일호그룹의 회장이다. 최고의 변호인단을 구성하여 심지어 검찰과 재판부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텐데 더 확실하고 완벽한 증거가 필요하다. 더불어 그동안 남일호와 일호그룹이 저지른 모든 불법과 범죄들을 낱낱이 밝혀 처벌해야만 했다. 가장 확실한 것은 적의 소굴로 들어가 적으로부터 그 증거들을 얻어내는 것이다. 다만 과연 박동호까지 미리 그같은 의도를 알고 손발을 맞춘 것인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결국 오만이었다. 남일호가 그토록 쉽게 탁영진을 믿고 받아들이고 마는 것은. 아직 그 의도를 믿을 수 없었다. 아직 오만할 수 있는 위치에 이르지 못한 홍무석(엄효섭 분)은 여전히 탁영진을 의심의 눈으로 본다. 바로 얼마전까지 상관으로 그를 부리는 위치에 있었다. 사람은 결코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남일호까지 직접 나서서 했던 제안을 일언지하 거절했던 장본인이었다. 그러나 정작 남일호는 전혀 그를 의심하려는 기색이 없다. 원래 그러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가진 권력과 부를 거부할 수는 없다.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그랬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금의 권력과 부를 가지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졌던 것이었다. 다른 이들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바로 홍무석이 그 증거였다. 자신의 손발이 되어 모든 궂은일을 대신해주고 있는 석주일(이원종 분) 역시 그 증거였었다. 남규만은 석주일에게 친아들같던 동생 박동호를 살해하라 지시한다. 아버지와 자신으로부터 돈을 받는 이상 그에 걸맞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정의다. 반드시 그리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올곧은 검사라 할지라도 예외란 있을 수 없다. 틈을 보인다면 바로 그같은 관성이 되어 버린 확신이 될 것이다.

결국 안수범(이시언 분)이 움직인다. 가장 중요한 열쇠였다. 핵심이 될 변수였다. 남규만의 가장 가까이에서 그가 지금껏 해 온 모든 일들을 직접 지켜보고 듣고 그 뒤처리까지 담당해 왔었다. 인간이었다. 양심이었다. 첫째는 만일의 경우 남규만으로부터 이용당하고 버려질 경우에 대한 보험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모를 자신의 양심이 지금처럼 자신에게 명령을 내릴 경우를 대비했을 것이다. 만일 아무때고 진실을 밝히려 했을 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면 진실을 그대로 묻힐 수밖에 없다. 아무거라도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단서를 자신이 남기고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무것도 얻는 것이란 없었다. 오히려 아직까지 남규만은 자신을 비록 도구로써이기는 하지만 필요로하며 적지않은 돈을 쥐어주고 있었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한다면 잠시의 양심이나 자존심같은 것은 그저 접고 오로지 남규만을 위해 헌신하며 충성하는 것이 더 옳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자신을 저버릴 수 없었기에 마침내 소심한 선택을 하고 만다. 올곧은 친구 강석규(김진우 분)라면 자신에게 불리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자신이 그동안 간직해 온 소중한 증거를 건넨다. 조건은 없다. 강석규에게 맡긴다.

역시나 대미를 앞두고 각각의 퍼즐들이 가쁘게 서로 얽혀들기 시작한다. 아버지 서재혁으로부터 억지로 자백을 받아냈던 형사 곽한수(김영웅 분)는 벌써부터 남규만으로부터 버림받고 서진우와 손잡고 있었다. 박동호마저 아버지의 진실을 알고 남일호에게 선전포고하고 일호그룹을 박차고 나왔다. 남규만으로부터 협박을 받고도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배철주의 비틀린 자존심이 모든 것을 잃은 서진우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 박동호가 덮었던 5개월전의 사건이 4년 전 서촌여대생살인사건과 닮은 꼴로 서진우와 이인아(박민영 분)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탁영진이 모두를 배신하고 남일호라는 줄을 잡았듯 이번에는 박동호의 설득에 넘어간 검사 최진경(오나라 분)이 서진우의 편에서 남규만을 체포하러 나선다.

사실 많이 허술하다. 바로 얼마전 아버지 서재혁의 재심재판에서 홍무석과 남일호의 지시를 받고 자신을 좌절시켰던 바로 그 최진경이었다. 아무리 대기업의 비리를 밝혀낸 검사라는 명예가 대단하고, 더구나 그를 발판으로 장차 거머쥐게 될 검찰의 정점이라는 유혹이 달콤해도, 그러나 당장 눈앞의 현실은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거물을 자신들 몇몇이서 상대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토록 모두가 믿고 의지하던 검사 탁영진마저 욕망을 쫓아 남일호에게 붙어 버린 직후인데도 서진우나 박동호나 자신의 설득에 넘어간 최진경을 전혀 의심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 최진경이 끝가지 남일호와 싸우겠다고 하는 것도 탁영진의 배신 만큼이나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아마 앞으로 5주가 남았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것이다. 정리의 수순이지만 그 안에서도 반전은 필요하다. 아니면 다른 더 크고 중요한 계기가 준비되어 있거나.

결국 남여경(정해성 분)은 아무 선택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무존재로 남고 말았다. 하기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한다. 책임을 져야 한다. 검사로서 자신의 양심을 선택하든. 혈육에 대한 이끌림을 선택하든. 그러나 책임지는 것이 무섭고 버겁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라리 침묵과 방관은 선택한다. 책임을 떠넘기기를 선택한다. 모두가 저들의 탓이다. 저들이 잘못한 탓이다. 나는 아무 잘못도 없다. 차라리 혈육을 위해 검사라는 자신의 신분을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악역이라더라도 존재감은 있었을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 배역이 안타깝다. 아무거라도 반전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이제 서진우의 절대기억은 드라마에서 아무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어떤 역할도 하지 않는다. 단지 서진우에게 주어진 리미트, 알츠하이머의 전조로써 그의 비극을 담보할 뿐이다. 하루하루 잃어가는 기억이 서진우를 향한 이인아의 감정과 비례하여 주인공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극대화한다. 반대편에서 악역은 그 악의를 고조시킨다. 불행한 주인공과 용서할 수 없는 악역의 대비는 전형적이며 가장 효과적인 구도다. 여전히 위기는 중첩되고 앞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카타르시스는 커진다. 그래도 마침내 주인공은 승리한다.

과연 남규만의 위기는 악에 대한 최초의 징벌이 될까. 남규만을 벌주더라도 그의 뒤에는 남일호가 있다. 어쩌면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남일호의 약점을 노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서진우가 매번 남일호와 남규만 부자를 귀찮게 성가시게 만들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러고도 여전히 무사히 살아있다. 차라리 드라마이기에 마음놓고 지켜볼 수 있다. 언젠가 정의는 승리하게 될 것이다. 조금 멀리 힘들게 돌아가더라도. 끝이 다가온다. 통쾌할 순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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