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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6.01.26 12:29

[권상집 칼럼] 예능 방송인 이준석, 선거 출마에 관한 단상

사명감 없는 그의 출마의 변. 방송을 정치에 활용하는 꾼들의 시대

▲ 이준석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선거 때가 다가오니 방송에 얼굴을 들이밀었던 사람들이 또 다시 각자 출마하려는 지역구 가서 명함 내밀고 갑작스럽게 아주머니들 손 붙잡고 친한 척 하며 사진 찍기 바쁘다. 대법관이라는 사람 조차 지역구를 돌며 명함을 돌리고 어색한 웃음을 남발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니 정치가 아무리 물 갔다고 해도 권력이 좋긴 좋은가 보다. 이 와중에 만 31세의 나이에 과감히 노원병 지역구에 출마를 선언한 이준석의 출마의 변을 듣고 참 씁쓸한 생각마저 든다.

갑작스럽게 왜 이 지면에 정치 얘기를 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 정치와 예능의 영역은 서로 중첩되어 있고 정치가 희화화되고 예능화된 지도 20년이 다 되간다. 아울러, 이제는 방송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사람들이 대놓고 자신의 인지도와 평판을 활용하여 금뱃지 하나 따려고 하기에 정치와 방송 간의 상호 진입장벽은 이미 허물어진 지 오래다. 이런 영역을 가속화시킨 인물 중 한 명인 이준석이 젊은이를 대변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상당수 종편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이야기로 인지도를 쌓고 ‘썰전’, ‘지니어스’ 등 무차별 예능 출연을 통해서 연예인들과의 일회성 방송에만 심취해 있던 그가 갑자기 지역구에 출마 선언을 한 것을 보고 국내 정치는 역시 한없이 후퇴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노원구 상계동에 태어나서 자신의 노력으로 지금 그 자리까지 왔다고 자부하지만 과연 그가 말한 그 자리가 어디인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필자는 잘 모르겠다. 상당수 젊은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에 떨고 취업 준비에 노력을 기울일 때 그가 한 일이라곤 방송에서 연예인과의 잡담, 종편에서의 진부한 잡담이 전부였다 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난일까?

물론 방송에 출연했다고, 예능에 출연했다고 정치에 참여하거나 선거에 출마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분명한 신념과 자신만의 확고한 정치 철학이 있다면 어떤 출신이든 그 사람의 정치 참여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대 최연소로 여당의 비대위 멤버였던 그의 이번 출마의 변은 참신한 신인이라고 말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노회한 정치인의 언어로 가득했다.

예능에서 정치인들을 희화화하는 경우는 딱 두 가지다. 선거를 통해 어떤 성과를 만들 것인가 논하기에 앞서 자신의 지역에 연연해하는 지역 연고주의, 또 하나는 상대 후보에 대한 무차별한 비난과 비하이다. 이런 것들이 방송에서 정치인들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이유는 그 어떤 것보다도 국민들은 선거에서 나선 후보가 태생적 지역에 집착하는 것과 상대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에 싫증과 혐오를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민들은 언제나 선거 때마다 참신한 인재, 참신한 비전을 가진 새 인물을 원한다.

그런데, 이준석은 여전히 방송과 정치를 구분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31세의 나이에 최연소로 출마하면 다른 노회한 정치인들과 상당히 다른 자신만의 참신한 방향성, 확고한 정치 철학을 얘기해야 한다. 즉, 출마할 지역구의 현재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 지역구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향후 자신이 그리는 중장기적인 노원 지역구의 미래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얘기해야 한다. 그게 지역 주민에 대한 도리이다. 아쉽게도 그는 누구도 묻지 않은 하버드 졸업장을 내밀었고 상대 후보를 불곰이라며 비하했고 상계동 출신이라는 데 상당 부분 출마의 변을 할애했다.

과연 노원구에 사는 그 어떤 지역 주민이 그의 하버드 졸업장을 궁금해 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미 국내 정치 50년 역사상 끊임없이 되풀이된 고향집착, 지역팔이 연고주의는 반드시 고쳐야 할 고질병이다. 아울러, 출마할 때부터 상대 후보는 ‘상계동 출신이 아니다’, ‘불곰이다’라는 얘기는 도저히 무슨 생각으로 말했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정치에 입문하는 신인들은 색다른 모습을 보이기 위해 일단 출마의 변에서 ‘자신이 왜 정치를 해야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그려나갈 모습은 무엇인지’에 상당 부분 비중을 할애한다. 그게 거짓말일지언정 그게 정치 신인의 도리이다.

그의 출마의 변 이후 상당수 평론가들이 여전히 그는 예능과 정치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맞다. 최근 들어 전현무 역시 상대를 끊임없이 조롱하고 비하해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방송 및 예능의 트렌드 중 하나가 상대에 대한 조롱을 통한 웃음거리 창출이기에 이런 방송 트렌드에 이준석 그도 너무 깊숙이 발을 들여놓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리 그렇다 치더라도 참신성을 기대하는 31세의 나이에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과 상계동 출신 운운은 3선 이상의 구태 정치인을 떠올리게 한다. 지역 주민을 위해 무엇을 기여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지, 상대 후보가 거물이기에 그와의 대립을 부각시켜 자신의 정치적 인지도를 높이는 건, 옳은 정치인의 자세도 아니다.

물론, 그가 준비한 비전과 철학을 모르고 이렇게 필자가 비판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비전과 철학은 차근차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걸 그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비전의 부재, 철학의 부재가 후보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건 그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최선을 다하되, 한 가지 그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 선거에서 당선을 하면 소신 있는 정치인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그러나, 선거에서 만약 떨어진 후 다시 종편이나 예능에 이곳 저곳 출연해서 자신의 정치 출마를 잡담 소재로 삼아 방송에 집착하는 모습은 그만하길 바란다. 그때는 ‘또 한 명의 낡은 방송인이 나왔구나’ 라고 시청자들이 생각할 테니 말이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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