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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6.01.12 12:18

[권상집 칼럼] 타히티 지수 사건을 통해 또 다시 고개를 든 스폰서 브로커, 그 폐단

연예계 고질적 병폐, 스폰서 및 브로커들

▲ 타히티 지수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들이 사업을 하면서 가장 난색을 표명하거나 어려움을 토로하는 부분 중 하나는 기획사로부터 은밀하게 제의가 들어오는 검은 손이다.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서 조용하게 접촉하는 그들은 하나같이 떵떵거리는 재산과 하염없이 많은 시간을 갖고 있는 이른바 금수저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대부터 떠돌던 연예계 스폰서 및 브로커 사건이 2016년인 지금에도 이토록 아무렇지 않게 횡행하는 건 이들에겐 언제나 무혐의라는 관용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화려한 조명과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을 버는 연예인은 사실 극소수다. 대중은 끊임없이 TV 및 인터넷 매체를 통해 이들이 한해 몇 십억을 벌었고 몇 개의 CF를 찍어 강남에 고층 빌딩을 샀다는 소식을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듣지만 그 뒤에는 일반인들보다 훨씬 못한 생계를 유지하는 연예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족히 수 천명, 아닌 수 만명은 된다. 1년에 1,000만원도 못 벌면서 연예인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스폰서라는 존재는 사실 필요악인지도 모른다.

연예인 지망생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꾸준히 늘고 있어, 잠재적으로 기획사들이 추정하는 연예인 지망생만 100만 ~ 200만명이다. 대한민국 국민 25명 중 1명 꼴로 지망생이 있을 정도니 그 규모를 가히 알만하다. 지망생은 급격히 늘고 있지만 연예계로 발을 들여놓는 사람도 극소수고 그 중에서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원은 200여명 정도이니 그 성공 가능성은 0.01% 수준이다.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 특히, 공부나 운동에 비해 자신이 열심히 노력한다고 문이 열리는 것도 아니라서 해당 분야는 “천운이 따르는 사람만 연예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연예기획사 이사들도 서슴지 않고 내뱉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디션 프로에 지원하고 영화 및 드라마 조연급 연기자로 지원해도 쉽게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기 위해 체계적이지 못한 기획사의 횡포에 농락당하고 연예인을 하기 위해서 성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삼류 경영자의 저질 관리에 넘어간다. 성공한다고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번 타히티의 지수 사건처럼 또 다시 검은 손들이 일부 성공한 걸그룹 및 배우들을 향해 낯뜨거운 구애를 뻗치는 게 일상이다.

영화 학원에 다니는 10대 지망생을 성폭행한 비디오 영화감독이 세상의 지탄을 받았던 게, 1993년의 일이다. 그 이후 지상파 방송국 PD들의 성 상납과 7년 전 벌어진 장자연 성 상납 리스트까지 줄곧 30년 가까이 관행처럼 성 상납, 스폰서라는 말이 그 업계에서 굳어지고 있다. 그리고 지망생들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것처럼 생각하니 이 폐단이 끊어질 리 없다. 단적인 예로, 장자연 성 상납 리스트는 인터넷에 거의 퍼지다시피 해서 웬만한 네티즌들은 해당 명단을 모두 봤지만 그 사람들을 철저히 조사했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들은 바가 없다.

스폰서라는 말은 의미 그 자체로 후원자이다. 그런데 연예계에서는 말이 후원자이지, 대부분은 불법으로 거래되는 성 매매로 의미가 통한다. 한때, 검찰에서 소신 있는 법조인이 국내 고위 권력자들의 불법 성 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수사를 벌였다가 도중에 중단되었던 점이나 그 동안 연예계 검은 고리로 부각되었던 인물의 수사가 진행되었다가 무혐의로 처리된 사안을 우리는 수없이 목격해왔다. 놀랍게도 정치나 경제의 온갖 비리를 다 파헤치는 언론에서도 연예계 스폰서 브로커 및 성 매매 비리에는 항상 조용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이 상황에서 걸그룹 타히티의 지수는 이번 스폰서 브로커 사건을 공개함으로써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스폰서 브로커가 보낸 메시지와 함께 해당 금액까지 폭로함으로써 이 사건이 근절될 수 있는 또 한번의 단초를 경찰과 언론에 제공했기 때문이다. 메시지 속 스폰서라고 일명 자처하는 인간도 20대 중반인 걸 보니 시간 많고 돈 많은 타락한 금수저임이 분명하다. 이런 사람들이 멋대로 행동해도 항상 조용한 관행을 베풀었던 비상식의 나라가 대한민국이니 아쉽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오늘 아침 방송을 보니 모 방송 진행자가 “우리는 이번 사건이 어떻게 종결될지, 그리고 수사기관이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끝까지 추적하겠다.”라고 강조한다. 이 약속이 과연 지켜질지 두고 볼 일이다. 이미 수년간 방송 매체의 침묵과 수사기관의 무혐의 처리로 인해 연예계 스폰서 사건이 묻혔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정의로운 검사, 은폐된 사건을 파헤치는 기자는 우리에게는 이미 너무 먼 얘기이다. 이미, 충무로 영화계에서는 기자나 검사가 정의로우면 흥행이 안 된다는 속설이 정설처럼 퍼져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장자연 사건이 이미 7년 전 일이다. 그리고 이내 우리의 기억 속에 해당 사건은 사라졌다.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해 단죄를 받은 인물 역시 단 한 명도 없다. 상황이 이렇기에, 보이지 않는 손들이 잠깐 숨었다가 다시 고개를 쳐들고 조용히 기획사를 통해, 해당 연예인을 통해 다시 검은 손을 뻗치는 악순환은 반복되고 있다. 이번 사건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어떻게 사건이 종결되는지 끝까지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모든 언론 매체에 당부한다면 연예인 스캔들에 대해서 대중은 관심이 없다. 누가 누구를 만나고 사귀는지를 끝까지 추적하지 말고 이러한 폐단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끝까지 확인하고 추적하는 것이 진정한 매체의 도리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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