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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01.12 07:44

[김윤석의 드라마톡] 육룡이 나르샤 29회 "전혀 뜻밖의 반전, 척사광의 정체가 밝혀지다"

이성계와 무명, 그리고 척사광, 고려의 운명을 다투는 세 개의 다리가 완성되다

▲ 육룡이 나르샤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육룡이 나르샤. 이건 정말 생각도 못했었다. 무명과 관계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정창군 왕요(이민섭 분) 자신이거나, 아니면 왕요의 주위를 맴도는 의문의 여인 윤랑(한예리 분)이거나. 그래서 굳이 정몽주(김의성 분)를 정도전(김명민 분)의 동굴로 유인하여 둘의 사이를 갈라놓고 스스로 왕요를 찾아가도록 만든 것이리라. 그런데 설마 그 윤랑이 바로 그 척사광이었다니.

상황이 아주 재미있어졌다. 일단 현재 고려조정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인 이성계(천호진 분)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었다. 수많은 외침으로부터 나라를 구한 영웅이었고, 이인겸 이후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마침내 권력의 정점에 선 권신이었으며, 나라의 모든 군권을 한손에 틀어쥔 실력자였다. 당장 이색(김종수 분)이 사대부와 권문세족을 모아 그에 대항하고는 있지만 단지 명분이 필요했기에 직접적인 공격을 자제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대로 가만히만 있어도 아무 힘도 없는 어린 왕의 머리에 쓰인 왕관따위 자연스럽게 이성계 자신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을 것이었다. 이미 대세는 정해졌으며 모든 상황은 끝났다.

그런데 그렇게 막 대세가 결정되려는 순간 정도전이 무엇보다 우선해서 해결하려 하는 토지개혁을 막아서며 고려 이전부터 있어왔다는 비밀조직 '무명'이 모습을 드러낸다. '무명'이 이름이 아니라 아무 이름도 없기에 '무명'이라 불리는 것이다. 어디에도 없지만 '무명'이 없는 곳은 없다. 때로 강력한 무력으로, 혹은 때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묘한 책략으로, 상당한 세력을 구축한 이성계와 정도전마저 우습게 여길 수 있는 조직과 세력마저 가지고 있다. 저들은 아직 어둠속에 숨어 있고 이성계들은 모두 밝은 곳에 드러나 있으니 시작부터 불리한 싸움이었다. 그런 '무명'이 마침내 자신들에게 명분을 쥐어줄 새로운 왕을 세우려 하고 있었다.

정몽주가 정도전의 동굴을 찾은 것은 그런 그들의 계략이었다. 정몽주에게 정도전의 계획을 알림으로써 두 사람의 사이를 갈라놓고, 나아가 이성계를 앞세운 역성혁명을 좌절시키기 위해 유력한 왕족인 정창군 왕요를 찾아가 그를 왕위에 올리도록 유도한다. 정작 왕요가 왕위를 거부하고 도망치려 하자 '무명'의 주요인물인 육산선생(안석환 분)이 직접 나서서 협상 아닌 협박을 통해 그로 하여금 왕위에 오르도록 몰아붙인다. 일단 왕위에만 오르면 나머지는 자신들이 모두 해결해 주겠다. 조정을 안정시키고 왕의 적들도 자신들이 제거해 주겠다. 듣기에는 솔깃하지만 세상일에 공짜란 없다. 받은 것이 있으면 그만큼 다시 내주어야 한다. 저들이 무엇을 요구한다고 그것을 거부할 힘이 정창군에게는 없다. 저들이 대가를 바란다면 자신은 저들이 바라는대로 뭐든 해주어야만 한다. 꼭두각시가 되어 버린다.

그런데 하필 그런 정창군의 가장 가까운 곳에 풍문으로만 떠돌던 곡산 척가의 최고수 척사광이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 고려중엽의 전설적인 무장 척준경의 후예로써 척준경이 남겼다는 곡산검법을 완성한 신비의 고수가 무희로 자신을 위장한 채 정창군의 곁에 머물고 있었다. 젊은 사대부들의 구심점인 정몽주에 이어 적의 어떤 칼도 방패도 모두 베어버릴 수 있는 절세의 보검까지 손에 쥐게 된 것이었다. 아무리 '무명'이라 할지라도 척사광이 지키는 정창군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명성대로라면 이성계든 '무명'이든 그들이 소유한 어떤 칼로도 정창군을 지키는 칼을 꺾을 수 없다. 암살의 위협만 피한다면 명분은 왕인 자신에게 있다. 이성계와 '무명'에 이은 세번째 세력의 등장이다. 고려를 지키려는 충신과 고려의 마지막 왕이다.

과연 대단하다. 탁월한 상상력이다. 역사에는 그저 우왕이 자신을 찾아온 김저에게 보검을 주고 이성계를 죽이라 사주했다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왕이 김저에게 건넨 보검이란 그저 화려하게 장식된 좋은 칼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칼보다도 날카로운 바로 사람이었었다. 우왕이 이성계에게 내렸다는 하사품에서 뛰쳐나온 것은 바로 척준경의 후손이라는 곡산 척가의 칼잡이였다. 그 칼잡이를 우와에게 보낸 것도, 김저로 하여금 우왕을 찾아가게 한 것도 모두 '무명'의 계획이었다. 이성계를 죽일 수 없다면 이를 기회삼아 자신들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왕을 세운다. 역사에 기록된대로 정몽주가 폐가입진(가짜를 폐하고 진짜를 왕위에 세운다)을 명분으로 공양왕을 즉위케 하는 무대가 만들어진다. 다만 그 과정에서 척사광이라는 변수가 상황을 보다 복잡하게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분명 이성계를 암살하려 했던 곡산 척가의 고수는 삼한제일검 이방지와 최소한 대등했었다. 오히려 다리에 화살을 맞은 상태에서도 거의 대등하게 겨루며 추격을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그보다 더 강하다는 척사광이다. 이방지는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술잔받아내기를 윤랑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척사광은 한 번에 성공해낸다. 심지어 조영규(민성욱 분)가 보낸 사람들마저 술잔을 띄워올리고 떨어지는 사이 모두 제거하고 만다. 지금 시점에서 이방지는 결코 척사광에 미치지 못한다. 이방지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무휼(윤균상 분)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가 스포일러다. 그럼에도 공양왕은 이성계에 양위하고 마침내 죽임을 당한다. 길선미에 이어 이방지와 무휼이 꺾어야만 하는 적이 등장한다.

무휼의 무술사부 홍대홍(이준혁 분)의 정체가 밝혀진다. 원래는 곡산 척가의 가노였었다. 누구보다 눈이 좋아 아무리 멀리 있는 것도 선명히 보고, 아무리 빠른 것도 느리게 볼 수 있다. 한 번 본 것은 잊지 않는다. 눈도 머리도 선명하게 검로를 그리고 있지만 몸은 그것을 따라주지 않는다. 무술실력도 변변찮은 홍대홍이 길태미와 홍륜, 그리고 무휼과 같은 고수들을 길러낼 수 있었던 이유였다. 처음 홍대홍의 말이 길어질 때 이방지가 후회한다. 지금까지 비밀에 가려진 척사광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척사광이 가까이 있다. 무휼도 장차 조선제일검으로써 자신을 드러낼 때가 되었다.

이성계와 정도전, 그리고 '무명', 여기에 다시 척사광과 정몽주, 고려라는 천하를 사이에 둔 세 개의 다리가 완성되었다. 물고 물린다.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역사는 그 결과를 너무나 분명하게 가르쳐준다. 서운하다. 결국 고수의 칼끝에서 서로의 운명이 갈린다. 이방지와 척가 고수의 싸움은 과연 드라마의 강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호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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