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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12.17 07:27

[김윤석의 드라마톡] 리멤버 아들의 전쟁 3회 "명확해진 전선, 진실이 아닌 전쟁"

이미 밝혀진 진실과 짓밟힌 진실을 찾기 위한 싸움

▲ 리멤버 주역들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리멤버. 벌써부터 재미있다. 이제 겨우 3회다. 그런데 사건과 관련한 진실들이 거의 대부분 밝혀지고 있다. 심지어 남규만(남궁민 분)이 자신의 입으로 오정아(한보배 분)를 살해한 것은 자신이라 자백하는 동영상까지 확보했다. 진범까지 밝혀졌는데 서재혁(전광렬 분)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작 드라마의 첫회 도입부에서 이미 시청자들은 사형수로 4년째 복역중인 서재혁의 모습을 보았다.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진실이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법정에서 법의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진실들을 가리고 비틀어버린 적들과의 싸움인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진실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막아선 적들을 쓰러뜨려야 하는 치열한 한바탕 전쟁인 것이다. 감당할 수 없이 더 크고 더 강한 힘을 가진 적들을 어떻게든 쓰러뜨려야만 마침내 모든 진실을 밝히고 아버지를 구해낼 수 있는 것이다. 진실은 기만이고 정의는 폭력이며 법은 위선이다. 거짓과 야합으로 쌓아올린 적들의 성은 너무 크고 단단해서 도저히 불가능하게만 보인다.

그래서 슬픈 것이다. 그나마 서진우 정도 되는 특별한 능력을 타고 나야 겨우 세상의 모순과 맞서 싸울 수 있다. 한 번 본 것은 스치듯 보았던 것까지 모두 기억한다. 심지어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까지 다시 기억에서 끄집어낼 수 있다. 과연 어떻게 싸울 것인가. 변호사로서도 노련하고 이미 모든 증거까지 확보한 박동호(박성웅 분)마저 끝내 실패한 듯 보인다. 앞으로도 계속 곁에 머물며 서진우를 도울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그러면 고작해야 비슷한 수준의 이인아(박민영 분) 정도만이 그의 곁에 남게 된다. 어떻게 서진우는 법과 자본이 결탁한 저 거대한 모순의 성벽 앞에 자신을 부딪히고 마침내 부수게 될 것인가.

솔직히 의외였다. 악역처럼 보였다. 물론 진심도 내보였었다. 서진우의 앞에서 아버지의 유골함을 보며 혼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무작정 자신의 앞을 막아선 서진우의 모습에서 아버지가 돌아가고 무작정 석주일(이원종 분)의 앞을 막아섰던 자신의 모습도 떠올리고 있었다. 처음 서진우의 의뢰를 거절했던 것도 어쩌면 서진우의 진심을 자신의 진심으로 돌려줄 자신이 없어서인지 모른다. 서진우와 그의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재판에서 이겨주고 싶은데 정작 그럴 가능성이 당시로서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어쩌면 남규만이 범인일지 모른다는 확신이 생겼을 때 박동호는 주저없이 재판중인 재판정으로 쳐들어가 정식으로 서진우로부터 변호의뢰를 맡게 된다. 수임료는 고작 5만원. 지금까지의 사건들과는 전혀 다른 의도로 맡게 된 사건이라는 상징적인 액수다.

과연 노련하게 변호를 맡게 된 즉시 연기를 신청하고, 정식으로 재판에 들어가서는 서진우의 능력을 십분 활용해 검사 홍무석(엄효섭 분)이 증인으로 부른 담당형사로부터 아들까지 들먹이며 협박하여 강제로 자술서를 받아낸 자백을 받아낸다. 이미 현장에 아무런 증거도 남지 않아 미궁에 빠졌던 사건이었다. 거의 유일하면서 유력한 증거인 자술사마저 증거로서의 가치를 부정당한다면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처음 추측했던 대로 진범을 찾아 증거를 확보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 악당이지만, 그러나 막다른 궁지에 몰려 있던 서재혁과 서진우 부장에게는 유일한 구원이었다. 전형적인 반영웅이다. 악당이 누군가에게는 영웅이 된다. 다만 승리하지는 못한다.

남규만의 뒤에 버티고 있던 남일호(한진희 분) 회장이 전면으로 나선다. 하기는 아들 남규만이, 그것도 굳이 감추지 않고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하는 행동들을 아버지인 남일호가 전혀 모르고 있을 리 없다. 가장 먼저 담당변호사인 박동호를 자신의 앞으로 불러내 앉힌다. 남규만이 아닌 아버지 남일호를 상대해야 함을 선언하듯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담당검사 홍부석과도 박동호는 악연으로 얽혀 있다. 막대한 자본과 법이 그들의 적이었다. 박동호가 마주하고 있는 저들이 장차 서진우가 마주하고 싸워야 할 적들인 것이다. 과연 서진우에게 박동호란 어떤 의미일까. 아버지가 쓰러지면 아들이 대신해서 싸우고, 스스이 꺾이면 제자가 그 싸움을 물려받는다. 서진우가 굳이 변호사가 되고자 마음먹은 것도 어쩌면 박동호의 영향이었을지 모른다.

전선을 확인한다. 남규만은 적이다. 진범이며 악이다. 그를 비호하는 남일호도, 진실을 왜곡하려는 홍무석도 적이다. 사실과 상관없이 그저 비난부터 퍼붓는 다른 사람들 역시 결국 서진우의 편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곁에 남아 있는 몇 안 되지만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외롭지만은 않은 싸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막막하고 아득한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다. 패배는 어쩌면 그 시작이다. 예고편을 괜히 봤다. 이제야 비로소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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