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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의 드라마톡] 육룡이 나르샤 19회 "마치 스릴러처럼, 마침내 밝혀지는 요동정벌의 실체"
이제까지 없었던 권력, 타협도 양보도 없는 무욕의 정의
2015년 12월 08일 (화) 05: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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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 육룡이 나르샤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육룡이 나르샤. 이렇게 재구성해 놓으니 역사적 사실인 최영(전국환 분)의 요동정벌조차 스릴러의 긴박함을 위한 비밀스런 음모로 바뀌고 만다. 드라마로도 여러 차례 만들어져 너무나 익숙한 뻔한 사실들인데 마치 처음 듣는 이야기인 양 흥미롭고 설레인다. 과연 어떻게? 과연 무엇을?

아무도 몰랐다. 어느 누구 하나 눈치챈 이가 없었다. 모두가 명나라의 무리한 요구에 분개하는 동안에도 오로지 최영만을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평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정도전(김명민 분)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설마 뒤에서 몰래 원나라의 고위관리와 만나 밀약을 맺고 군수물자까지 준비할 줄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거의 모든 준비가 끝난 뒤였다. 압록강을 건널 날짜마저 정해졌다. 사실 설정오류다. 아무리 물소뿔이 많다고 그렇게 짧은 기간 안에 모두 활로 만들어 병사들에게 지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성능만큼이나 제작방법도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하지만 그런 세세한 내용들이야 드라마에서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숙제가 주어졌다. 그렇게 어렵게 알아낸 최영의 요동정벌에 대해 정도전을 중심으로 뭉친 이성계(천호진 분)의 진영은 어떤 대응을 보일 것인가.

죽은 홍인방의 집에서 밤늦게 아무도 모르게 수레 한 대가 나와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화사단에서 최영이 원나라 말을 쓰는 상인과 비밀리에 만나 무언가 대화를 나누었다. 무엇인가. 분이(신세경 분)가 감시하던 덕칠을 죽게 만든 수레의 행방을 쫓아 비국사에까지 이른다. 이방지(변요한 분)와 연희(정유미 분)가 상인의 정체를 알기 위해 정도전을 앞세워 화사단 단주 초영(윤손하 분)의 방까지 뒤진 끝에 초영에게 들킨 상황을 역이용하여 최영이 말했다는 날짜를 전해듣게 된다. 비국사에서 찾은 대량의 물소뿔과 '압록강'이라는 필담의 흔적, 그리고 화사단주에게 들은 초칠일이란 말이 가리키는 바는 과연 무엇인가. 분이와 연희를 통해 최영의 비밀을 쫓는다. 이방원(유아인 분)과 정도전의 도움을 받아 비밀스런 계획을 알아간다. 이미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이라는 사실마저 잠시 잊고 만다. 그리고 다시 숙제가 주어진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정도전과 이방원 등은 자신들이 알아낸 사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정도전 등이 비로소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최영은 이미 거의 모든 준비를 마치고 우왕을 앞세워 이성계와 만나고 있던 중이었다. 우왕이 보는 앞에서 왕의 권위까지 빌어 이성계를 설득하려는 순간이었다. 인상처럼 그저 우직하고 완고하기만 한 단순한 무장이 아니었다. 고려건국공신의 후예이며 손꼽히는 권문세족의 하나였다. 정치니 권력이니 하는 것에 아주 무지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도방의 모두를 속인 채 비밀리에 요동정벌을 추진했던 그대로 이성계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도록 왕명을 통해 그를 압박하려 한다. 아무도 없는 가운데 고려왕의 신하로서 이성계는 왕의 명령을 받게 된다. 정도전 등은 그런 이성계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이성계는 명령을 받들게 된다. 이후는 역사에 기록된 대로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 이제 정도전 등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성계와 함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유형의 권력자와 만나게 될 것이다. 사심이 없다. 사욕이 없다. 어떤 개인의 이기도 탐욕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타협하지 않는다. 양보도 하지 않는다. 타협하는 것은 두렵기 때문이다. 양보하는 것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적당한 거래를 통해 적을 달래고 아군을 만족시킨다. 더 큰 불안을 줄이고 더 많은 이익을 확보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두렵거나 욕심나지 않기에 더 이상 타협할 것도 양보할 것도 없다. 귀양간 이인겸(최종원 분)을 대신하여 최영에 기대려던 남은 당여들 역시 처음 계산과는 달리 일방적으로 최영의 지시만을 들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다. 사실 그 상태에서 무장 특유의 옹고집으로 모두가 반대하는 요동정벌을 그대로 밀어붙여야 역사적 사실과 맞을 테지만, 그러나 드라마의 재미란 은밀함과 갑작스러움일 것이다. 음모와 그것을 쫓는 과정이다.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면서도 마음껏 가지고 놀듯 주물러댄다. 그것이 또 재미있다.

아쉽게도 이번회차에는 액션이 별로 없다. 간만에 무휼(윤균상 분)이 제실력을 보이기는 했지만 기껏해야 뒷골목 왈패들이 상대라 그다지 크게 인상에 남지 않는다. 비국사에서 적룡(한상진 분)의 수하들과 크게 한 번 싸울 뻔한 상황도 있었지만 적룡이 나서며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하기는 전대 삼한제일검 길태미(박혁권 분)가 이방지 손에 죽었다. 길태미를 대신할 적이 나타나게 되더라도 그리 빠르게는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해 강자를 꺾어 이름을 날리고 싶은 무휼의 바람이 이루어지기에는 아직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일 게다. 그보다는 이야기의 흐름에 치중한다. 여말선초의 상징적인 사건 위화도 회군으로 급하게 달려간다. 귀양가는 이인겸과 비국사를 찾은 이방원에게 사실을 전한 비밀조직 '무명'의 의도는 무엇인가. 분이와 이방원의 사랑도 아니면서 우정도 아닌 미묘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정도전이 만든 조직이 아니었다. 만들기는 정도전이 만들었어도 완성한 것은 다름아닌 분이였다. 중간과정이 생략된 이유였을 것이다. 어쩌면 처음에는 분이 자신의 말처럼 반장난이었을 것이다. 이서군 사람들이 분이를 대장이라 부르니 장난삼아 따라부르던 것이 시작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서군 사람들로부터 분이의 활약을 듣고, 이후 분이를 겪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분이의 실력을 인정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서군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분이에게서 자신들이 갖지 못한 어떤 기대와 희망 같은 것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 분이를 보는 이방원의 표정이 그리 편치 못했을 것이다. 역사의 변화에는 필연적으로 백성의 희생이 따르게 된다. 이방지도 걱정한다.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라. 전작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훈민정음의 반포를 위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어나가고 있었다.

비극을 예고하는 것일까? 어느새 개경 백성들의 구심점이 되어 있었다. 최영의 비밀스런 계획을 쫓다가 안타깝게 희생된 아직 어린 덕칠처럼 아무렇지 않게 희생되는 백성들의 선두에 서게 되었다. 비천한 신분에도 고귀한 신분의 이방원에게 말을 놓는 분이를 민다경(공승연 분)은 다정하게 꾸짖는다. 분이는 민다경에게 남편을 두고 싸울 상대조차 되지 못한다. 그것이 바로 신분의 차이다. 분이가 백성들의 편에 설수록 이방원이 걸어가게 될 운명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미련하며 떨쳐버리지 못한다.

드디어 요동정벌이다. 아니 벌써 위화도 회군이다. 조선의 건국은 사실상 위화도회군으로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적은 이제부터 등장한다. 조선이 건국되고 나서는 이제 필연적으로 어제의 동지들이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될 것이다. 역사는 결정되었을지 몰라도 역사의 격랑속을 살아가는 그들의 싸움은 이제 겨우 시작되려 하고 있을 것이다. 다정함이 오히려 잔인한 비극으로 남게 된다. 

조소생이 남긴 초주지가라는 말은 이인겸을 통해 다르게 해석된다. 조소생과의 군신관계는 명분이다. 고려를 쫓아 옛영토를 쫓는 것은 공리이며 대의다. 대의를 위해 명분을 저버린다. 이성계는 고려왕의 신하였다. 이인임은 일찍부터 이성계의 야심을 경고했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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