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공소리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5.10.21 12:34

[공소리 칼럼] 어떤 영향을 끼치든 양성(兩性)이 가장이다

[스타데일리뉴스=공소리 칼럼니스트] 요즘 흥행하는 외국 영화 주인공은 젊은 여성 CEO다. 그녀의 남편은 전업주부다. 주인공은 이사진의 건의와 가정생활의 균형 때문에 회사 경영권을 포기하느냐, 마느냐로 고민하지만 결국 경영을 포기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잘나가는 회사의 경영자로, 그녀의 남편은 여전히 전업주부로 남기로 한다. 영화에서 전통적인 역할이 아닌 현대 처지에 맞는 변화된 모습이 자연스레 반영되고 있다.

남자 전업주부란 아직 다소 낯설다. 하지만 여성신장이 이루어지면서 남자 전업주부 역할은 먼 이야기만은 아니다. 아내가 경제력이 있다면 남편이 전업주부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남성69%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24%가 아니라고 대답했고, 7%가 모르겠다고 답했다(매일경제, 2011).

꽤 높은 수치의 남성이 경제력만 해결된다면 전업주부를 희망했다. 어려운 취직 환경과 취직해서도 힘들게 사회생활을 견뎌야 하는 한국 남성은 전업주부를 희망하게 됐다. 게다가 여성신장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입지를 다지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가계의 책임이 반드시 남성이 몫이 아니게 된 것이다.

이제 가장은 남성만의 역할이 아니다. 홀로 가계를 지탱하기 힘들다 보니 맞벌이를 희망하는 기혼자가 늘고, 실제로 맞벌이 가정이 증가했다. 현재 양성 모두 가장의 무게를 나눠 짊어지고 있다. 가계 부양에 대한 부담감이 나뉘고 여성신장이 맞물리면서 과거보다 사회적으로 남성 전업주부에 대한 시선도 관대해졌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도 가사, 육아를 오롯이 공평하게 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여성이 가사노동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 남성들은 전업주부를 희망한다.

사회생활에 지쳐서 더 쉬운 전업주부를 희망하는 걸까?

아직 전업주부는 여자 비율이 훨씬 높다. 주부의 삶 또한 그리 녹록하지 않다고 한다. 크게 한국의 기혼자는 두 가지 형태다. 경제적 가장과 전업주부, 사회생활하는 한 명과 사회생활과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한 명.

맞벌이하는 한국 여성은 일과 육아, 가사 모두 잘해야 한다. 가정일에 치우치면 사회에서 무능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사회생활에 치우치면 무심한 아내이자 엄마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전업주부를 희망하는 남성이 많다니 아이러니하다. 

맞벌이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답이 없는 젊은 부부 혹은 서민들의 삶이 매우 고되고, 남성이 전통적인 가장이라는 부담감이 지금까지 녹슬어 있기에 반작용으로 많은 남성이 전업주부를 희망하게 된 것은 아닐까?

남성은 가장으로써 짐을 내려놓고, 양성 구분 없이 똑같이 역할을 짊어져야 한다. 상대 입장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고, 어떤 역할도 쉬운 차선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직업과 역할은 다양해지고, 한국의 급진적 경제성장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는다. 핵가족화, 불안정한 고용시장, 경제 저성장, 고물가에 역할 구분이 사라지고, 바쁘게 일해도 경제적으로 빠듯한 세상에서 전업주부란 이제 희귀해져 간다.

소인 가정이 늘어나면서 가정을 오롯이 뒷받침하는 주부가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하는 세상에 가까워졌다니 어쩌면 씁쓸한 일이다. 만년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도, 만년 가정일만 하는 사람도 없다. 어떤 역할도 가정과 사랑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