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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5.10.06 04:13

[권상집 칼럼] 공공연한 음원 사재기 비밀, 터질 것이 터졌다

음원 사재기를 주도하는 보이지 않는 손을 근절해야

▲ SM YG JYP 로고 ⓒSM YG JYP 엔터테인먼트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음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음원 사재기일 것이다.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말 그대로 누구나 알고 있지만 수면 위로 꺼내지 않은 고질적 병폐가 바로 음원 사재기이다. 음반에서 음원으로 가수 및 기획사의 수입원이 바뀌면서 음원차트 올킬이라는 과제가 기획사의 수익 창출 숙명이 되면서 음원 사재기는 음악업계에서 필요악으로 지금까지 인정 받아 왔다. 음원 사재기 논란은 최근 JTBC의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를 하던 가수 박진영과 이승환이 이슈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면서 음악업계의 자성의 목소리가 비로소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돌이켜보면 음원차트 올킬을 하는 가수가 어디 한둘인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가수나 아이돌 그룹이 나오며 가장 크게 주목을 받는 부분이 바로 음원차트 올킬이다. 지난 2년 전, 이런 의혹을 받아왔던 SM과 JYP, YG 등은 음원 사재기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검찰에 수사를 촉구한 바 있지만 조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그야말로 흐지부지 종결되고 말았다. 이렇게 본다면 음원 사재기의 보이지 않는 손 역시 대단한 영향력을 지닌 세력(?)임엔 틀림 없다. 소위 음악업계를 좌지우지하는 주요 기획사의 대표들 조차 음원 사재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음원 사재기 및 도서 사재기, 영화관람객 증대 등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미 신간이 나오면 도서를 사재기하여 주요 서점의 도서 순위 차트에 올리는 이른바 ‘도서 사재기’는 음반 사재기 이전부터 훨씬 오랜 기간 출판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여겨져 왔다. 2013년에는 국내 최고의 소설가라고 할 수 있는 일부 소설가들의 작품 마저 대형서점에서의 갑작스런 판매 증가로 사재기 의혹을 받은 바 있다. 한 해에 수천 권의 신간이 쏟아져 나오고 이 중 실용서적, 자기계발서만 몇 백권이니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도서 사재기는 그 동안 출판계에서 공공연히 자리잡아 왔다.

영화관람객 증대 역시 주요 배급사들이 항상 단골처럼 해오던 일이다. 주로 해당 배급사가 대규모 제작 투자를 감행한 영화는 영화 티켓을 임직원들에게 몇 장씩 배포하여 영화 관람을 독려하기도 했다. 자사가 좋은 작품으로 선정하여 거액을 투자한 건 영화 발전을 위해서 좋은 일이나 초기 관객몰이를 위해 임직원들에게 영화 관람을 여러 차례 독려하는 건 영화에 대한 공정한 흥행을 위해서도 좋은 일은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이 부분도 어느 정도 자정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이제 도서 사재기, 영화 관람객 몰이 정화에 이어 음원 사재기의 해결만 남은 상황이다.

음원 사재기에 대해 주요 기획사들의 대표들이 강경 모드로 돌입한 이유도 오랜 기간 음악업계에서는 ‘대형 기획사가 음원 사재기를 주도한다’는 소문이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돌 그룹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기획하는 대형 기획사들은 특히 음원 사재기의 대표적인 주범(?)처럼 오해를 받아 왔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문제 역시 국내 주요 아티스트 및 기획사들이 먼저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니 일단 수사가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볼 일이다. 과거 도서 사재기 의혹을 받은 모 출판사 대표는 해당 부분을 인정하며 대표직을 사임하기도 했다. 음악업계 역시 사재기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기획사 대표가 있다면 과감히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음원 사재기나 출판업계의 도서 사재기나 영화 관람객 증대 몰이나 모두 올바름 방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상당수 문화콘텐츠 기업이 끊임없이 유혹에 시달리는 이유는 베스트셀러 집계, 영화 흥행 순위, 음원 판매 순위에 의해 모든 업계 구조의 수익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서점이나 음원 사이트뿐만 아니라 포털에서 검색만 해봐도 현재 음원, 영화, 도서 순위가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이를 모든 문화콘텐츠 기업이 최고의 마케팅 수단으로 여기고 있으니 이 문제가 쉽게 근절될 리가 없다. 사실상 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콘텐츠의 승부를 조작하고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업계 담당자들의 윤리적 마인드 역시 부실한 편이다.

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을 엄한 죄로 여겨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불합리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문화적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간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서 승부조작을 한 감독 및 선수는 그 죄의 무게를 떠나 과감히 시장에서 퇴출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사재기는 수사가 답보 상태이거나 단순 경범죄로 이를 고려하여 과태료만 물리고 있으니 여기에 대한 두려움이나 죄책감을 사재기 브로커들이 가질 리 없다.

오랜만에 음반업계의 주요 기획사 CEO들이 한 목소리로 음원 사재기에 대한 공정한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업계 소위 선도기업들의 CEO가 특정 이슈에 대해 같은 의견을 내는 건 그야말로 해당 문제가 심각함을 의미한다. 그 동안 선량한 독자와 스포츠 관람객들을 우롱한 사재기 출판사와 승부조작에 연루된 감독 및 선수는 영구 퇴출되었다. 이번에야말로 음악업계에서도 업계의 공정한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보이지 않는 세력을 발본색원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음원 브로커들은 당분간 더 깊게 숨을 것이다. 이들을 찾아내기 위한 공정한 정책과 해답은 이미 음악업계도 알고 있다. 이제 그 해답을 내놔야 한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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