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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5.09.13 15:08

[권상집 칼럼] ‘그것이 알고 싶다’가 보여준 영화 베테랑의 현실 버전

영화보다 더한 현실 속 재벌 오너들의 횡포를 마주하다

▲ '그것이 알고 싶다' ⓒSBS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SBS가 아마 가장 자랑스럽게 시청자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1992년부터 시작된 ‘그것이 알고 싶다’일 것이다. 이영돈 PD라는 스타 프로듀서와 배우 문성근의 의기투합으로 시작된 그것이 알고 싶다는 그간 살인사건, 권력의 배후, 부정부패, 초자연적인 현상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시청자들이 갖고 있는 의문과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들을 냉철하게 꼬집는데 기여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한 MC 중 정치권에 도전하거나 정치권에 성공한 인물만 세 명이니 이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가히 확인할 만 하다.

1000회를 맞이하면서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은 우리에게 공정한 현실이 아닌 이미 기울어져버린 현실 속 공정함을 다시 반문이라도 하듯 권력자들의 부정부패와 횡포를 현재 시리즈로 다루고 있다. 기업에서 한번이라도 오너의 횡포를 마주한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을 보고 마음 속으로 공감했을 것이고 아직 사회에 진출하지 않은 대학생들은 말로만 듣던, 또는 영화로만 접하던 재벌가의 권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이미, 여당 대표의 사위가 마약 혐의에도 집행유예를 받고 재벌들이 무자비한 권력 남용을 저질러도 막을 수 없고 심판할 수 없는 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영화 베테랑이 꿈같이 다가오는 이유이다.

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소위 재벌 권력은 정치 권력에 견줄 대상이 아니었다. 정치인들이 경제인들을 좌지우지 했으며, 때로는 정치권에 찍히지 않기 위해 경제인들은 앞다투어 로비를 하던 시절도 그 시절이었다(물론, 지금 로비를 안 한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경제인들의 위상이나 파워가 정치인에 비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지금 이 시대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1997년 말 IMF를 계기로 대한민국에 성과주의 인사제도와 미국식 자본주의가 급속히 침투하면서 이 위상은 거꾸로 역전되고 만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번 방송을 통해 특정 기업의 오너 사례를 언급했음에도 이러한 사례를 특정인의 사례로만 국한해서 판단하지는 말 것을 강조했다. 그렇다. 이미 땅콩회항으로 유명한 대한항공 조현아 사건이나 롯데그룹의 후계자 선정을 위한 진흙탕 싸움에서 우리는 영화 베테랑보다 현실 속 재벌가들의 자본 싸움과 안하무인식 태도가 얼마나 극에 달했는지 직접 목도할 수 있었다. 필자가 아는 일부 기업인은 영화 베테랑을 본 후 ‘영화가 재벌 오너의 무자비함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라고 했을 정도이니 현실 속 그들의 모습을 짐작할 만 하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높이 평가하고 싶은 점은 어느 순간 사회의 건전한 감시망이 되어야 할 방송사, 언론사들이 재벌 기업의 비리를 파헤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벌어진 땅콩회항 사건은 특정인의 제보를 통해 모든 언론이 특종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덤벼들었고 롯데가의 후계자 선정 다툼은 당일 일본 언론에서 이를 먼저 터뜨렸기 때문에 국내 언론이 모두 앞다투어 방송을 한 특수한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이들 케이스를 일반화시켜서 평가하기는 곤란하다. 여전히 그들의 은밀한 관행에 대해서 가장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고 실시간으로 레이더망을 꼽고 있는 언론사, 방송사가 이를 묵인하는 건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SBS는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통해 실명으로 특정 기업의 후계자를 거론하며 VIP들이 보여주는 은밀한 그들만의 사생활을 들춰냈다. 언론사와 방송사가 요즘 광고라는 거대무기를 장착한 재벌가에게 무릎을 꿇고 있는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이런 시대적 흐름에 그것이 알고 싶다가 용기를 내어 방송을 강행한 점은 프로그램을 시청한 한 사람으로써, 아니 보다 투명한 기업경영을 바라는 한 사람으로써 격려를 해주기에 마땅했다.

영화 베테랑은 현재 관객 수 1250만에 육박하고 있다. 아울러, 베테랑은 암살을 뛰어넘어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최고의 흥행기록을 수립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CGV가 분석한 바에 의하면, 베테랑의 관객 비율은 영화를 평소 가장 많이 관람하는 세대인 20대가 제일 높았지만 거의 근접할 정도의 비율로 40대가 베테랑을 관람했다고 한다. 롯데시네마 예매율 조사에 의하면, 영화 베테랑은 40대의 관람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아마, 영화 베테랑 속 조태오의 폭언과 폭행을 직간접적으로 가장 많이 경험한 세대의 공감이 높기 때문 아닐까.

영화 속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자존심)가 없냐’는 대사는 관객에게 통쾌함을 주었지만 현실 속에서는 꿈과 같은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는 자본을 움켜쥔 사람들이 오늘도 자신들이 고용한 구성원을 노예 부리듯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더욱 막강한 그리고 강력한 도구가 되면서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못할 것이 없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영화 속에서 조태오를 때려잡는 서도철 형사와 광수대 형사들의 이야기가 통쾌하지만 극장 밖을 나오면 씁쓸해질 수밖에 없는 건 모두가 현실의 불가능함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인터뷰를 한 수행 기사의 인터뷰 속 메시지는 그래서 지금 우리들에게 특히 무겁게 다가온다.

“이렇게 인터뷰를 한다고 세상이 바뀌겠습니까?”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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