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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9.10 08:42

[김윤석의 드라마톡] 어셈블리 17회 "홍찬미의 활약과 살아난 진상필, 백도현이 잃은 것"

국회의원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 백도현의 계획이 깨지다

▲ '어셈블리' 포스터 ⓒ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어셈블리. 말에는 힘이 있다. 단지 말만으로 사람을 움직이고 바꾼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 자신이 필요한 것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단서가 필요하다. 마법사는 절대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진실을 잃은 말은 단지 성대가 내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말이 아닌 것으로는 누구도 무엇도 설득하거나 부탁하거나 위협할 수 없다.

"예전의 백총장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어렵겠습니다."
"난 그런 분과 신사협정 안합니다."

백도현(장현성 분)의 지시를 받은 보좌관 임규태(정희태 분)의 사주로 진상필(정재영 분)이 구속수사를 당하도록 거짓진술을 했던 은행장 김두식이 그처럼 어이없이 쉽게 홍찬미(김서형 분)와 최인경(송윤아 분)의 협박에 넘어갔던 이유이기도 했을 것이다. 국회의원 진상필에 대한 뇌물공여에 감사원의 감사를 받게 되면 1400억에 이르는 부당대출까지 드러나고 만다. 기댈 곳이라고는 자신에게 거짓진술을 사주한 임규태의 뒤에 있는 백도현 뿐인데, 그러나 정작 진상필이 구속되었음에도 한 번도 자신을 만나주지조차 않았다. 그런데도 그런 백도현만을 믿고 바로 눈앞에 자신을 직접 찾아와 압박하는 홍찬미와 최인경의 설득에도 끝까지 버텨야 했겠는가. 그나마 홍찬미와 최인경은 선처받도록 탄원서는 써주겠다 약속하고 있었다.

자신이 판 함정이다. 그 함정에 자신을 팔았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 세 번은 더 쉽다.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면 된다. 항상 당당했다. 그리고 정당했다. 물론 항상 옳을 수는 없다. 그러나 스스로에 부끄러울만한 일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 없었다. 비겁하지도 비열하지도 않았다. 굳이 그런 부정한 수단이 아니어도 충분히 자신의 실력만으로 모든 것을 이루고 손에 넣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것이 그의 높은 긍지이고 자존감의 원천이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스스로 놓아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자신이 그토록 하찮게 여기고 무시하던 진상필(정재영 분) 때문에. 그것이 더욱 그를 굴욕스럽게 만든다.

차라리 거대야당의 대표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거물정치인 오세창을 피해 지역구를 옮기려 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스스로에게 변명할 수 있었다. 박춘섭(박영규 분)의 충고가 옳았다. 지는 걸 두려워해서는 정치를 오래하지 못한다. 지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에 자꾸 곁눈질을 하게 된다. 피해서 도망치는 사이 당당함을 잃고, 억지로 이기려는 순간 정당함을 잃는다. 변명을 하고 거짓에 기대며 자신이 아닌 다른 것에 의지하게 된다. 사무총장 자리를 지키려 반청계와 거래를 하고, 사무총장 자리를 지켜낸 순간 자신을 등졌던 홍찬미를 버리고, 이번에는 진상필을 구속시켜놓았으니 박춘섭과의 약속마저 헌신짝처럼 내던진다. 자신이 사주하여 국회의원에 뇌물을 준 혐의를 쓰게 되었음에도 김두식을 단 한 번도 만나주지 않는다. 그 순간 백도현이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 되어 버린다. 박춘섭도 그것을 꿰뚫어 보았다. 더 이상 백도현의 말과 행동에는 백도현 자신의 진심이나 의지가 깃들어 있지 않다.

하기는 고작 사무총장에 지나지 않는 때문일 것이다. 더 높은 지위가 그에게 주어졌더라면. 그의 손에 더 큰 권력이 쥐어진 뒤였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를 에워싸고 충성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굳이 자신의 보좌관인 임규태를 통하지 않았어도 되었을 것이다.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 김두식에게 믿음을 심어줄 수 있는 한 사람 정도 만나게 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검찰과 언론에도 압력을 행사한다. 아무리 반청계의 수장인 박춘섭이라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 감히 거스르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백도현의 한계였을 것이다. 아직 그럴만한 위치에 이르지도 못했으면서 부정한 수단이 주는 달콤함에만 취해버리고 말았다. 기본도 없이 잔재주에만 익숙해지면 결국 무리가 일어나고 만다. 백도현 자신이 만들어낸 틈이다. 진상필을 위한 함정이 정작 자신을 위한 함정이었다.

고작 국회의원 한 사람이다. 단지 국회의원 한 사람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그 한 사람의 국회의원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가. 진상필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고 구속까지 되었음에도 홍찬미 한 사람이 딴청계에 가담하니 많은 일들이 가능해진다. 어차피 백도현이 김두식에게 거짓진술을 사주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저지른 부정을 약점으로 잡고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그 부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라고 있는 곳이 국회의원이고, 그러라고 뽑아 보내는 것이 국회의원들이다. 주어진 권한만으로 백도현이 잡고 있는 김두식의 약점 자체를 공략하여 궁지로 몰아넣는다. 반청계가 나서지 않았다면 무위로 끝날 수도 있었을 테지만, 그러나 백도현은 너무 오만했다. 더 오만해지게끔 홍찬미가 만들었다. 홍찬미를 너무 무시했다.

어차피 편법이다. 정상을 벗어난 수단들이다. 한계는 바로 드러난다. 박춘섭과 백도현의 우열도 바로 한 눈에 드러나고 만다. 위기를 맞는다. 백도현을 믿지 않은 김두식으로 인해 임규태가 김두식에게 거짓진술을 사주하며 거래한 사실이 드러난다. 임규태의 뒤에는 백도현이 있다. 반청계와는 완전히 등돌리고 말았다. 가려줄 힘을 잃은 부정은 세상에 그 추하고 나약한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임규태마저 등도리면 백도현 혼자 고립된 채 남는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현실도 이렇게 시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진상필이 구사일생한다. 홍찬미라는 든든한 동료를 하나 얻는다. 어차피 오늘만 산다.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징계를 받든, 공천에서 배제되든, 그래서 더 이상 국회의원이 되지 못하더라도. 백도현의 협박이 먹히지 않는다. 조웅규(최진호 분) 역시 자신의 바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들이 강한 이유다. 인원은 적지만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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