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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9.06 10:36

[김윤석의 예능톡] 청춘FC 헝그리 일레븐 9회 "실패와 좌절, 나태와 비겁을 넘어서"

주저앉더라도 멈추지 않는 꿈을 위해서

▲ 청춘FC 헝그리 일레븐 ⓒ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청춘FC 헝그리 일레븐. 실패가 안타까운 것은 어느새 실패에 익숙해져간다는 사실일 것이다. 스스로 한계를 긋는다. 벌써부터 실패를 예상하고 준비하기 시작한다. 핑계를 찾는다. 변명을 만든다. 그러므로 자신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몸이 아프니까. 남들보다 체력이 떨어지니까. 열심히 해보겠지만 그래도 안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항상 그래왔으니까. 지금껏 그래왔을 테니까.

아득히 먼 길이다. 한 걸음 내딛기조차 버거운 험한 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먼 길을 떠난다. 우거진 수풀과 깎아지른 벼랑을 헤치고 나간다. 어째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길의 끝에 그리운 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당장의 목마름과 굶주림을 달래줄 시원한 물과 달콤한 과일들이 한가득 열려 있을 것이다. '삼국지'의 조조는 행군으로 지친 병사들에게 산너머에 매실밭이 있다는 거짓말을 하여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고 한다. 나폴레옹 역시 이탈리아를 정벌하기 위해 알프스를 넘으면서 이탈리아의 풍요와 미인들을 병사들에게 약속하고 있었다. 분명한 목표가 있을 때 용기도, 의지도, 의욕도 다시 생겨난다.

성공을 맛보았다. 어떻게 하면 성공하는가를 스스로 경험으로 알고 있다. 더 열심히 해도 된다. 더 힘들어도 된다. 더 고통스럽게, 더 견딜 수 없는 한계까지 자신을 몰아붙여도 언젠가 반드시 결과로써 돌아오게 될 것이다. 성공의 달콤함이 당장의 고단함마저 잊게 만든다. 당장의 좌절이나 절망마저 딛고 일어설 수 있게 해준다. 하긴 그러고 보면 '청춘FC'의 구성원들도 거의 한때나마 재능과 실력으로 주위의 주목을 받았던 축구의 재목들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축구의 꿈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장 빛나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자신은 누구보다 가치있는 존재였었다. 그런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던 충만함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

누군가는 부상을 무릅써가며 몸을 내던지고, 누군가는 쉬는 시간마저 아껴가며 자신을 몰아세운다. 그러나 한 편으로 누군가는 부상을 핑계로 주저앉고, 누군가는 체력과 경험의 부족을 핑계로 누워 버린다. 결국 동전의 양면이다. 다시는 그같은 좌절과 절망을 겪고 싶지 않기에 더욱 자신을 채찍질한다. 다시 겪을 좌절과 절망이 두려워서 벌써부터 도망칠 준비부터 한다. 처음에는 전자가 더 많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후자가 더 늘어난다. 실패를 겪을수록 두려움만 늘고, 좌절과 절망 앞에 비겁해지기만 한다. 그래서 더 많은 시청자들이 늦은 시간까지 TV앞에 앉아 '청춘FC'의 다시 일어서려는 청춘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어느새 익숙해져 있다. 어차피 자신에게는 불가능한 꿈이다. 어차피 이루어지지 않을 헛된 희망이다. 차라리 충분히 가능한 현실을 돌아보라. 자기가 확실하게 할 수 있고, 이룰 수 있는 것들만을 타협하여 가지려 한다. 그런 것이 현실이니까. 현실을 잘 아는 것이 현명한 것이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과거 어느 시점에 놓아두고 온 자신의 일부가 마음에 밟힌다. 후회가 되고 미련이 된다. 모든 것을 남김없이 다 불사를 수 있었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다 불태울 수 있었더라면. 누군가 자신을 대신해서 꿈을 이루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훌륭한 대리만족이 된다.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보고, 소설을 읽고, 만화책을 읽는다. 예능을 본다.

과연 진심으로 아끼고 걱정하고 있기에 그만큼 가차없이 쓴소리도 할 수 있다. 분주하고 각박한 현실에서 과연 다른 사람을 그렇게까지 돌아볼 여유가 얼마나 있겠는가.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프로팀에서 실력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에게 마냥 기회를 주며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실적이 곧 자신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는 기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부하직원을 마냥 끝까지 믿고 기다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함께 올 수 있을 정도로는 실력과 가능성을 보여주었었기에. 여기서 조금만 열심히 한다면 최소한의 결과는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에. 마지막 채찍질이다. 그만큼 안정환과 이을룡 두 감독의 야단에서는 겨우 주어진 기회를 허술히 놓치려 하는 선수들에 대한 깊은 염려와 안타까움이 느껴지고 있었다.

사실 많이 모자르다. 너무 오래 운동을 쉬었다. 운동하는 방법마저 잊어버렸다. 그라운드에서 승자가 되는 방법을 잊어 버렸다. 한때나마 자신이 승자였다는 사실마저 모두 잊은 듯하다. 그동안 멈춰있느라 어긋났던 시간들을 최대한 따라잡아야 한다. 최고의 경쟁자들과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기존의 선수들을 따라잡기에는 공백에 비해 노력해 온 시간들이 너무 짧다. 두 배의 노력을 기울여도 벌써 저만큼 멀찍이 달려가고 있는 선수들일 것이다. 그래서 더 조급하기도 할 것이다. 벌써부터 체념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과정까지 넘어선다. 아니 끝내 좌절하고 말더라도 그 또한 드라마다.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 미련이 붙잡고 놓치 않았던 지난 수 년의 시간들이었다.

기특하다기보다는 안쓰럽다. 현역시절 두 선수도 고작 작은 부상 정도로 쉽게 누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장의 어려움이나 자신의 한계를 핑계로 주저앉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잊어 버렸다. 길들여져 버렸다. 그래서 채찍질한다. 감독들은 벌써 오래전에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가 경험해 보았다. 모두가 그 길의 끝까지 가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중간에서 포기한 후회와 미련으로부터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자시 자신에게 부끄러워하라. 자기 자신에게 미안해하라. 실망하는 것도, 가장 크게 분노하는 것도, 그로 인해 고통스러울 것도 자기 자신이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한 편의 드라마다. 각각의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일 것이다. 성공과 좌절, 꿈과 절망, 그리고 새로운 도전과 노력이. 굳이 프로선수가 되려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단지 결과다. 포기하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는다. 마침내 멈춘 그곳에서 후회없는 자신을 찾는다. 그를 위한 과정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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