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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9.04 07:15

[김윤석의 드라마톡] 어셈블리 16회 "국회의원과 불체포특권, 오로지 진실과 진심만을 향해"

바닥의 바닥에서, 백도현의 고민과 홍찬미의 또다른 선택

▲ '어셈블리' 포스터 ⓒ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어셈블리. 원래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인정하게 된 이유도 바로 드라마에서와 같은 외부로부터의 불의하고 부당한 압력이나 공작으로부터 입법부인 국회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정부와 대립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정부는 당장에라도 입법부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다양하고 강력한 수단들을 보유하고 있다. 합법적이고 정당한 수단과 절차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국회의원 개인을 억압하고 국회의 활동 자체를 방해하거나 저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국회는 최소한 의정활동과 관련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실제 대한민국 정치사에서도 그런 경우가 적지 않았었다. 불의한 권력의 부당한 수단에 의해 정부의 잘못을 당당히 지적하며 맞서던 많은 뜻있는 정치인들이 꺾이거나 혹은 사라졌다. 더 이상 정부와 맞서려는 용기있는 정치인들이 사라지며 입법부마저 어느새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고 말았다. 견제도 비판도 사라진 권력을 흔히 독재라 말한다. 정보기관을 동원해서 개인을 사찰하고, 행정부와 사법부까지 이용해 빌미를 만들어낸다. 아무런 수단도 가지지 못한 입법부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었던 것이 삼권분립을 천명한 헌법의 보장이었다. 그나마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수단들이 당시의 정부에는 너무 많았다.

하지만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그것을 악용하려는 이들은 언제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입법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것을 국회의원 개인을 보호하려는 용도로 사용한다. 국가와 모든 구성원을 위해 입법부가 충실히 제 역할을 다하도록 헌법으로 보장하여 지켜주려 한 것이건만 결국 국회의원 서로의 동업자정신을 확인하는 계기로만 쓰이고 만다. 더 이상 권력의 부당한 외압이나 공작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었을 때 국회의원 자신의 이익과 체면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겨지고 만다. 검찰이 국회를 너무 우습게 여긴다. 국회는 정부의 따까리가 아니다. 진상필이 과연 회기중임에도 검찰에 체포되어야 할 만한 잘못을 저질렀는가는 누구도 문제삼지 않고 있다.

진상필(정진영 분)이 오히려 자율투표로 인해 검찰이 제출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것이 거의 확실해진 시점에 자진출두를 결심하게 된 이유였을 것이다. 여전히 진상필은 국회의원이 아닌 한 유권자로서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있다. 죄를 지었음에도 단지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책특권의 뒤에 숨는다. 명백한 잘못을 저지르고도 동료 국회의원들의 동업자 정신에 기대어 정당한 수사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과연 그런 것이 옳은가. 바른 모습인가. 숨으려던 것도 도망치려던 것이 아니었다. 단지 검찰의 수사가 부당하기에 그에 항의하려던 것이었다. 스스로 떳떳하고 죄가 없다 생각한다면 국회의원이라는 신분 뒤에 숨어 도망칠 것이 아니라 당당히 조사를 받아야 한다. 검찰에서 모든 잘잘못을 가린다.

어차피 진상필 말고도 해당 기업인으로부터 고급시계를 선물받은 국회의원이 반청계에만 적지 않은 수다. 국민당 정체로 본다면 더 많은 숫자일 것이다. 심지어 반청계의 수장 박춘섭의 오른팔 강정호(이원재 분)마저 시계를 받았다 바로 얼마전 돌려주었다 털어놓고 있었다. 진상필이 고급시계를 선물받은 것을 이유로 수사받고 처벌받는다면 자칫 자신들에게도 불똥이 튀게 될지도 모른다. 가장 최악의 경우다. 모두가 부정하고 부패했기에 정작 다른 동료의 부정과 부패를 서로 감싸줄 수밖에 없다. 끼리끼리라고 말한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도 말한다. 결국 모두가 같은 놈들이다. 이래서야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정치 자체에 대한 한멸만 깊어진다. 하지만 한 편으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진상필은 떳떳하게 검찰의 수사를 받겠다 말하는 것이다. 그들처럼은 되지 않겠다.

홍찬미(김서형 분)가 완전히 진상필에게로 넘어왔다.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처음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의 심정을. 자신을 향한 비웃음과 비난들을. 그로 인한 굴욕과 좌절을. 상처를. 그리고 어떻게 그것들을 극복하고자 자신이 무리를 하게 되었는가를. 비례대표도 결국 국민이 뽑는다. 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투표가 정당의 비례대표 의석수를 결정한다. 하지만 결국 비례대표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정당이다. 공천권을 가진 정당의 실세다. 더욱 지역구 출마를 위한 공천권 역시 정당의 실세들이 가지고 있다. 빚을 지고 있다. 그 빚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열등감과 좌절감은 권력의지의 근원이다. 권력에 대한 집작치 어느새 자신마저 삼켜버리고 만다. 어떻게 초선에 비례대표인 정치신인이 현실정치에 물들고 꺾여가는가를 담담히 홍찬미의 고백을 통해 들려준다. 무엇이 정치를 타락케 하는가.

더 당당할 수 있었다면. 당당히 지역구 유권자들의 직접적인 지지에 힘입어 국회의원이 되었노라 말할 수 있었다면. 당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지역구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었다. 박춘섭이 당당할 수 있는 이유다. 최소한 당을 나가더라도 당선되지는 못해도 다른 국민당 후보를 낙선시킬 수는 있다. 자신에게서 비롯된 권력이다. 오로지 자신의 실력으로 쟁취한 권력이다. 백도현이 아무리 대통령의 측근이고 여당의 실세여도 그에게는 자신에게는 그보다 더 깊고 단단한 뿌리가 있다. 백도현도 그래서 초조하다. 대통령의 후광으로 당선된 지역구는 어쩌면 다음 선거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후보를 선택할 지 모른다. 비겁해지고 비굴해진다. 정도를 벗어난다. 박춘섭이 경고한다. 이것은 백도현 자신의 모습이 아니다.

백도현은 고민한다. 그리고 갈등한다. 자신이 바란 모습이 아니다. 자신이 꿈꾸던 자신의 모습이 아니다. 더 당당하기를 바랐다. 더 정의롭기를 바랐다. 단지 그를 위한 수단이기만을 기대해 왔었다. 그러나 너무 쉽게 꺾이고 말았다. 너무 쉽게 모든 것이 변해버리고 말았다. 차라리 발악이었다. 필요하다면 지금보다도 더 바닥으로 내려갈 용의가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최인경(송윤아 분)이 자신을 비난하고 있기에.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꾸짖는 것이 자신이 평생 동지라 여겼던 그 최인경이었기에. 부끄럽고 싶지 않아서 차라리 뻔뻔해지려 한다. 냉정할 수 없었던 것은 그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을 것이다. 오히려 여기서 다른 반전을 기대한다. 백도현은 그만큼 자신에 대한 긍지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다. 더 끝없이 추락하거나, 아니면 다시 원래의 자신을 찾거나. 자신의 그릇을 비로소 확인한다.

진상필 자신에게는 위기지만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과 그를 둘러싼 국회의 현실에 대해 냉철하게 돌아볼 수 있는 계기였을 것이다. 불체포특권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것은 때로 악용되고 있다. 국회의원의 동업자정신과 나아가 공범정신이 헌법의 정신마저 조롱과 비난의 대상으로 만든다.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본다. 진실과 진심만을 믿는다. 검찰에 출두하는 진상필을 위해 기다리며 응원해주는 지지자들이 있다. 결코 어떤 경우에도 이들의 믿음과 기대만큼은 배반해서는 안된다. 국회의원조차 어쩌면 그에 비하면 하참 하찮을 것이다. 무거운 한 걸음을 내딛는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불체포특권인가. 너무 뻔한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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