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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5.09.04 05:30

[리뷰] '영도' 연쇄살인마와 남겨진 가족들이 겪는 딜레마

주인공 영도의 인생, 업보일까? 현실일까? 비대칭적인 편파를 향한 비판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한국영화 '영도'를 본 필자의 마음은 곤혹스러움 그 자체다. 스토리가 연쇄살인마에게 남겨진 가족에 관한 이야기인데다 인권의 사각지대를 다뤘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주인공 영도를 연기한 태인호는 살인자의 아들 영도가 어려서부터 지녔던 트라우마와 사회를 향한 냉소적인 시선과 분노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배우 태인호는 직장드라마 '미생'(tvN)에서 보여준 귀여운 밉상 성대리의 이미지가 전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펼쳐보였다.  

▲ 영화 '영도' 스틸컷 ⓒ콘텐츠 판다

여기에 주인공 영도의 유일한 죽마고우 '꽁'을 연기한 배우 김근수는 이 작품의 꽃이다. 그의 구수하고 경망스러운 부산사투리와 호들갑스런 연기가 아니었다면 영화가 심각하고 어둡게 마쳤을 것이다. 다행히 김근수가 연기한 '꽁'이 극중 드러나는 쿱쿱한 곰팡이 같은 냄새는 물론, 친구 영도(태인호)의 질척대는 분노를 잠시 잊게 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해냈다.

미스터리한 여인 미란은 자신의 부모를 죽였다며 영도에게 복수를 하러 나타난다. 미란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이상희는 영화 속에서 차분하면서도 냉철한 모습을 가끔 비추며, 긴장감을 유발하는 동시에 영도의 사람다운 모습과 치유하기 힘든 분노를 유도한다.

또한 사채업체 이사로 등장한 배우 홍경준은 짧지만 살모사처럼 독하고 차가운 조폭 두목의 모습을 연기했다. 영화가 끝난뒤 홍경준의 필모그래피를 보니 개그콘서트(KBS), 코리아 빅리그(tvN)에서 맹활약한 개그맨이다. 

주인공 영도의 분노, 심정적으로 이해하나, 현실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연쇄살인마의 잔혹함과 피해자들이 입은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건 상식적인 사회에서는 절대 일어나서는 심각한 범죄다. 그렇다고 살인마의 가족들마저 죄인으로 살아야한다면 그처럼 잔인한 운명도 없다. 마치 비대칭적인 편파로 느껴질 정도다.

영화 '영도'를 만든 손승웅 감독은 3일 오후 언론배급 시사회를 마친뒤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영화 '영도'의 모티브로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손 감독은 살인마의 가족으로서, 세상에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짊어져야 하는 그들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영화 '영도'의 주인공 영도(태인호)는 아버지의 극악무도한 범죄 때문에 주어진 업보를 치뤄야만 한다. 영도가 사회로부터 받은 벌은 이런거다. 고향인 부산 영도구를 벗어나면 안된다는 것, 그 안에서 아버지가 저지른 죄를 갚으며 죽을 때까지 죄인처럼 살아야만 한다.

또한 영도는 아버지의 잔혹 범죄 때문에 충격을 받았음에도, 자신 주변으로 몰려드는 불합리함과 비난에 분노를 느낀다. 사회가 준 주홍글씨가 너무도 크고 무거워 벗어나기 힘든 영도는 악몽으로 매일 밤을 새고 술로 고통을 잊으려고만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3조 3항 연좌제 금지

시선을 잠시 돌려, 오래전에 바뀐 헌법 조항 하나를 소개해본다.

지난 1980년 10월에 공포된 대한민국 헌법 13조 3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것은 제5공화국 군사정권 시절에 개정된 연좌제 금지법안이다. 

그런데 영화 '영도'는 21세기에 아버지가 연쇄살인마라고 자식인 영도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더니 교내에서 말썽을 폈다고 범죄자로 낙인 찍히고, 그것도 모자라 부산 영도에서 벗어나면 안된다며 경찰이 수시로 방문한다. 이건 다름아닌 연좌제다. 그럼에도 이 영화 '영도'에서는 법이 정한 연좌제가 아닌 '연좌제가 통용되는 사회정서'가 자주 목격된다. 변함없는 인권유린과 차별이 보인다.

한편 영화 '영도'(투자배급/콘텐츠 판다)는 오는 10일 개봉한다. 상영시간은 116분(청소년관람불가)이다.

▲ 영화 '영도' 메인포스터 ⓒ콘텐츠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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