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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5.09.04 05:30

[리뷰] '사도' 걸작으로 남을 이준익 감독의 조선왕조비사

흠잡을 것 없는 연출, 단 한명의 열외도 없는 배우들의 열연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영화 '사도'는 1762년(영조38년) 사도세자(유아인)가 아비인 영조(송강호)와의 정치적 갈등 끝에 왕명으로 8일 동안 뒤주에 갇혀 아사할 때까지의 이야기이다.

또한 이 작품은 사도세자(장조 裝祖)가 영조와 왕실로부터 총명하다고 칭찬받던 어린 시절과 장성후 세자 책봉과 대리청정을 수행하다 영조와 갈등을 빚고 정적들의 모함으로 점점 피폐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사도세자의 마지막을 그리고 있다. 

▲ 영화 '사도' 스틸컷 ⓒ쇼박스

'사도' 걸작으로 남을 이준익 감독의 조선왕조비사

영화 '사도'는 이준익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과 세상을 바라보는 그 만의 통찰력이 더해지면서 묵직한 서사와 가감없는 전개로 '사도'라는 정통사극을 걸작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특히 이 작품은 오늘날 이준익 감독을 있게한 '왕의 남자'(2005)를 넘어 아비와 자식, 시어머니와 며느리, 나아가 왕과 왕세자의 정치적 헤게모니 다툼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1694년부터 무려 52년 동안 조선을 통치했던 영조 이금(李昑)과 사도세자 이선()의 갈등은 익히 알려진 조선왕조 후기의 비극적 스토리이다. 

배우들의 연기 이입, 관객들의 몰입으로 연결될만큼 훌륭하다

영화 '사도'는 주연, 조연을 떠나 모든 출연 배우들의 연기가 조금도 흠잡을 것이 없어 보인다. 

이 작품에서 영조를 연기한 송강호는 본능적이고 개성넘치는 특유의 애드립으로 거친 군주의 모습을 연기했다.

영화속 영조의 모습은 마치 영화 '관상'에서 김내경(송강호)이 한명회(김의성)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며 건냈던 말처럼 '천한 듯 하나, 귀한 상을 가진 인물'과도 같았다. 

영화속에 등장한 영조(송강호)는 평소 왕조의 체통과 전통을 지켜내려고 애를 쓰지만, 때때로 천한 무수리의 자식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권력 앞에서 자식은 커녕, 피도 눈물도 없는 군주의 맨얼굴을 보여준다.

사도세자로 분한 유아인은 영화 '베테랑'과 달리 총명한 왕세자에서 아버지 영조로부터 갖은 견제 끝에 버림을 받고 점점 광적이면서 포악해진 모습에서 상처가 깊게 패인채 뒤주속에 갇혀 죽게되는 비운의 인물로 등장한다. 이 영화를 통해 배우 유아인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다면적인 모습으로 소위 '미친' 연기력을 펼쳐보였다.

▲ 영화 '사도' 스틸컷 두번째 ⓒ쇼박스

사도세자의 아내이자 정조(소지섭)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 캐릭터를 맡은 문근영은 전작들과 달리 상당히 절제된 연기로 숱한 정쟁에서 어린 세자를 살려야만 하는 어미의 강하고 냉철한 내면을 연기했다. 또한 영조의 딸 화완옹주(진지희)와 사도세자의 생모 영빈(전혜진)도 사도세자의 광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고립되자, 혜경궁 홍씨처럼 절박함을 드러낸다. 

대왕대비 인원왕후를 연기한 김해숙의 관록이 돋보이는 연기력도 눈길을 끈다. 인원왕후는 영조와 정치적으로 때로는 사적으로 마찰을 빚었던 사도세자를 안타까워하며 아비의 사랑을 받지 못한 세자를 위해 영조와 정치 대립도 불사한다. 

여기에 중전 정성왕후로 분한 박명신,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로 짧게 등장했음에도 강한 인상을 남긴 서예지, 사위와 딸의 비운을 마주하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던 혜경궁 아비 홍봉한을 연기한 박원상, 정조의 어린시절을 연기한 아역탤런트 이효제의 당돌한 연기가 빛났고, 후반부에 성인이 된 정조를 연기한 소지섭의 등장은 신의 한수였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사도'는 정통사극 임에도 지루한 장면 하나 없다. 군주 자리를 놓고, 부모자식도 없는 비정한 조선왕조의 비사를 이처럼 통렬하게 드러낸 영화는 흔치 않다. 오래만간만에 보는 걸작이다. 이준익 감독의 탁월한 통찰과 연출력에 박수를 보낸다. 

또한 이 묵직한 사극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인 음악, 미술과 의상 스탭들의 노력도 잊어서는 안될듯 싶다. 그만큼 영화가 무엇 하나 나무랄데 없이 완벽하다.

한편 영화 '사도'(제작/타이거픽쳐스, 투자배급/쇼박스)는 오는 16일 개봉하며 상영시간은 125분이다. 특히 이 작품은 제88회 아카데미 영화상 외국어부문에 한국 영화 대표로 추천받을만큼 훌륭한 내러티브와 몰입감을 가진 수작이다.

▲ 영화 '사도' 메인포스터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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