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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9.01 10:19

[김윤석의 드라마톡] 미세스캅 9회 "강태유와 최영진의 오랜 악연, 무덤에서 박동일과 만나다"

잔혹한 현실의 역설, 연쇄살인범의 입을 빌어 버려진 아이들을 말하다

▲ 미세스캅 포스터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미세스캅. 살인의 동기와 방법이 살짝 어긋난다. 버려진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 했었다. 쓰레기처럼 버려져 뒹구는 아이들을 위해 차라리 죽음을 선물한 것이라 했었다. 그런데 정작 피해자들을 살해한 방법들을 보면 피해자의 입장은 아랑곳않는 강한 자기주장만이 보이고 있다. 세상에 자기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하기는 제대로 미친 인간이기는 하다.

어쩌면 순수했을 것이다. 그보다는 무지했을 것이다. 순결이란 결벽이다. 아이들을 사랑한 만큼 아이들이 겪는 고통과 불행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힘으로 아이들을 구할 수 없다면 최소한 더 이상 고통과 불행을 겪지 않도록 만들어주고 싶었을 것이다. 아이들을 죽이기 전 처음은 부모들에게, 그리고 나중에는 경찰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아이들을 구해달라. 당신들이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다면 아이들은 죽게 될 것이다. 아무도 아이들을 구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에게는 차라리 죽음이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

게임개발자였다. 프로그래머였다. 가까운 친구조차 한 사람도 없었다. 직업에 대한 편견같지만 그만큼 폐쇄적이고 단절된 삶을 살았었다는 뜻일 것이다. 물론 실제의 프로그래머들은 주위와 끊임없이 소통하지 않으면 쓸모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다. 다수의 프로그래머가 팀을 이루어 각자의 전문분야를 살려 분업과 협업을 통해 하나의 프로그램을 완성한다. 하기는 프로그래머치고 달리기도 무척 빨랐다. 운동부족이 되기 쉬운 직업 가운데 하나가 바로 프로그래머다. 그저 컴퓨터만 벗하며 세상과 유리된 채 폐쇄된 자기의 세계에 갇혀 살았다. 인간에 대한 판단이나 감정이 상당히 어긋나 있고 굴곡져 있다. 바로잡을 기회조차 없었다. 경찰에 체포된 뒤에도 전혀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있다.

역설이다. 과연 우리들은, 이 사회는, 이 미친 살인자만큼이라도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었는가. 살인이라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수단에도 그나마라도 아이들을 걱정하고 관심을 보인 적이 있었는가. 차라리 죽여야겠다고 결심할 정도로 아이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살인이 익숙지 않다.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을 견디기 힘들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최영진(김희애 분)이 차마 대꾸하지 못한 것은 어이가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한 편으로 그의 말에 공감하는 자신을 느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부모로부터도 버림받고,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한 채, 세상밖으로 튕겨나가 갈 곳을 잃고 헤매는 아이들의 현실을 안다. 살인자의 말처럼 그나마 연쇄살인범에 대한 두려움이 아이들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가혹한 정치가 사나운 호랑이보다 무섭다면, 차라리 세상의 무관심이 미친 살인자의 악의보다 더 두렵기도 하다.

최영진과 강태유(손병호 분) 사이에 강태유의 아들보다 더 오랜 악연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 강태유는 딸의 병원비를 미끼로 박동일(김갑수 분)에게 살인을 교사했었다. 박동일의 대사에서 그 대상이 경찰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최영진의 동생 최남진(신소율 분)이 공무원시험에서 떨어지고 울적한 마음에 찾은 무덤에서 박동일과 마주쳤는데 하필 그 무덤의 주인이 그들 자매와 성이 같은 경감 최상익이었다. 최영진은 오래전부터 박동일에 대한 적의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었다. 다만 최영진과 강태유가 그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는가의 여부일 것이다. 아직 두 사람 모두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듯 보인다.

강태유의 아들을 체포하고,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강태유의 앞에서 무릎까지 꿇는다. 강태유는 증오스러울 정도로 태연하게 선량한 시민을 연기해 보이고 있었다. 분노를 내재한다. 과거의 악연에 더해 강태유를 쓰러뜨려야 하는 동기가 강해진다. 강태유 역시 정상에서 벗어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의 달콤함에 도취되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돈만 있으면 아무리 죄를 지어도 경찰이든 검찰이든 모두 그의 편이 되어 준다. 아무리 자신의 죄악이 세상에 드러나도 법이든 저의든 윤리든 그의 편에서 힘이 되어 준다. 세상의 여론마저 바꿀 수 있다. 최영진이 여전히 경찰로 있는 한 강태유와는 필연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다.

과연 그런 시절이 있었다. 돈을 버는 것만이 정의이고, 그를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해도 되었던 시절이. 어렵던 시절에 돈을 벌려 그랬다면 대중도 쉽게 용서해주고는 있었다. 그 희생자다. 그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의 가족이다. 그로 인해 아들의 죄를 단죄받은 것을 오히려 원한으로 삼는다. 단순히 범죄자 한 사람을 체포하여 처벌받게 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 사회에 여전히 만연한 악과 싸워 그를 쓰러뜨리는 과정일 것이다. 현실에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판타지다. 범죄를 저지르고 유죄판결까지 받고서도 단지 사회적인 지위가 높고 영향력이 강하기에 특사를 받고 일찌감치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된다. 경찰과 검찰 내부에도 그의 손발들이 있다. 그럼에도 최영진은 그를 쓰러뜨려야만 한다.

역시 수사는 발로 뛰는 것이다. 몸이 분주한 것이다. 비로소 피해자의 숨이 끊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었음에 주목하게 된다. 왜일까? 무엇때문일까? 어째서일까? 서로가 자기의 생각을 말하고, 서로 다른 의견 가운데 머리를 모아 답을 찾아간다. 이세원(이기광 분)이 처음으로 큰 역할을 했다. 게임에 익숙한 신세대인 만큼 게임의 문법으로 보내온 살인범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낸다. 게임과 이미 경찰이 자신을 보았다는 범인의 메시지가 한진우(손호준 분)에게 한 가지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수사협조를 구하기 위해 찾아간 게임개발사에서 무심히 스쳐보았던 게임기획서를 기억해낸다. 게임기획서를 만든 것은 얼마전 중요한 참고인인 은영과 관련해서 체포되었었던 한 프로그래머였다. 살인과 관련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머리를 모아서 추리를 통해 범인을 알아냈어도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어쩌면 범인이 억류하고 있을지 모르는 또다른 피해자를 찾아야 한다. 발로 뛴다. 가능성만 있으면 어디든 찾아가 아무에게라도 묻고 단서를 찾아낸다. 쓰레기통도 아무렇지 않게 뒤진다. 단서는 너무 평범하다. 편의점에서 두 사람분의 도시락을 사고, 쓰레기통에서 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쓰레기가 나온다. 억지스러울 정도로 모든 멤버들에게 기회를 준다. 심지어 박종호(김민종 분)마저 직접 출동하여 분량을 챙긴다. 어느 한 개인의 영웅적 능력이나 활약 때문이 아니다. 그래서 현대수사물에서 수사는 팀이 한다. 모두가 한다.

무덤에서 최남진을 뒤쫓아온 최영진과 박동일이 마주친다. 박동일의 강태유와 악연으로 얽힌 과거가 드러난다. 최영진의 팀은 더욱 팀워크가 단단해지고 있다. 이세원까지 어느새 제 몫을 하고 있다. 강태유는 검사마저 손에 넣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마음대로 움직인다. 예고편까지 보았으면 화요일 다음 방영분을 결코 놓칠 수 없다. 재미있어진다. 더 깊이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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