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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8.20 07:40

[김윤석의 드라마톡] 어셈블리 11회 "당론이라는 부조리, 진상필 절호의 기회를 잡다"

진상필이라는 그릇과 최인경의 역량, 기적을 만들어가다

▲ '어셈블리' 포스터 ⓒ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어셈블리. 민주주의는 다원주의다. 다양한 생각과 주장들이 공존한다. 서로 다른 만큼 다투고 부대끼고 등돌리면서도 결국 대화를 통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찾아간다. 그래서 민주주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관용과 더불어 승복이다. 나와 다르더라도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알며, 설사 동의하지 않더라도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결론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고 따를 줄 안다.

당론을 정하고 따르는 것이 반드시 그렇게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정당이란 자체가 의회민주주의의 중요한 단위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국회의원의 수가 많아도 국민 개개인의 서로 다른 요구와 바람을 모두 다 대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대한 공유점을 찾아본다. 서로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 최선의 지점을 찾아낸다. 그것이 일관된 방향성을 가질 때 이념이 되고 지향이 된다. 정치인 개인과 정당의 정체성이다.

같은 이념과 지향을 가지는 이들끼리 무리를 만들고, 다시 자신을 대신할 정치인을 찾는 유권자들은 그 가운데서 자신을 위한 최선을 선택한다. 현실적으로도 결국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려 해도 중요한 것은 같은 입장을 가진 국회의원 개인의 머릿수인 것이다. 더 많은 다수의 동의와 지지를 확보했을 때 최종적으로 승리할 가능성도 높다. 보다 다수에 속해 있을 때 자신이 주장하는 바가 현실에서 실현될 가능성도 높다.

물론 아무리 정당이 같다고 모든 사안에서 입장이나 이해가 일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차피 모든 개인이 같을 수는 없다. 유권자와 유권자의 표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도 서로 생각하는 바가 다를 수 있다. 그런 것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다. 아니 국회의원 역시 의회민주주의의 기본단위이자 독립된 헌법기관이기도 하기에 매번 정당의 이름으로 국회의원 개인을 동원하고 선택을 강요한는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도저히 양보할 수 없고 타협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나 국회의원 개인의 단합된 행동을 강요하는 것이다. 그래서 단서가 필요하다. 그만한 가치가 있고 중대성이 인정되는, 충분히 자신의 양심과 판단을 양보해도 좋을 만한 경우에 한정해서 동의를 얻어 당론을 따르게 한다. 진상필의 말처럼 정당은 회사가 아니고, 당지도부는 고용주가 아니며, 국회의원은 직원이 아니다. 알지만 현실은 국회의원들에게도 고단하고 거리낀다. 원칙조차 너무나 멀기만 하다.

아무튼 그래서 소속 국회의원들끼리 모여 정책토론도 하는 것이다.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찬성하면 무엇때문에 찬성하고, 반대하면 또 무엇때문에 반대하는가. 다른 대안은 없는가. 만일 당론을 정하려 한다면 무엇을 어떤 이유로 당론으로 정하려 하는가. 그만한 필요성과 개연성은 있는가. 충분한 토론을 통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내놓고 동의와 지지를 결정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국회의원 자신의 의지로써.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이며 존중이다. 당연한 것이 전혀 당연하지 않다.

하기는 진상필(정재영 분)이 보수정당인 국민당에 입당해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다는 사실부터가 넌센스일 것이다. 국민당의 다수와 계급도 다르고, 당연히 현실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 그리고 견해도 다르다. TV토론을 하는 동안에도 진상필과 홍찬미(김서형 분) 사이의 그같은 차이가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만다. 고민도 절박함도 다르다. 그런데 정책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다. 당론이 제대로 정해질 리도 없다.

한국정치의 가장 안좋은 부분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이념보다는 보스를 따른다. 지향보다는 지역에 이끌린다. 그래서 더 당론이라는 것이 부정적으로 비쳐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부동산정책에 대해 입장을 같이하는, 혹은 이해가 비슷한 정치인들끼리 정당을 만들어 정책토론을 벌인다. 결론을 이끌어내기가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시끄럽기만 한 상황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당이냐 한국민주당이냐 국민의 입장에서도 선택하기가 무척 편하다. 결국은 경제시에 출마하기 위해 사무총장으로서 자신이 가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진상필을 공천한 백도현(장현성 분)의 독단이 빚은 결과일 것이다. 공천이란 그렇게 이루어진다. 진상필이 국민당 국회의원이 된다. 그로부터 이 모든 혼란과 곤란은 시작되었다.

과연 정치는 타이밍이다. 정치란 언어의 예술이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언어를 구사하는가가 정치의 시작이고 끝이다. 뜻과 가치가 달라진다. 단지 말 한 마디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는다. 누군가를 특정하여 한 말이 아니다. 들으라는 대상은 있지만 들려주려는 대상은 전혀 다르다. 자신을 드러낸다. 사람들을 설득하고 자신에게로 유혹한다. 

그 순간을 잰다. 가장 적절한 순간 진상필의 장점과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자신의 말을 하게끔 등떠민다. 아예 미리 준비한 자료들마저 눈앞에서 찢어버린다. 진상필의 진심이야 말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다. 물론 거저되는 것이 아니다. 계획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TV를 통해 보여질 모습까지 미리 검토하고 연습해서 최선을 만들어낸다.

어차피 소수다. 고작 한 사람이다. 국민당의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주류 친청계와 비주류 반청계가 싸우는데 진상필 한 사람이 나서봐야 사뿐히 무시하고 넘어가면 그뿐일 것이다. 굳이 진상필을 밟고 지나갈 필요도 없다. 무시하면 무시당한 만큼 진상필의 한심한 처지만 드러나고 말 뿐이다. 

국민당 내부의 계파갈등에 언론이나 유권자의 관심 또한 딱 그만한 수준에 머물고 만다. 여당 전체가 나서서 당론을 정하고 밀어붙어야 할 사안 정도라면 어쩔 수 없이 진상필 개인의 하찮은 발언이라도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된다. 여당인 국민당과 대결중인 야당까지 나서게 되면 국민당의 누구도 진상필을 무시할 수 없다. 그야말로 국민당 내부에 또 하나 제 3의 1인계파가 세상의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국회와 정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두루 갖춘 보좌관이자 참모로서의 최인경(송윤아 분)의 역량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 순간에 판을 뒤집는다. 주도권을 진상필에게로 가져온다. 물론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발판은 만들었다. 이후 이것을 어떻게 활용해서 진상필이 다시 한 번 국회의원 배지를 달도록 만들 것인가. 

투덜거리면서도 끝까지 최인경을 믿고 의지하는 진상필의 어수룩함은 그의 그릇이다. 알지도 못하면서 고집만 세다. 아니 모르기 때문에 더욱 자신의 고집만 내세운다. 주제를 안다. 현실을 안다. 제갈량을 제갈량이게 한 것은 주군인 유비의 도량이었다. 

김규환(옥택연 분)의 정체가 드러난다. 하기는 그리 비중있는 비밀도 아니었다. 알아도 몰라도 드라마의 내용에는 전혀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다만 김규환을 통해 죽은 배달호를 떠올리게 된다. 배달호에 대한 부채의식이 더욱 진상필을 채찍질한다. 진상필을 위한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김규환 역시 어느새 진상필에게 이끌리는 자신을 인정하고 있었다. 어떤 계기와 사건들이 그로부터 만들어지게 될까.

당론이라는 것에 대한 현실적인 모순들을 지적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토론이란 의미가 없다. 최대한 자료를 검토해가며 정책을 연구해도 결국 누군가의 일방적인 지시에 의해 당론은 정해지고 그에 따라야만 한다. 어떤 반론도 이탈도 용납하지 않는다. 물론 충분한 절차를 거쳐 정해진 당론이라면 마땅히 따라야 한다. 그것까지 부정해서는 안된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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