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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은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5.08.20 00:05

[리뷰] '뷰티 인사이드', 사랑의 감성을 깨워주는 초대장 같은 영화

▲ 영화 '뷰티인사이드' ⓒNEW

[스타데일리뉴스=이은원 기자] 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보고 나면 우진의 세계로 초대되어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든다. 그리고 여행 뒤엔 사랑의 감성이 충만하게 차오른다.

'뷰티 인사이드'는 자고 일어나면 매일 남자, 여자, 어린 아이, 노인, 심지어 외국인까지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남자 우진과 그가 사랑하게 된 여자 이수(한효주), 두 사람이 선사하는 판타지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우진의 특별함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남자, 여자의 옷과 악세사리들이 뒤섞인 드레스룸, 사이즈가 다른 하이힐과 운동화가 공존하는 신발장 등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우진의 집안 구석구석을 느린 호흡으로 보여준다. 오묘한 분위기 속 장면을 따라가다보면 어느덧 우진의 세상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연출을 맡은 백감독은 광고계를 넘어 뮤직비디오, 디자인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비주얼 아티스트답게 감각적인 연출로 밀도있는 작품을 완성했다.

우진과 이수의 공통 분모인 가구와 음악, 그리고 우진이 유일하게 자신임을 증명하는 뜨개반지부터 겨울이라는 계절에서 느낄 수 있는 건조함과 공방의 먼지 하나하나까지, 백감독이 세세하게 표현한 미장센을 보고 있자면 모든 것이 이 영화를 위해 처음부터 그 자리에 존재하는 듯하다.

또한 마지막 엔딩 신에서 여러 명의 우진과 입맞춤을 하는 이수의 모습은 외국영화의 에필로그를 보는 듯 이국적이고 CF의 한장면을 보는 듯 감각적이다. 

▲ 영화 '뷰티인사이드' ⓒNEW

거기에 우진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김대명, 도지한, 배성우, 박신혜, 이범수, 박서준, 김상호, 천우희, 우에노 주리, 이재준, 김민재, 이현우, 조달환, 이진욱, 홍다미, 서강준, 김희원, 이동욱, 고아성, 김주혁, 유연석 등 21명의 배우들은 한 작품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다채롭고 풍성하다. 아쉬울 정도로 짤막짤막하게 등장하지만 그들의 매력은 분량과는 반비례한다.

그 중 이수와 사랑을 시작하는 우진을 연기한 박서준은 연애를 시작하기 전 설렘과 떨림 그리고 망설임을 보여준다. 겉모습이 바뀌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우진에게 있어 평범한 사랑이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 애잔해하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해준다.

이진욱은 '로맨스가 필요해2', '나인' 등에서 보여준 달달함을 '뷰티 인사이드'에서도 어김없이 발산한다. 사랑의 정점에서 가장 행복한 우진의 모습을 그보다 더 로맨틱하게 그려낼 배우는 없을 것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우진인 유연석은 내래이션을 통해 영화 속 123명의 우진이 한 사람이란 것을 표현해준다. 유연석의 목소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칠봉이'의 자상한 느낌과는 차이가 있다. 우진이 자신의 생활에 얼마나 이골이 났는지 건조하고 무기력하고 지쳐있으며 감정의 파동이 크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중심을 지켜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김상호, 조달환, 김희원은 무더위 속 나무 그늘처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함과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하고, 천우희, 우에노 주리, 고아성은 성을 초월한 감성연기를 펼친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인 우진만 돋보이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우진의 사랑을 독차지한 여자 주인공 한효주는 청순하면서도 매력적인 여인 이수를 통해 자신의 강점을 잘 살린 연기를 보여준다. 자기 복제적인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그녀의 독보적인 아우라는 또 보아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수 그 자체다.

우진의 친구 상백 역을 맡은 이동휘는 능청스러운 표정과 맛깔스러운 대사로 그의 등장을 기다리게 만들고, 그가 나타나면 또 어떻게 웃겨줄지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제 2의 납뜩이' 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충무로의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 영화 '뷰티인사이드' ⓒNEW

이런 배우들 못지 않게 영화 자체도 매력적인 이유는 세상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는 소재일 뿐 스토리까지 지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남자를 만난다는 주변의 수군거림, 매일 낯선 모습으로 변하는 연인을 받아들이려 하지만 점점 마음을 다치고 병드는 이수의 모습과 사랑을 완성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우진의 상황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그리고 우진과 이수의 감정선을 탄탄히 쌓아올린 덕분에 그들의 웃음과 눈물이 담긴 이야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판타지와 현실을 잘 버무린 이 영화는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도 우진의 이야기에서 빠져나오는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바로 증발되어 버리지 않고 긴 여운을 남긴다는 것은 로맨스영화이자 감성영화로서의 사명은 다한 것이 아닐까.

관객들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녹여줄 영화 '뷰티 인사이드'은 2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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