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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8.14 08:21

[김윤석의 드라마톡] 어셈블리 10회 "국가와 국민의 이름으로, 진상필의 승부수"

국민이라는 오만과 현실에 대한 꾸짖음, 드라마로서 재미있어지다

▲ '어셈블리' 포스터 ⓒ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어셈블리. 시원하기는 한데 개연성은 떨어진다. 하기는 설정부터가 작위적이다. 여대야소의 구도 가운데 여당인 국민당이 151석, 야당인 한국민주당과 사회당의 의석을 합하면 149석, 고작 의석 하나지만 진상필(정재영 분)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정치권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 당장 진상필 한 사람이 탈당하여 야당으로 가는 것만으로 의석수가 150대 150으로 같아진다. 여대야소의 구도가 깨지고 만다. 정가의 난다긴다는 거물들은 물론 청와대까지 일개 재보선출신의 반쪽짜리 국회의원 한 사람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이유다.

결국 탈당을 무기로 백도현(장현성 분)의 항복을 받아냈다. 어차피 백도현 자신의 힘도 아니었다. 여당에서도 주류인 친청계의 수장이라는 것은 그만큼 권력의 중심인 청와대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뜻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심지어 지금의 지역구조차 청와대와의 관계를 앞세우고서야 겨우 당선될 수 있었을 정도였다. 그래서 청와대의 임기가 끝나고 난 뒤를 고려하여 안전한 경제시로 지역구를 옮기려 했던 것이었다. 백도현은 버틸 수 있어도 청와대는 굳이 인내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백도현보다 더 잃을 것이 많고, 따라서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백도현마저 버릴 수 있는 곳이 청와대인 까닭이었다. 최인경(송윤아 분)이 처음부터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청와대의 인내심이 바닥나며 백도현도 손을 들고 만다.

그러나 백도현이 끝이 아니었다. 진짜가 남아 있었다. 오로지 자신의 실력만으로 9번 출마하여 5성의 중진까지 되었고, 심지어 주류인 친청계에 맞서 비주류 반청계를 이끌며 여당인 국민당을 양분하고 있는 중이다. 청와대가 뒤에 있다는 사실만 조금 껄끄러울 뿐 저 머리좋은 것만 믿고 설치는 백도현따위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애송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 대단한 백도현마저 손아귀에 쥐고 마음대로 흔든다. 정치라고 하는 수라장에서 온갖 산전수전을 겪으며 수십년을 버텨낸 노련함과 자신감 앞에 최인경의 어설픈 협박 따위 그저 귀여운 재롱에 지나지 않는다. 어차피 비주류인 반청계를 이끌며 청와대와 여당의 수뇌부와도 대립각을 세우던 자신이니 새삼 눈치보거나 조심할 것도 그리 없는 터다. 어떤 결과가 벌어지든 자신의 능력으로 얼마든지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다. 다만 그마저 여당과 야당이라는, 그리고 계파라고 하는 정치권의 세싸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조금은 기대했었다. 진상필의 진심이 담긴 연설에 비상총회의 결과가 혹시나 바뀌지는 않을까. 역시나 현실이었다. 경제시는 특히 국민당 가운데서도 비주류인 반청계의 텃밭이었고, 당원협의회의 진성당원 상당수는 반청계를 위해 움직이는 지역조직이었다. 백도현을 지지하며 그의 팬클럽을 자처하던 지역내 유력인사들 역시 백도현의 의지와 상관없이 박춘섭의 뜻을 쫓아 진상필을 불신임하는데 앞장선다. 진상필의 연설에 감동한 다른 시민들의 의견 따위 비상총회의 결과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하지만 계기가 되어준다. 국회의원으로서 진상필의 시작이고 마침내 도달해야 할 목표다. 국민을 위한 국회의원. 국민에게 박수받는 국회의원. 지역과 주민들의 이기가 아닌 국가와 국민의 이익만을 위해 힘써 일한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부분이다.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라고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따로 뽑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국가적인 문제들을 논의하고 의결한다. 국가차원에서 쓰일 예산을 심의하고,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며, 국민이 지키고 따라야 할 법을 정하거나 고친다. 단지 지역구와 유권자만이 아닌 국가 전체와 국민 모두를 위해서. 하지만 약간의 오류를 지적하자면 그같은 지역구와 유권자의 이익을 국가단위에서 조율하는 곳도 역시 국회라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오로지 경제시와 경제시의 유권자의 입장에서 신항만이 과연 필요하고 타당한가의 여부를 따져야지 다른 지역과 주민들의 입장까지 고려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그 지역 국회의원들이 알아서 걱정하고 고민할 문제다. 

국민이라는 말을 경계한다. 모든 국민의 입장이 같지 않다. 이해도 모두가 다르다. 신항만을 지지하는 경제시 시민들이 있다. 신항만에 반대하는 경제시 시민들도 있다. 모두가 경제시 시민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것이 경제시 시민을 위한 정책일 것인가. 그렇다면 그 이외의 다른 정책들은 경제시 시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게 되는가. 여당인 국민당과 야당인 한국민주당이 따로 존재할 필요가 있겠는가. 서로 입장이 다르고 이해가 달라도 국민을 위한다는 목적이 같다면 친청계와 반청계처럼 같은 정당 안에 다른 계파로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더 왼쪽에는 사회당이라는 소수야당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각 정당에서 다른 정책을 내놓는다면 어느것은 국민을 위한 것이고, 어느 것은 아닐 것인가.

무식하면 용감하다. 무지해서 오만하다. 그냥 진상필 개인의 입장인 것이다. 개인의 생각이고 개인의 판단이다. 국민이 아니다. 자신이 국민을 대표한다. 얼마전까지 정치와는 전혀 거리가 먼 일개 시민이었다. 국회의원과는 전혀 거리가 먼 해고노동자 출신이었다. 그만큼 더 국민과 가깝다. 하지만 가깝다는 것이지 국민 자신이라는 뜻은 아니다. 국민 전체가 될 수는 없다. 다만 여당인 국민당 안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목소리를 더할 수는 있다. 다른 관점과 입장에서 같은 사안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 그만큼 유권자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넓어진다. 더 많은 주장과 의견들이 있는 만큼 그 가운데 무엇이 자신을 위해 옳고 필요한 것인가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다. 최소한 정치에 있어 경쟁은 선이다. 절대선이다. 최인경은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정치적인 필요에서 진상필의 정치적인 미숙함을 국민이라는 절대의 명제와 바꾸려 한다. 명분과 동기를 선점한다.

어차피 여당내 야당을 자처한 이들은 현실에서도 지금까지 결코 그 수가 적지 않았었다. 비주류의 다른 이름이었다. 여당 안에서 야당이 되고, 야당 안에서 여당이 된다. 주류와 다르다는 것을 정치적인 의도와 거리가 먼 것으로 일부러 오해하도록 유도한다. 주류의 정치인 다수와 의견이 다르므로 그것이야 말로 정치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오로지 국민을 위한 소신이며 양심일 것이다. 그래서 계파라 말한다. 주류인 친청계는 물론 비주류인 반청계에도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겉도는 불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국민을 앞세워 명분을 주었으니 모여서 자기들끼리 세력을 만들고 힘을 키워보자. 진상필은 순수하지만 최인경은 노회하다. 백도현도 박춘섭도 기자회견을 통해 노림수를 꿰뚫는다. 소수이자 비주류로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야당까지 등에 업으려 한다.

현실이었다면 사실 이런 경우 기존의 질서에 거스르는 소수의 만용 따위 여당과 야당이 합심하여 아무도 모르게 응징하기가 더 쉬웠을 것이다. 야당에도 역시 정당으로서 당론과 위계라는 것이 존재한다. 아무나 마음대로 당론을 거스르고 위계를 무시하도록 방치한다면 결국 장차 야당에게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말 것이다. 당장 여당과의 대결에서 이기더라도 장차 당을 통제하고 수습하는데 더 큰 어려움을 겪고야 만다. 그래서 더욱 필요한 것이 드라마에서와 같은 노골적일 정도로 작위적인 상황이었을 것이다. 진상필의 한 석만 있으면 여대아소의 구도를 깨뜨릴 수 있다. 더 많은 것을 손에 쥐고 마음대로 이룰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야당 역시 진상필의 폭주를 경계하게 된다. 야당도 적이 된다. 야당의 원내부대표 조웅규(최진호 분)는 백도현과 최인경 모두와 오랜 인연을 쌓아온 동문이며 동지였다.

떠났던 사람이 돌아오고, 얽혔던 오해가 풀리고, 적확하고 탁월한 조언에 불리한 상황을 한 번에 역전시키기도 한다. 적이 등장하고, 더 큰 적이 등장하고, 더 강력한 적이 등장한다. 아직 최인경 이외에 진상필의 의원실에 이렇다 할 역할을 부여받은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다. 최인경이 머리가 되어 계획을 세우면, 의원실의 구성원들이 손발이 되어 그것을 행동에 옮긴다. 최인경을 전적으로 믿으면서도 중요한 순간에 자신이 믿는 바를 관철한다. 리더는 진상필이다. 국회의원은 진상필이다. 그릇을 드러낸다. 최인경이 꿰뚫어 보았던 자신만의 가능성이다. 어차피 드라마는 판타지였다. 현실과 유리될수록 드라마는 재미있어진다. 백도현을 무릎꿇리고 박춘섭의 뒤통수를 친다. 거세게 앞으로 치고 나간다. 그가 주인공이다.

가차없이 꾸짖는다. 진상필의 진실하고 절박한 목소리를 빌어서. 바로 얼마전까지 시청자 자신과 같았던, 아니 그 이하의 위치에 있었던 진상필의 간절한 목소리를 통해 현실을 일깨운다. 얼마나 많은 무모하고 불필요한 개발계획들이 유권자를 현혹시키고 지역사회를 피폐케 만들고 있는가. 국가와 국민에 부담을 지우고 있는가. 정치인만이 문제가 아니다. 진상필의 진심에 호응해주는 유권자들이 있다. 희망이다. 그로 하여금 버티게 만들고 마침내 이기게끔 해줄 주역들이다. 김규환(옥택연 분)도 진상필의 진심을 일부 엿본다. 재미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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