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7.30 06:23

[김윤석의 드라마톡] 어셈블리 5회 "권력의지, 타협하고 굴복할 수 있는 용기"

쓰레기와 쓰레기장, 국민적 지지와 당지도부, 굴복의 이유

▲ '어셈블리' 포스터 ⓒ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어셈블리. 결국 '권력의지'일 것이다. 뒤가 없었다. 다음이 없었다. 지금만 있었다. 그래서 용감할 수 있었다. 당대표도 없고, 실세인 사무총장도 없고, 오로지 개인의 양심과 정의만이 있었다. 그러다가 생겨났다. 국회의원으로서 무어라도 해봐야겠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해봐야겠다.

그게 정치다. 나만 옳고 너는 틀렸다. 그러므로 내 마음대로 하겠다. 전쟁이다. 전쟁에는 승자와 패자만이 있다. 승자는 살고 패자는 죽는다. 승자만이 모든 것을 누리며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다. 하지만 때로 상대를 완전히 말살하지도, 가진 것을 모두 빼앗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있다. 상대의 허락이 없이는 어떤 것도 마음대로 빼앗거나 가질 수 없다. 동의를 구하기 위한 절차가 필요해진다. 바로 협상이고, 거래이며, 정치다. 어찌되었거나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가지고 있고, 내가 함부로 할 수 없는 상대이므로 일단 인정하고 보겠다.

"정답은 없어도 오답은 있을 수 있잖아요! 지금 총장님이 말씀하시는 것 오답이라고 확신합니다!"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진상필(정재영 분)이기에 내뱉을 수 있는 대사였을 것이다. 정치란 사람과 하는 것이다. 거래 역시 사람과 하는 것이다. 정답인가 오답인가는 상대가 누군가에 따라 달라진다. 필요로 하는 것을 가지고 있고, 양보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일단 설득도 협상도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런데 굳이 옳고 그름을 가려 상대의 기분을 거스른다. 아니 그만큼 자신이 필요한 것보다 그 판단과 구별이 더 의미있고 가치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여당의 실세 사무총장인 백도현(장현성 분)의 눈밖에 나는 것을 두려워할 이유가 진상필에게는 전혀 없었다. 친청계의 수장으로서 그가 틀어쥐고 있는 공천권도, 인사권도, 징계권도, 전혀 진상필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이야기는 급전직하 반전을 이룬다. 두려운 것이 생겼다. 간절한 것이 생겼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국회의원이 되어 정작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래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소신대로 한다. 자신의 양심과 신념을 따른다. 그런데 딸이 찾아와 해맑게 묻는다.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러면 법을 만들지 못하는 국회의원은? 얼마전까지 자신의 처지와 같은 피곤에 지친 이들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보며 진상필은 바로 차를 돌려 백도현을 찾아간다. 당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고립되어 있는 지금의 자신으로써는 저들을 돕고자 해도 도울 방법이 없다. 정치인으로서의 자각이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그리고 어떻게. 백도현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토록 최인경(송윤아 분)를 의식하여 찍어누를 기회만 엿보면서도 정작 최인경을 붙잡고 실망과 분노를 전하는 홍찬미(김서형 분)의 표정에서는 백도현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고 있었다. 인간적인 호감이나 존경심도 물론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백도현이 대통령의 신임을 잃고 여당에서도 그 영향력을 상실하게 되면 그 여파는 분명 홍찬미 자신에게도 미치게 될 것이다. 다른 백도현의 경쟁자가 백도현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백도현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자신이 살아남기란 힘들다. 공천을 받고, 국회의원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백도현은 반드시 살아야 한다. 더 높은 곳에 올라야 한다. 당연히 그에 따른 보상도 주어진다. 공천이 주어지고, 공천을 받지 못하면 다른 자리라도 알아본다. 거래를 통해 백도현과 그 뒤의 청와대로부터 계파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관리를 위한 SOC예산을 확보하려 한다. 계파의 이유다. 역시 권력의지다. 비로소 현실을 깨닫는다. 국회의원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역설일 것이다. 지역구민의 지지가 그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었다. 유권자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모두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아도 정당의 징계로부터 국회의원을 지켜주지는 못한다. 자신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에 고무되어 있는 진상필에게 최인경은 냉정하게 일갈한다. 국민적 여론과 투표는 전혀 별개다. 공천부터 당선까지 국회의원의 생사를 틀어쥐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당과 지도부다. 국민에게 잘보일 것이 아니라 정당에 잘보여야 한다.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 아니라 정당 지도부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보다 깊은 이야기는 드라마가 진행되며 구체적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진상필의 굴복은 어쩌면 그의 행동을 지지했던 국민여론의 굴복이다. 그러나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 영향력은 매우 적다.

국회의원은 쓰레기고, 국회는 쓰레기장이다. 비단 김규환(옥택연 분) 한 사람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어째서 굴복했는가. 어째서 타협할 수밖에 없었는가. 굴복도 타협도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쩔 수 없이 현실에 떠밀려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진상필과 진상필에게 굴복을 강요한 정당과 지도부를 같이 비판한다. 어차피 같은 놈들이다. 모두가 똑같다. 하기는 그러니 정치인들이 국민 무서운 줄을 모른다. 어차피 자신들에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이들은 아예 투표조차 않는다. 어차피 같은 놈들이기에 투표한 이들을 비웃던 한 젊은 유권자를 떠올린다. 국민을 믿지 않는다. 믿어서는 안된다. 슬픈 초상이다.

역시 꿈도 희망도 없다. 아름답고 매혹적인 환상도 없다. 금새 꺾인다. 바로 부러진다. 현실을 깨닫는다. 한 개인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구조다. 시련이 시작된다. 아무리 자신의 신념과 이상이 옳다고 과연 어디까지 그 과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좌충우돌하는 돈키호테도 매력적이다. 너무 현실적이라 우울한 현실을 다시 떠올리고 만다. 정치를 싫어한다. 싫어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들을 드라마를 통해서도 보게 된다.

국회라고 하는 현실에 익숙해진다. 길들여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치와 유리되었던 시간들이 다시 현실과 수렴해간다. 껍질을 벗거나 새로운 가면이 씌어진다. 성장하거나 변질되어간다. 그래도 드라마에는 꿈이 있어야 한다. 판타지가 있어야 한다. 숨을 고른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