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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7.27 10:03

[김윤석의 드라마톡] 아름다운 나의 신부 12회 "도시와 야만의 정글, 사냥꾼의 복수가 시작되다"

무엇보다 '사랑하기 때문에', 슬프고 잔혹하고 아름다운 그 이름

▲ 아름다운 나의 신부 ⓒOCN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아름다운 나의 신부. 도시란 정글이다. 도시는 문명이다. 높은 빌딩과 화려한 야경, 그리고 색색의 옷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 인류의 문명이 일구어낸 모든 풍요와 자유가 그곳에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시를 동경하고, 다시 도시로 모여든다. 그러나 도시에도 욕망이 있고, 욕망에 의한 죄악이 있다.

평화롭게 풀을 뜯으며 노니는 초식동물이 있으면, 그 초식동물을 먹이로 삼는 육식동물이 있다. 뛰어난 사냥꾼은 날래고 사나운 맹수를 노려 잡는다. 탐욕스러운 맹수에게 가족을 잃은 사냥꾼이 마침내 정글로 뛰어들어 맹수를 사냥하려 한다. 높은 빌딩과 복잡한 길로 이루어진 도시란 이름의 숲에 수많은 위험과 함정이 사냥꾼의 앞을 막아선다. 사냥꾼은 과연 가족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팜므파탈에 대한 재해석도 이루어진다. 여자가 악해서가 아니다. 단지 남자가 그만큼 지독하게 여자를 사랑한 것 뿐이다. 달기와 포시가 나라를 망하게 하려고 걸왕과 주왕을 유혹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어떤 사람들은 심슨 부인이 누군가의 지시로 의도적으로 에드워드 8세에게 접근하여 그를 유혹한 것이라 믿고 싶어 할 뿐이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든 전혀 상관할 바 없었을 것이다. 아무 다른 의도 없이도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된다.

바보같다. 어찌보면 철부지시절의 한낱 풋사랑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어울리게 된 한 후배 여자아이를 마음에 품게 되었다. 서로 너무 많이 달랐고, 아직 서툴렀기에 서로의 마음을 눈치채는 것도 서로에게 전하는 것도 어설플 수밖에 없었다. 채 여물기도 전 시작도 해보기 전에 헤어짐으로 끝나버린 두 사람의 인연은 그대로 추억으로 잊혀지려는 듯 보였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아주 오래전 그처럼 아름답고 시린 기억들이 자신의 시간속에 있었더라. 두 번의 우연한 스침 역시 비극적 서사의 완결성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끝내 자신의 순수했던 사랑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아니나다를까 주인공이었다. 윤주영(고성희 분)이 자신의 고단한 삶 속에 유일하게 빛났던 시절의 풋사랑을 못잊는 것은 이해가 간다. 잘나가는 로펌 대표의 아들이었다. 풍요로운 환경과 은행이라고 하는 안정된 직장, 더구나 능력을 인정받아 젊은 나이에 과장으로 승진해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우연히 마주친 윤주영의 모습은 언제까지나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간직하기에는 아주 많이 어긋나 있었다. 그래서 윤주영도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못했고, 김도형(김무열 분)도 윤주영을 아는 체 못했었다. 그런데도 윤주영이 다시 자신의 앞에 나타났을 때 윤주영의 바람대로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인 양 그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는 한눈에 윤주영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윤주영이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윤주영은 단지 김도형을 사랑하고 싶었을 뿐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애인으로 두고 있던 그림자조직의 보스 송학수(이재용 분)를 몰락시키고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그림자조직의 새로운 보스인 서이사 서진기(류승수 분)가 개입하고 있었던 것도 또 하나 불운이었다. 아니 그조차도 김도형이 그러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전혀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 송학수의 시신을 김도형의 차 트렁크에 숨겨둔 외에 서진기와 그의 조직원 모두 직접적으로 김도형에게 어떤 위해를 가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진기와 그의 조직원들은 김도형을 가만놔두려 하는데 김도형이 먼저 나서서 윤주영을 찾겠다고 사건을 키우는 중이었다. 마침내 김도형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집을 나와 몸을 숨긴 윤주영은 사채업자가 되어 밤거리에 다시 나타난다.

무엇보다 뜨거운 불길을 가슴에 품은 듯한 김도형의 무심한 표정이 좋다. 가장 격정적이면서 한 편으로 가장 냉정하게 절제되어 있다. 더욱 무기질의 기계처럼, 그러나 뜨거운 피의 인간이 느껴진다. 간결하면서도 잔혹한 절도가 느껴지는 액션은 물씬 땀냄새와 피냄새를 맡게 한다. 김도형과는 다른 형태로 미친 서진기의 광기도 드라마를 끌어가는 중요한 한 축이다. 강회장에게 광기란 이미 상식이다. 논리고 이성이다. 주체할 수 없는 미칠 듯한 충동이 때로 서진기를 휩쓴다. 서진기와 박형식(박해준 분)의 주위를 맴도는 손혜정(이엘 분)은 전형적인 팜므파탈의 모델을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박형식을 유혹하여 죄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다. 그러나 서진기를 바라보는 눈빛은 윤주영과는 다른 방식으로 변주되고 있을 것이다.

압도적인 액션과 영악한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시린 사랑이야기와 그리고 더럽고 추악한 욕망과 죄악, 그리고 음모들. 반전과 반전, 배신과 배신, 그리고 위기와 위기. 살아있다고 굳게 믿고 있던 윤주영이 어느 고급스런 세단을 타고 사람을 치고 지나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랑을 한다. 차윤미(이시영 분)를 사랑해서 범죄조직과 손을 잡고, 윤주영을 사랑해서 그림자조직과 정면으로 붙는다. 마지막에 그들은 사랑할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그들이 본 도시마저 단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김무열이 보여준 연기와 액션은 가히 경이적일 정도다. 조금은 전형적이기도 하지만 그마저 잊게 만드는 힘과 매력이 있다. 헤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진실의 이면이다. 이면의 진실이다. 밤깊은 뜨락에는 도깨비가 산다. 그래서 문을 닫아걸고 마음을 놓는다. 도시의 밤은 위험하다. 어둡고 외진 길에서 사람을 만나면 조심해야 한다.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람이다. 무의식의 혐오와 공포를 구체화한다. 차라리 마음놓인다.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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