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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패밀리 - 염정아의 연기가 놀랍다!
순수와 악녀의 경계에서
2011년 03월 18일 (금) 07: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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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azzasi@stardailynews.co.kr

   
 
염정아(김인숙 역)의 연기가 놀랍다. 아니 연기 정도가 아니다. 존재다. 염정아의 존재를 통해 타이틀롤이라는 단어의 뜻을 생각해 본다. 그녀는 드라마를 지배하고 있다.

물론 염정아의 반대편에는 공순호를 연기하는 김영애가 있다. 관록이 묻어나는 그녀의 연기는 공순호 그 자체로 보인다. 그러나 공순호의 존재는 김인숙이 있기에 허락되는 그림자와 같은 것이다. 김인숙이 극복해야 할 장애이며 적으로써 공순호는 존재한다. 극을 끌어가는 것은 어디까지나 김인숙 - 영정아다.

한지훈(지성 분)이 처음 김인숙에게 기습키스를 했을 때, 그리고 JK클럽의 사장이 되어 한지훈의 도움을 받아 공부를 하면서, 그녀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마치 10대 소녀와도 같은 순수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인다.

“왜 그렇게 화를 내면서 가르쳐? 사람 민망하게...”

“이걸 어떻게 다 외워?”

하지만 그런 한 편으로 JK를 상대로 음모를 펼칠 때는 전형적인 탐욕에 몸을 맡긴 악녀의 그것이다. 투서를 넣어 손아랫동서 양기정(서유정 분)를 곤란에 빠뜨리고, 조카인 조지은(하연주 분)의 동영상을 퍼뜨려 손윗동서인 임윤서(전미선 분)을 궁지로 몰고, 심지어 자신이 보살피던 한지훈마저 이용하려 한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정가원의 총집사 엄기도(전노민 분)를 아저씨라 부를 때나 정신병원에 있는 서순애(김혜옥 분)와 이야기할 때는 세상에 다시없는 간절한 모습을 보인다.

“고마워요, 아저씨. 아저씨 덕분이에요.”

“나, 나 할 수 있을까? 내가 사람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을까?” 

선과 악, 순수와 욕망, 순결과 죄... 필자가 김인숙을 두고 겁먹은 여우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겁먹은 여우는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작고 약한 여우는 더 강한 맹수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쓰고 꾀를 낸다. 때로는 잔인해지고, 때로는 영악해지고, 때로는 냉혹해진다. 그것은 살기 위한 본능인 때문이다.

“미안해 언니, 나도 살아야겠어...” 

서순애를 처음 찾아가 한지훈의 이야기를 떠내며 김인숙이 한 말이다. 그만큼 그녀는 간절하고 절박해 보였다. 악녀라 하기에는 그녀가 놓인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 아마도 숨겨진 그녀의 비밀 역시 지금 그녀가 놓인 현실만큼이나 가혹하고 잔인했을 것이다. 그녀의 욕망은 본능에 의한 것이다. 무언가에 쫓기듯이.

그래서 그녀의 욕망은 얼핏 어린아이의 칭얼거림과도 닮아 있다.

“아저씨, 저 정말 잘 해보고 싶어요. 요새 내가 어떤 기분인 줄 알아요? 새학기 첫날 학교 가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친구들하고도 잘 지내고 싶고, 공부도 잘하고 싶고, 뭐든 다 새로 시작하는...”

그것은 마치 처음 선물을 받은 아이의 설렘과도 같다. 마침내 바라던 것이 주어졌을 때 그것을 어떻게 하면 잘 가지고 놀 수 있을까? 처음 가는 학교에서 어떻게 하면 잘 해 볼 수 있을까? 그래서 그녀는 서순애 앞에서 ‘증명’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에게 JK클럽의 사장자리란, 그녀의 욕망이라고 하는 것은 그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손에 넣음으로써만이 그녀는 그녀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증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본능의 이끌림이었다.

10대 소녀의 순수와 악녀의 탐욕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다. 그것은 엄기도와 서순애 앞에서만 보여지는 그녀의 진정한 모습 - 간절함과 고뇌로 이어질 것이다. 순수하기에 탐욕스럽다. 순결하기에 오히려 죄를 저지른다. 김인숙이란 바로 그러한 내적 모순과 괴리의 존재인 것이다. 그것은 철저히 단련되고 준비된 공순호의 냉혹한 이성의 정반대편에 존재하는 것이다. 공순호의 존재야 말로 그녀가 극복해야 할 대상인 동시에 그녀의 미숙한을 비추는 거울이랄까?

그것을 염정아는 너무나 훌륭히 잘 소화해 보여주고 있다. 너무나 선해 보이는 큰 눈망울과 마치 살얼음처럼 깔리는 욕망이라는 가면. 어린아이처럼 순진하다가도 비밀을 간직한 악의가 그녀의 표정을 통해 드러난다. 김인숙의 복잡한 내면이 염정아라고 하는 배우를 통해 너무나도 훌륭히 표현되고 전달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이미 김인숙이며, 그녀로 인해 김인숙은 현실에 존재하게 된다. 김인숙의 생각과 감정과 모든 기대를 그녀를 통해 보고 듣고 읽고 이해하게 된다. 전혀 기대를 넘어선 활약이다.

어느샌가 매료되고 있는 자신을 느낀다. 솔직히 이전까지 염정아라고 하는 배우에 대해 전혀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특별한 호감도 없었고, 어떤 놀람이나 감탄도 없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서, 어느새 김인숙이 되어 있는 그녀를 보면서 새삼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다. 김인숙이라고 하는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고 극을 끌어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이것이 바로 주연의 힘이구나. <로열 패밀리>는 그녀를 위한 드라마였다. 김인숙은 그녀를 위해 준비된 캐릭터였다. 그녀로 인해 <로열 패밀리>는 재미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염정아가 아니었다면? 이제 와서 염정아가 아닌 김인숙이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염정아가 아닌 김인숙이 나오는 <로열 패밀리>라?  더 말이 필요한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로열 패밀리>에 빠져들수록 배우 염정아에게도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는 최고다.

 

아무튼 3월 17일 방영된 <로열 패밀리>의 6회에서도 드라마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다음주까지 일주일짜리 시간고문을 시도한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일이 너무 잘 풀려가고 있었다. 비록 손아랫동서 양기정의 몽니가 있기는 했지만 그런 정도는 이제까지 김인숙이 당해야 했던 일들에 비하면 오히려 귀여울 정도이고, 유치한 수준에 불과하다. 이것이 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이미 결혼 전 JK클럽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김인숙의 경력과 그녀의 능력을 연결하기 위한 장치일 것이다. 실제 세계적인 성악가이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캐리 킴을 훌륭히 그리팅해냄으로써 그녀는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안 된다. 김인숙이 잘 풀리는 것이야 김인숙과 한지훈의 편에 서고 싶은 시청자라면 누구나 바라는 바일 테지만, 그래서는 드라마가 늘어질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안정되고, 그래서 모든 것이 잘 풀려가고, 남은 것은 시답잖은 신변잡기 정도겠지. 드라마는 그렇게 친절하지도 무례하지도 않다. 바로 아직까지 한 번도 드러나지 않았던 김인숙의 본명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다.

도대체가 벌써 6회째다. 총 20부작 가운데 30% 진행되고 난 상황이다. 그런데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있다. 그렇게 과거를 회상하고, 엄기도와 서순애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김마리라는 이름이 나온 적 없었다. 비로소 인터넷 댓글을 통해 조동진(안내상 분)과 임윤서가 그 이름을 인지하고 나서야 비로소 엄기도와 서순애를 통해 그 이름이 거론된다. 그리고 그것은 감춰진 과거로 인한 김인숙의 또 한 번의 위기일 것이다. 임윤서 또한 그녀를 절대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그녀의 적일 터다.

도대체 그녀의 숨겨진 과거란 무엇인가? 엄기도는 누구이고 서순애는 누구인가? 한지훈은 또 무슨 관계인가? 어떤 비밀이 밝혀질 것이며 그것은 김인숙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나아가 이번의 위기를 김인숙은 어떻게 극복해낼 것인가? 아직 남은 분량이 많기에 이것이 치명적이지 않으리라는 것도 안다. 적절한 위기와 그리고 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비밀들, 하나의 비밀이 풀리고 나면 새로운 비밀이 드러난다. 앞으로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시청자를 위한 제작진의 아주 작은 서비스다.

드디어 마침내는 JK패밀리로 인정받는가 싶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공순호는 단지 김인숙을 조현진(차예련 분)을 위한 소모품으로만 생각할 뿐이다. 단지 사람좋은 아주머니로만 보이던 진숙향(오미희 분)역시 정치인의 부인다운 계산을 숨기지 않는다. 그에 비하면 고작해야 사진 몇 장으로 김인숙을 음해하려는 양기정은 얼마나 순진하고 귀여운가?

방송에 얼굴을 비친 김인숙을 보면서 임윤서는 그녀가 얼마나 오랫동안 준비해왔는가를 알아챈다. 단지 자기의 욕망에 충실한 양기정에 비해 그 욕망을 위해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도록 훈련받은 임윤서의 모습은 김인숙과 엄순호의 관계를 연상시킨다고나 할까?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보인다. 얽히고 섥히는 욕망들. 그 안에 충돌하는 의지와 의지. 그래서 더욱 JK패밀리를 갱생해 보겠다는 한지훈의 순수한 혈기가 돋보인다. 조현진이 한지훈에 이끌리고 마는 것은 바로 그런 JK에서는 볼 수 없는 순수한 인간의 냄새를 맡았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 노골화되는 한지훈에 대한 조현진의 호감과 그리고 박민영과의 엇갈림, 그런 한 편으로 한지훈과 김인숙의 관계는 아직 가려진 것이 너무 많다. 한지훈의 김인숙에 대한 감정조차 분명하지 않기에 조현진과의 관계는 과연 어떻게 전개되어나 나갈 것인가? 박민영의 역할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혹은 어떤 숨겨진 변수일까? 조현진과 친구이며 조동진과도 안면이 있다는 점은 그녀가 한지훈에 갖는 호감만큼이나 흥미롭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역시 퍼즐의 조각처럼 던져진 힌트 하나, 복선이었을까?

“박기자님 무섭네, 무서워. 박기자님도 무섭고, 조현진양도 무섭고, 공회장님도 무섭고, 한지훈도 무섭고... 우리 김여사님은 더 무섭고...”

하긴 조경탁 전회장과의 사진에 대해 한지훈은 김인숙에게 단 한 마디도 묻지 않는다. 김인숙을 제거하겠다는 말이 그냥 하는 약속이었다면 굳이 하루를 더 기다릴 필요가 없었듯, 진정 김인숙을 믿고 있었다면 굳이 사진에 대해 묻는 것을 꺼리거나 미뤄두지 않았을 것이다. 술취해 하는 저 말이 단지 김인숙에 대한 호감의 표현만은 아니리라 여기는 이유다.

한지훈도 충분히 김인숙의 속내에 대해 짐작하고 있고, 속으로 경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김인숙을 믿고 싶고 지지하고 싶은 맹목적 호감이 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깨지게 된다면? 5회와 6회 두 편에 걸쳐서 마치 김인숙과 한지훈의 비극적 결말을 예고하는 듯하다. 서순애의 옆에서 한지훈에 대한 들리지 않는 고백을 하는 김인숙처럼. 원작을 알기 때문일까?

공순호가 김인숙을 경멸하고 증오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밝혀졌다. 한 사람의 아내로써 자기 남편의 부정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그 대상을 며느리로 맞아들이게 되었다는 것. 그러면서도 JK의 이익을 위해 그것을 덮고 뭍고 마침내는 김인숙을 K가 아닌 이름으로써 부르도록 만든다. 어찌보면 이런 막장치정극도 없어 보이는데 오히려 전혀 그런 느낌이 없는 이유일 것이다. 씨줄과 날줄처럼, 퍼즐의 조각처럼 각자 이유가 있고 자기 자리가 있다는 것이. 어느 하나 허투루 지나가는 것이 없다. 그런 치밀함과 개연성이 있기에 막장이 아닌 명품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이다.

사건과 사건, 비밀과 비밀, 이번주도 단지 궁금증만 더했을 뿐이다. 앞으로 한 주, 다음주 수요일까지는 숙제를 해야 할 시간이다. 과연 오늘 던져진 문제의 답은 무엇일까? 드라마는 그 답을 어떻게 풀어갈까?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간은 그 답을 채점 받는 시간이다. 두근거리며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마치 양파껍질처럼. 끝 모를 깊은 수렁처럼. 헤어날 수 없는 그곳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드라마가 주는 향기와 배우가 주는 매력이란 것이. 배우 염정아를 주목한다.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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