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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은원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5.07.17 15:22

[인터뷰] 배우 손호준 "착한 남자? 기본적 매너 지키는 것일 뿐"

▲ 손호준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이은원 기자] 배우 손호준은 tvN '응답하라 1994'에서 '해태' 역을 맡으며 긴 무명 생활을 벗어난 이후 현재 영화, 드라마에 예능까지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그리고 영화 '쓰리썸머나잇'을 통해 처음으로 코미디 연기에 도전했고, 드디어 처음으로 주연 배우로 이름을 올렸다.

손호준은 자신의 끼를 한 번이라도 더 드러내려 애쓰는 전쟁터 같은 예능프로그램에서조차 진중하고 묵묵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튀지 않지만 진심이 담긴 모습은 통하고 있다. 인터뷰에서도 그 모습 그대로였다. 말 한 마디에도 조심하고 한번 더 생각했으며 다른 이들을 먼저 배려했지만,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과 인생에 대한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이미 스스로 많은 생각을 거쳤는지 확고한 답변이 나왔다.

서서히 뜨거워지지만 쉽게 식지 않는 뚝배기처럼 진짜 배우를 꿈꾸며 끓어오르고 있는 손호준을 지난 15일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손호준 ⓒ스타데일리뉴스

# '코미디 영화에 처음으로 도전한 배우' 손호준의 이야기

Q. '쓰리썸머나잇'이 개봉했는데 영화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코믹물이기 때문에 재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고, 저도 재밌게 봤어요.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유치하다는 분들도 있었어요. 전 김상진 감독님의 영화를 스무살 때부터 정말 재밌게 봐왔어요. 저처럼 김상진 감독님의 영화를 20대부터 30대가 될때까지 쭉 봐오신 분들은 감독님 특유의 개그 코드를 잘 이해할 수 있겠지만 어린 친구들의 개그 코드는 저도 잘 모르는 것처럼 조금씩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첫 주연작인데 특별히 코미디 장르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지금 저에게 '선택'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저 혼자 배우라고 말한다고 되는 건 아니잖아요. 배우라는 직업은 대중들이 인정해줬을 때 배우가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배우로 인정 받아야 하는 시기기 때문에 많은 작품 중에서 선택을 하고 고른다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Q. 영화 '쓰리썸머나잇'의 첫 느낌은 어땠나요?

일단 대본을 받았을 때 재밌었어요. 잘 만들어진 한 권의 만화책을 본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만화책을 보다보면 그림과 말풍선만 있는데도 머릿 속에 하나의 애니메이션처럼 이어지잖아요. 이 작품도 그랬어요. 이미 재밌는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받아서 꼭 하고 싶었어요.

Q. 이번 영화에서는 평소 수줍은 성격과는 다르게 표출하고 발산하는 캐릭터를 맡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그걸 어렵다고 느낀다면 제가 배우로 인정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쓰리썸머나잇'은 명석, 달수, 해구의 이야기이지 명석, 달수, 호준의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극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오히려 움직임이 조금 더 편한 것 같아요. 저 손호준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많이 조심스럽고 내성적인 게 사실이에요. 상대의 성향을 모르는 상태에서 저의 말 한마디나 행동 하나가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잖아요. 기분이 상할 수도 있고 실수가 될 수도 있죠. 하지만 극은 이미 짜여져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안에서 마음껏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영화 촬영을 하면서 특별히 고생스러웠던 것은 없었나요?

솔직히 말하면 힘든 건 없었어요. 제가 정통코미디가 처음이다보니 감독님을 전적으로 믿었어요. 오랜 시간 코미디 장르를 계속 해오면서 수 많은 노하우를 갖고 계신 감독님도 '여기선 찡그리면서 물을 먹으면 웃길거야'라고 디렉팅을 자세하게 해주셨어요. 또 하나 힘이 됐던 건 임원희 선배님이 코미디를 많이 하셨기 때문에 조언도 많이 해주셨고 배운 것도 많아요.

Q. 영화 '쓰리썸머나잇'이 코미디인데도 같이 연기한 배우들은 굉장히 조용했다고요?

임원희 선배님은 코미디를 많이 하셔서 재밌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과묵하고 진중하시더라고요. 동욱이 형과 윤제문 선배님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도 그렇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어색함이 있었어요. 하지만 다행히 네 사람이 '술'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서 친해질 수 있었어요. 촬영 당시 날씨가 안 좋았던 적이 많았는데요. 그 덕분에 술을 함께 먹는 시간이 많아져서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웃음).

Q. 이번 영화에서 여장에 비키니까지 시도했던데요?

원래는 없던 장면이었어요. 감독님이 처음 제안을 하셨을 때는 어색했는데 동욱이 형은 정말 예뻤어요. 그래서 저도 아이라인을 더 그리게 되더라고요. 제가 또 언제 여장을 해보겠어요 (웃음). 처음엔 다들 어색해하더니 어느 순간 봤더니 다들 셀카를 찍고 있더라고요.

Q. 인생 최대의 일탈을 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음... 일탈이라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웃음). 영화 속 장면처럼 핸드폰을 던져버리는 것이 현실에서 가능할까요? 핸드폰 요금이랑 기계가 얼마인데...

Q. 3일 동안 시간이 주어진다면 뭘 하고 싶나요?

고향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제가 서울에서 어버이날을 못 챙기면 카네이션도 대신 달아드리고, 생신도 챙겨주는 친구들이 있어요. 반대로 그 친구 부모님이 서울에 올라오실 때 '야, 우리 엄마 올라가셨으니까 챙겨줘' 하면 제가 모시러 가는 그런 친구들이에요.

Q. 편집된 부분 중에 아쉽다고 생각한 장면이 있었나요?

그건 제가 논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전 캐릭터를 표현하는 사람이고 영화 전체를 완성하는 것은 감독님의 영역이니까요.

Q. '쓰리썸머나잇'이 어떤 영화가 됐으면 좋겠나요?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흥행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보다는 자기 전에 '오늘 하루 재밌었던 일이 뭐가 있었지?' 했을 때 단 5분이라도 재밌었던 순간이 저희 영화를 본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웃는 건 좋은거니까요.

▲ 손호준 ⓒ스타데일리뉴스

# '소리 없이 강한 예능인' 손호준의 이야기

Q. 예능프로그램 '집밥 백선생'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 '미세스 캅'이 월화드라마예요. 공교롭게 '집밥 백선생'도 화요일 방송이라 시간대가 겹치게 돼버렸어요. 하차라기보다는 1기 졸업생이 됐습니다.

Q. 후임은 절친인 B1A4 바로가 투입되는데 조언을 해준 것이 있나요?

바로에게 전화가 왔었는데 저와 같이 하는 줄 알고 있더라고요. 바로는 워낙 형들에게 이쁨 많이 받는 동생이에요. 백선생님도 잘 알려주시고 선배님들도 배려를 많이 해주시기 때문에 잘 할거라고 생각합니다.

Q. 백종원 씨가 '조용하지만 복습을 열심히 하는 제자' 라고 칭찬하셨는데 요리에 재미가 생겼나요?

그 동안 요리를 해본 적이 없어서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요리가 어렵지 않다는 것을 백선생님께서 알려주셨어요. 요리 레시피는 정말 쉬운데 먹어보면 정말 맛있어요. 그래서 잊어버리기가 싫은거예요. 오늘 한 것 중에 꼭 기억하고 싶은 것들은 집에 가서 해보고 그랬어요. 감사한 것은 인간 손호준의 퀄리티가 올라간 것 같아요. 나중에 아내가 생기고 내 아이가 생겼을 때 요리를 해주면서 좀 더 멋진 아빠, 멋진 남편이 될 수 있잖아요.

Q. 배운 요리들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요리는 무엇인가요?

제일 쉬우면서 괜찮은 것은 꽁치조림인데요. 정말 말도 안되는 맛이에요. 백선생님의 요리가 좋은 건 집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요리라 유용하고 저에게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Q. '삼시세끼'부터 '쓰리썸머나잇'까지, 주로 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는데 어렵지 않았나요?

연예계에서 일하다보면 새로운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나잖아요. 차승원 선배님, 유해진 선배님, 이서진 선배님들은 아직도 안부전화를 하면서 연을 이어가고 있어요.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것 자체가 큰 복이라고 생각해요. 전 스스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매번 느끼고 있어요.

Q. 예능에서 보여준 고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작품을 제안 받을 때 걱정된 적은 없었나요?

전 배우는 혼자 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좀 더 노력을 하고 공부를 해서 많은 분들에게 배우로 인정받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지금 이 이미지 때문에 어쩌지?'라는 고민은 나중에 해도 되는 부분이에요.

Q. 배우를 하기 전에 '타키온'으로 가수활동도 했더라고요.

많이들 잘못 알고 계시는데 원래는 연극을 하면서 작은 역할들을 해왔었어요. 그 때 극단 대표님께서 "배우는 무엇이든 잘할 필요는 없다. 대신, 무엇이든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셨거든요. 음료수를 맛있게도, 맛없게도 먹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요. 그러던 중 한 기획사에서 '해보지 않은 걸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공감했고, 프로젝트로 앨범에 한 번 참여를 했는데 다들 오해하시더라고요 (웃음). 가수를 꿈꾸는 사람들은 몇 년씩 피땀 흘려 준비해서 가수라는 타이틀을 받는 것이고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저를 그런 분들과 묶어 '가수 출신'이라고 하시니까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항상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말씀드리고 있어요.

Q. 연극 활동을 하셨으면 지금은 드라마, 영화에서 주로 활동하시지만 무대에 서고 싶은 욕심은 없으신가요?

연극은 3-4달을 준비해서 한 작품을 올리잖아요. 지금 당장의 인기 때문에 도전해서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제가 모든 연습을 함께 할 수 있는 상황이 됐을 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 손호준 ⓒ스타데일리뉴스

# '서른 두 살 청년' 손호준의 이야기

Q. 예전부터 결혼을 빨리 하고 싶다고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누군가 '넌 꿈이 뭐야?'라고 물어보면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라고 주저없이 말했어요. 어릴 때부터 저와 엄마가 다툼이 일어나면 아빠는 항상 엄마 편이었어요. 아빠가 고집을 피우는 상황인데도 엄마는 아빠 편이었고요. 그런 부모님을 보면서 나도 빨리 내 편을 만들고 싶었어요. 서른 둘이 되고 나서 생각해보니 분명 부모님도 다툼이 있었을텐데 지금까지 두 분이 한번도 싸우시는 걸 본 적이 없어요. 그게 제가 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끔 영향을 준 것 같아요.

Q. 30대가 되면서 이상형에 변화가 생긴 부분이 있나요?

나이가 어릴 땐 비주얼을 많이 봤다면 이젠 많이 달라졌어요. 어떤 사람이든 이야기를 하다보면 각자 가진 매력이 다 있더라고요. 비주얼보다는 기본적인 매너를 지키는 분이 좋아요. 저와 친한 친구들은 제가 어떤 여자친구를 소개한다고 해도 기본적인 매너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어요. 마찬가지로 여자친구도 제 친구들에게 기본적인 매너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Q. '기본적인 매너'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10살 어린 후배라고 처음부터 반말을 한다거나 하는 것들... 다들 아시는 것들이요. 제가 방송에서 비쳐지는 모습 때문에 정말 착할것 같다고 이야기하시는데 기본적인 매너를 지키는 것 뿐이에요.

Q. 서른 두살이면 결혼한 친구들도 생길텐데 결혼에 대한 환상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나요?

어릴 땐 부모님을 보면서 '내 편을 만들어야겠다', 여자친구와 연애할 때도 '결혼해야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젠 주위에 결혼한 친구가 아내와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럴거야'라는 생각은 없어요. 대신 제 나름대로의 가치관이 생겼어요. 지금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나이고, 준비를 해나가는 시기예요.

Q. 앞으로 계획을 말해주세요.

제가 욕심을 가져야 한다면 작품에 욕심을 부리고 싶어요. 역할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많은 분들에게 배우로 인정받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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