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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5.07.08 20:17

[권상집 칼럼] 연평해전과 영화의 정치화 똑바로 이해하기

연평해전을 이용하거나 외면하는 쪽 모두 싸잡아 비난 받아 마땅하다.

▲ 연평해전 포스터 ⓒNEW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무더운 여름, 영화계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또는 외화의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또는 <미션임파서블5>에 초미의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여름 국내 영화 <명량>이 무려 1,760만의 흥행 성적을 내면서 올해 여름의 승자는 누가 될지에 대해서 호사가들은 각각의 영화에 대해 한 마디씩 던졌다. 이 와중에 뜻하지 않게 국내 영화 <연평해전>이 평론가들의 작품평과 무관하게 조용히 관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영화 <연평해전>은 사실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영화이다.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곽경택 감독이 ‘아름다운 우리’라는 가제로 현빈과 주진모를 캐스팅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연평해전 스토리의 영화화를 시도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영화는 제작 단계에서 좌초되었고 한동안 연평해전의 영화화는 어느새 영화평론가 및 제작사들의 관심 저 멀리 사라졌다. 그 이후 주인공도 여러 번 교체되며 우여곡절을 겪다가 어렵게 탄생된 것이 지금 관객들이 보고 있는 영화 <연평해전>이다.

영화 <연평해전>은 한 마디로 잘 만든 영화는 아니다. 스토리도 엉성하고 화면도 예전 방화를 떠올릴 만큼 유치한 부분도 있다. “영화화하기에 이보다 더 가슴 아프고 극적인 스토리가 과연 있을까”란 생각이 있을 정도로 연평해전의 실제 주인공들 이야기는 절절하지만 영화는 이를 성공적으로 담아내는데 실패한 느낌마저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수 언론 및 방송계는 연일 <연평해전>의 흥행 스토리 갱신을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이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사실 적지 않다. 소위 진보적 입장을 취하는 평론가들은 영화 <연평해전>에 대해 외면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고 (사실, 필자가 봤을 때 보수 또는 진보라고 입으로 종알거리는 평론가들은 다 똑같다) 일부 언론에서는 영화 <연평해전>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과도한 스크린 수를 차지해 관객들 역시 울며 겨자 먹기로 이 영화를 선택한다는 결과론적 분석까지 보태고 있다. 이와 동시에 진보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 <소수의견>은 철저한 스크린수 외면으로 좋은 작품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까지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영화 관람객들의 눈높이는 예전에 비해 훨씬 높고 평론가들의 이야기에 관람객들은 그렇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그들은 모르는 것 같다. 아무리 보수 언론에서 영화 <연평해전>이 좋다고 해도 영화가 재미 없으면 관람객들은 무료 관람이라고 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영화 <연평해전>의 가장 많은 관람객 연령대가 20대라는 건, 일부 진보 언론이 떠들어대는 것과 달리 수구보수, 우파라고 불리는 나이 드신 분들의 세몰이도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영화가 잔잔한 화제를 불러 모으는 건, 우리가 2002년 월드컵 열풍으로 외면했던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누구나 공감과 연민의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2012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2013년 영화 <변호인>은 당시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았지만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대선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고 심지어 모 방송에서는 연일 평론가들을 초대하여 ‘그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행동은 영화 <변호인>의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는 불필요한 이야기를 전하며 시청자들을 선동하기도 했다. 물론 광해의 인간적 면모를 보고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났다는 당시 모 대선후보의 발언 역시 낯뜨겁기 짝이 없던 것도 사실이다.

그 이후 2015년 초 영화 <국제시장>과 올 여름에 개봉한 <연평해전>은 사안의 특수성(?) 때문인지 보수 언론에서 연일 흥행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내 1등 신문이라는 모 신문은 지난주 아예 한 면을 통틀어 <연평해전> 특집기사를 게재하며 지금도 이와 관련된 내용을 시리즈로 게재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영화의 정치화는 일부 정치인들이 앞장서고 일부 언론들이 뒤에서 받쳐주며 더욱 더 크게 왜곡, 확장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연평해전에서 고귀한 생명을 희생한 장병들의 이야기를 당시 정부의 무능, 대통령의 비판거리로만 삼는 언론이나 정치 평론가들도 잘못되었지만 이를 보수 우파의 이야기로 치부하는 일부 진보 평론가들의 모습도 한심하기만 하다. 아울러, 영화 <변호인>때 그렇게 열을 내며 영화의 정치화를 주도한 진보적 정치인들은 연평해전에서 희생한 장병들에 대해서는 입을 대체적으로 굳게 다물고 있다. 그렇다. 이래서 모든 국민이 진보든 보수든 모든 정치인을, 그리고 진보 언론이든 보수 언론이든 모든 언론을 불신하는 것이다.

2012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부터 2013년 <변호인>, 올해 <국제시장>과 <연평해전>까지 영화는 진보와 보수라는 바람을 타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고 연일 언론은 귀가 따갑게 떠들어 댄다. 그러나 관객들은 이념논쟁에 앞서 영화에서 공감을 형성하고 재미를 얻기 위해 간다. 순수한 관객들의 의도를 정치적으로, 그리고 이념적으로 분석하고 선동하는 건 낡은 언론들의 구태에 불과하다. 이런 구태에 맞춰 춤을 추는 것 역시도 낡은 정치인과 영화평론가뿐이라는 걸 그들만 모르는 것 같아 늘 답답하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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