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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6.21 08:01

[김윤석의 드라마톡] 프로듀사 마지막회 "장수프로그램을 위해서, 신디를 위한 메시지"

예정되지 않은 우연과 신디의, 신디를 위한 드라마

▲ 프로듀사 ⓒ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어쩌면 이마저도 신디(아이유 분)를 위한 메시지는 아니었을까. '전국노래자랑' 송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올 수 있었는가. 오늘만. 오늘까지만.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오늘만,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7년이 되고 29년이 된다. 드디어 '프로듀사' 백승찬(김수현 분)이 신디를 위해 짐을 들어주고 있었다.

물론 멀리 보는 것이 좋다. 크게 보아야 더 좋을 때도 있다. 나무를 보느라 숲을 보지 못한다. 하지만 숲을 이루는 것은 결국 나무들이다. 나무들 사이에는 풀도 자란다. 나무에 기대어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이 있다. 어쩌면 그 가운데 자신이 찾고자 하는 것이 숨어있을 수 있다.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행운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불안하고 초조해도 한 걸음 한 걸음 주의깊게 내딛다 보면 어느새 숲을 벗어나 있기도 하다.

변미숙(나영희 분) 대표가 실수한 이유였다. 너무 멀리 보려 했었다. 너무 먼 일부터 걱정하고 있었다. 두려움이 눈을 가렸다. 불안과 초조가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지금 여기, 자신의 가장 가까운 곳에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가 있었다. 잃고 싶지 않은데,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러나 만에 하나 잃게 되더라도 그것은 아직 먼 뒷날의 이야기고, 지금 당장은 자신의 가장 가까이에 있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신디 역시 그동안 그렇게 살아왔었다. 언젠가 떠나야 할 소속사였다. 어차피 헤어지게 될 사람들이었다. 인기란 결코 영원할 수 없다. 언제까지나 스타로 있을 수는 없다. 인기가 떨어지면 당장 팬들부터 자신에게서 멀어져 갈 것이다. 자신을 떠나는 팬들이 있기에 인기 역시 전만 못해지게 되는 것일 터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래서 단단한 가시갑옷을 둘렀다. 혹시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도록. 다치거나 아파하지 않도록. 그러다가 깨닫게 되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이 진정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것에 대해서.

지금이었다. 바로 여기였다. 한 사람이었다. 그 한 사람과 함께한 순간들이었다. 이 순간들을 잃는다면 결코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후회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최고의 스타로서 자신이 누리던 모든 것들을 뒤로 한 채 백승찬에게 고백하던 순간 그녀는 이미 한 걸음 내딛고 있었던 것이었다. 지레 겁먹고 혼자서 걱정하고 불안해하기보다 차라리 앞으로 나가 당당히 부딪히려 한다. 설사 깨지고 부서지더라도 후회는 남기지 않을 것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지켜봐주는 시청자가 있다면 폐지되는 그 순간까지 제작진과 연기자들은 프로그램에 최선을 다한다. 언젠가 지금의 간절함이 사라지게 된다면 그때 끝내도 늦지는 않다. 그때까지는 매 순간순간이 그녀에게 소중한 시간들이다.

지금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이들을 돌아본다. 안티카페의 유명회원이지만 누구보다 자신을 걱정하고 위해주던 매니저(김권 분)였다. 그 순간에도 자신의 진심을 믿어주고, 밤을 새워가며 진실을 찾아내어 밝혀준 사람들이 있었다. 혼자가 아니다. 지금만 있는 것도 아니다. 내일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 떠난다고, 헤어질 것이라고 미리 다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더 이상 내일이 두렵지도 불안하지도 않다. 오히려 설레고 두근거린다. 홀로 선다.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다. 혼자서 메이크업 케이스를 내리는 그녀의 모습은 어느때보다 홀가분하고 자유롭다. 백승찬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스스럼없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결국 가장 큰 사건은 신디의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가장 격정적이고 중요한 순간 역시 신디 혼자서만 겪고 있었다. 나머지는 사랑만 했다. 라준모(차태현 분)도, 탁예진(공효진 분)도, 백승찬도. 그들에게 있어 큰 사건이란 바로 서로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반하고, 그래서 사랑하게 되고, 사랑을 이루려 노력하고, 그럼에도 결국 좌절하고. 신디는 아직 진행형이다. 사건이 신디를 성장시키고, 더 솔직해지고 당당해지도록 만들어주었다. 시청자의 관심 만큼이나 드라마의 중심 역시 신디에게로 모인다. 마지막회의 부제 역시 라준모와 탁예진에게는 완결된 과거지만, 신디에게는 어쩌면 다가올 미래며 기대다. 장수프로그램이 되기 위해서. 오랫동안 서로의 곁에 소중한 존재로 남아있기 위해서.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차태현과 공효진의 이름이 너무 무겁다. 김수현의 존재 역시 너무나 컸다. 아이유를 앞세우기에는 연기든, 대중의 인기든, 무엇하나 아쉬울 것이 없는 이미 검증된 배우들이었다. 우연의 결과였다. 너무 급하게 많은 것들이 바뀐 탓에 발생한 혼란과 공백들이 전혀 뜻밖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말았다. 방송국PD들인데도 정작 자신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라 해도 좋을 정도로 철저히 배제되어 있었다. 만드는 과정은 있는데 그 결과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은 없이 시청률 하나로 뭉뚱그리고 있었다. 소소한 일상의 디테일은 있지만 드라마의 중심이 되어 줄 줄거리는 생략되었다. PD는 사랑만 하고 큰 사건은 신디가 혼자 겪는다.

우연에 의한 결과가 어느 순간부터 의도된 결말로 바뀌고 말았다. 신디의 비중이 커지고, 신디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 역시 보다 풍부해졌다. 마지막회는 어떻게 보아도 신디를 위한 메시지였다. 이미 사랑을 이룬 사람들과 사랑을 끝낸 한 사람과 그리고 아직 사랑하고 있는 한 사람, 장기프로그램을 위한 메시지는 그렇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그녀는 사랑을 하고, 사랑을 이뤄가고 있었다. 억척스럽게 지금을 살아간다.

최초의 기획의도는 잊었다. 지금에 와서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다. 남은 결과만을 본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누구를 보고 있는가를 떠올린다. 아이유가 아닌 신디다. 가장 입체적이고, 가장 생동감 넘치고, 가장 매력적이다. 원래 누구의 의도였는 결과는 신디를 위한 드라마였다. 운이란 준비된 이들을 위한 기회다. 예정되어 있지 않기에 세상일이란 재미있다.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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