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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의 드라마톡] 프로듀사 11회 "잠들려는 공주를 깨우는 '모두'"
시청률과 사랑, 오직 한 사람을 위한 것이기에 아픈
2015년 06월 20일 (토) 10: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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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 프로듀사 ⓒ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단 한 사람이면 된다. 많이도 필요없다. 단 한 사람만 알아준다면.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해 준다면. 그래서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힘들고도 외로운 것이리라.

'프로듀사' 탁예진(공효진 분)은 백승찬(김수현 분)에게 들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굳이 라준모(차태현 분)에게 들려주고 동의를 구한다. 라준모가 보는 자신은 어떤 모습일까? 라준모에게 자신은 어떻게 여겨지고 있을까? 네가 생각하는 너 자신보다 진짜 네가 더 괜찮다. 듣고 싶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라준모였기에. 백승찬이 아닌 라준모에게서 그 말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거지신디'라 불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각설이신디'라 합성한 캐릭터를 보고는 화도 났었다. 그러나 정작 백승찬의 '귀엽다'는 한 마디에 신디(아이유 분)의 표정이 달라지고 만다. 백승찬과 헤어지고 차로 돌아와서는 아예 직접 리플까지 단다. 자신이 출연하는 '1박 2일'을 꼭 봐달라고. 다른 모든 사람의 비난과 비웃음보다 백승찬의 한 마디가 그녀에게는 더 소중했다. 세상 모든 사람의 칭찬과 환호보다 백승찬의 인정이 그녀에게는 더 가치있었다. 그래서 웃을 수 있었다. 가장 바라던 사람에게서 가장 듣고 싶은 한 마디를 들었다.

하필 자신의 거짓말에 대한 기사가 미디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던 순간 백승찬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억울한 오해와 누명으로 인해 세상 사람들의 분노와 비난을 온몸으로 받아야 했던 그 순간 가장 기대고 싶은 사람과 만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의기소침했을 것이다. 누구라도 알아주기를 바랐다. 아무라도 들어주기를 바랐었다. 그것이 그 한 사람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고 혼자서 그 모든 것을 감당해야만 했었다.

기댈 곳이 없으니 자기에게 기대려 한다. 숨을 곳이 없으니 자기 안에 숨으려 한다. 아무도, 아무것도 없이, 스스로가 만든 고독속에 숨어 세상과 자신을 단절하려 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느끼지도, 생각하지도 못한다. 세상을 향한 원망과 분노마저 자기에게로 돌리고 만다. 단절의 끝은 자기파괴다. 절망이라는 고치를 두르고 잠들려 했던 신디를, 그러나 누군가 와서 흔들어 깨우고 만다. 왕자님의 얼굴이 보이고, 다시 '모두'의 모습이 보인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 최고의 장면이었다.

어느 한 사람이 아니었다.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모두'였다. 그리 잘 알지도, 친하지도 않은, 그저 잠시 함께 일했을 뿐인 불특정한 제작진 '모두'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믿어주고 응원해준다. 조금이라도 자신을 알고, 진실을 아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곁에서 함께 해 준다. 구원이다. 혼자가 아니었다. 절망하지 안아도 되었다. 조금 외롭고, 그래서 잠시 멀리 돌아가게 되더라도, 그러나 누군가 항상 곁에 있어 줄 것이다. 반드시 그 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믿고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역설이다. 어쩌면 신디가 백승찬에게 집착했던 것도 그런 '모두'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는 아니었을까.

대중이 두렵다. 사람들의 반응이 무섭다. 언제 정상에서 내려갈지 항상 불안하기만 하다. 그래서 심지어 자신의 팬들마저 믿지 못한다. 과연 스타가 아닌 신디 자신은 어떤 존재일까? 지금의 인기가 사라지고, 주위의 사람들마저 모두 떠나 혼자가 되었을 때, 그때 남은 자신의 모습이란 어떤 것일까? 강한 방어기제로 인해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보이는 것은 비단 탁예진(공효진 분)의 경우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도 잠을 이루지 못했고, 변미숙(나영희 분) 대표 앞에서도 애써 강한 모습을 보이려 했던 것이었다. 차라리 모든 것이 현실이 된 순간 그녀는 깊은 잠에 빠져 들 수 있다. 체념이란 절망을 위한 가장 훌륭한 도피처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포기했던 그 '모두'가 일부러 자신을 찾아와 응원해주고 있었다. 위로해주고, 힘까지 불어넣어주고 있었다. 하기는 이제와서 백승찬의 마음이 신디에게로 돌아서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이제 겨우 한 회 남았는데, 바로 직전까지도 백승찬은 탁예진을 향한 자신의 감정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주인공씩이나 되어서 고작 한 회만에 그토록 간절했던 감정을 말끔히 지우고 다른 사람을 바라본다는 자체가 너무 가볍고 우습다. 아픔은 치유이고 성장이다. 더 크고 넓은 세상과 사람들과 만난다. 더 성장한다.

라준모와 탁예진 사이의 지지부진하던 감정 역시 깔끔하게 정리된다. 서로 엇나가는 진심들이, 그러나 서로의 진심을 위한 단서가 되어 준다. 신디의 용기가 백승찬에게도 용기를 불어넣었듯, 백승찬의 결심이 탁예진의 결심을 재촉한다.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나중이 되니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그렇게까지 소중하게 간절하게 지켜야만 했던 것일까. 탁예진에게 지금 가장 소중하고, 무엇보다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라준모와의 오래고 단단한 인연이 백승찬이 비집고 들어갈 작은 틈마저 허락지 않는다. 탁예진의 거절은 너무 담담해서 어떤 여지조차 남기지 않는다.

결국 사랑이 어려운 것도 단 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하는 것도, 사랑받는 것도 결국 한 사람으로 정리되어야 한다. 아무리 채널이 많아도 결국 한 번에 한 채널밖에 볼 수 없다. 인터넷을 통해 보거나, 다운로드받아 보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아무때라도, 누구라도 상관없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없다. 같은 시간대 방영하는 수많은 프로그램 가운데 오직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 그 하나만이 의미가 있다. 유일한 하나다.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 역시 선택되었는가, 선택받지 못했는가, 그 한 가지로 귀결된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었고,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어도, 단 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면 차라리 헤어지는 것이 서로를 위한 것이다. 2등은 없다. 시청률이 꼴찌라는 것은 1등이 가장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참 멀리도 돌아왔다. 그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란 쉽게 결론지을 수 없는 어려운 문제라는 뜻일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도, 좋아하는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도, 그래서 서로 좋아하는 사람끼리 만나 행복해지는 것 역시. 딛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살아가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꿈을 꾼다. 꿈이 사람을 살아가게 한다. 사람이 사람을 살아가게 한다. 부딪히고, 상처입고, 때로 길을 잃고 헤매면서도. 아픔이 사람을 성장케 한다. 역시 신디가 주인공이었다. 부쩍 자란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동안의 주제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아이유를 위한 드라마였다. 처음 의도와는 상관없이 지금에 와서 신디의 캐릭터만이 남게 되었다. 가장 격정적이고 역동적이다. 입체적인 매력을 보여준다. 팬이 되고 만다. 매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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