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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6.18 08:08

[김윤석의 드라마톡] 가면 7회 "뒤섞인 진실과 거짓, 가면마저 잊은 그들"

변화하는 민석훈의 내면과 혼잡해지는 주변들

▲ '가면' 포스터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가면. 세상이란 혼돈 그 자체다. 선과 악이, 진실과 거짓이, 순수와 탐욕이 온통 구분없이 한 데 뒤섞인다. 인간의 언어란 그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한 수단일 것이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어디서부터는 거짓인가. 그러나 굳이 구분하려는 자신 역시 혼돈에 속한 존재이기에 결국 스스로 더 큰 혼란에 빠지고 말 뿐이다. 지금 과연 자신이 하는 행동은 순수에 의한 것인가, 탐욕을 위한 것인가.

과연 김정태(조한선 분)가 변지숙(수애 분)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민석훈(연정훈 분)의 표정이 바뀐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저 자신의 야망을 위한 계획에 김정태가 알고 있는 사실이 방해가 될 것이라 판단한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김정태가 말한 데리고 놀다가 버린 여자라는 표현 때문이었을까? 김정태를 살해하려다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민석훈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다름아닌 변지숙의 방이었다.

가면을 너무 오래 쓰다 보니 차라리 그것이 자기의 원래 얼굴처럼 되어 버렸다. 어떤 것이 원래의 자기 얼굴인지 자신조차 구별하지 못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 어떤 것이 자신의 진심인지조차 스스로 알지 못한다. 단지 자신을 위한 유용한 도구이기에 관리하려는 것일까, 그도 아니면 그저 변지숙을 보고자 하는 목적에서였을까. 오히려 자신의 계획을 위해서도 변지숙이 최민우(주지훈 분)와 한침대를 쓰게 되었으면 반겼어야 했음에도 민석훈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김정태를 만나고 당황해서 찾아온 변지숙에게도 애써 그녀가 자신에게 속해 있음을 설득하려 하고 있었다. 변지숙은 결코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변지숙은 오로지 자신의 소유다.

김정태에게 분노한 진짜 이유였을 것이다. 이제는 목적과 수단의 구분조차 혼란스러워지고 만다. 처음 변지숙은 단지 최민우를 후계구도에서 배제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자신이 최민우를 밀어내고 그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변지숙이 최민우에게 다가가 그의 약점이 되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최민우가 마치 변지숙을 자신의 곁에 붙잡아두기 위한 수단처럼 되어 버렸다. 최민우와 자신의 야망을 핑계로 끊임없이 변지숙과 만나며 그녀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려 한다. 최민우가 아닌 자신이 변지숙을 살렸다. 최민우가 아닌 자신에게만 모든 것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할 수 있다. 더 이상 자신의 야망을 위해 변지숙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세게 쥐어서일까. 혹시나 잃어버릴까 안달한 것이 차라리 독이 되었다. 막다른 궁지로 몰린 변지숙이 온몸으로 민석훈이 만든 새장을 찢고 날아오르려 한다. 최민우가 베푸는 애정과 배려가 그녀의 죄의식을 자극한다. 어차피 자신이 원한 것도, 의도한 것도 아닌, 그렇게 철저하지도 못한 어설픈 가면이었다. 도망치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의 죄로부터. 그리고 기대고 싶었을 것이다. 최민우의 친절에, 진실이 자신을 구원해 줄 것이다. 진심이 자신을 자유롭게 해 줄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변지숙이 민석훈이 내미는 달콤한 유혹들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던 것도 도망쳐 숨기에는 민석훈과 그의 주위가 너무 위험하고 불안하게 여겨졌던 탓은 아니었을까. 물러날 곳이 없다면 어떻게든 지금의 자리에서 버텨야 한다.

요령이 부족하다. 처음부터 가진 것이 없었다. 처음부터 그녀에게 주어진 것이 거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의지하려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변지숙도 민석훈에게 기대려 했건만 민석훈은 그만 그녀의 시험에 반칙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미 신뢰는 깨졌다. 더 이상 민석훈에 대해 어떤 기대도 가지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대상을 찾는다. 자신을 세상에 내놓을 수 없는 거짓의 징벌이 그녀를 홀로 존재할 수 없도록 만든다. 민석훈의 저주를 변지숙은 다른 곳에서 풀려 한다. 마침 그곳에 최민우가 있었다. 약해진다.

민석훈을 믿을 수 없다. 그러나 믿어야 한다. 남편이고 사랑하는 남자이기에 믿어야만 한다. 그러나 믿을 수 없다. 최미연(유인영 분)이 술에 취해 사는 이유다. 그래도 끝내 민석훈이 내보인 진심을 믿으려 한다. 믿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미연이 믿는 것은 자신이 민석훈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 민석훈이 믿고 있는 것도 그것이다. 진실은 어쩌면 기만보다도 더 가혹할지 모른다. 애써 서은하라 알고 있는 변지숙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주저하는 최민우는 확실히 그녀의 동생이다. 거짓이 진실보다 더 간절하다.

조금은 너무 복잡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약간은 난잡하다. 변지숙과 최민우, 민석훈의 삼각관계에 민석훈의 아내이자 최민우의 누나인 최미연과 최미연의 어머니 송여사(박준금 분)가 더해지고, 여기에 다시 사채업자인 심사장(김병옥 분)과 변지숙의 과거를 아는 김정태가 추가된다. 김정태는 조만간 중요한 단서를 남기고 퇴장할 것 같지만, 심사장은 더구나 변지숙의 친동생인 변지혁(호야 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변지숙의 가족과 서은하의 가족까지 얽히면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주제까지 흐려지기 쉽다. 아니면 그런 곁가지들을 확실하게 압도할 정도로 중심인물들이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탓일 수 있다. 결국은 모두가 하나로 이어지겠지만 그 중심은 명확해야 한다.

역시 어느새 민석훈이 주인공이 되고 있을 것이다. 가장 격정적이고 변화가 심하다. 상상하게 된다. 그만큼 생각하게 만든다. 가장 복잡하고 입체적인 내면을 가졌다. 다만 악역치고는 주도적으로 일으키는 사건이 적다. 초반을 제외하고 주어진 상황에 대처하는 임기응변만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를 위한 사건들이 준비된다. 어느새 자신의 얼굴처럼 되어 버린 가면을 벗겨줄 계기들이다. 마지막에 그를 기다리는 것은 징벌일까, 구원일까. 가장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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