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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6.14 08:43

[김윤석의 드라마톡] 프로듀사 10회 "비로소 전해지는 진심들, 비겁한 그들을 위한 변명"

신디의 성장과 변화, 변미숙 대표와 맞설 결심을 하다

▲ 프로듀사 ⓒ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한편으로 이해되면서도, 한 편으로 어쩌면 이래서 '프로듀사' 백승찬(김수현 분)과 탁예진(공효진 분)의 러브라인을 내켜하지 않는구나 스스로 깨닫게 된다. 너무 비겁하다. 너무 오랫동안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짝사랑만 해왔다. 지금의 관계에만 그저 안주해 왔었다. 걷는 법을 잊어 버렸다. 한 걸음 내딛으려 하니 벌써부터 온몸이 삐걱거리려 한다.

오로지 신디(아이유 분)만이 자신을 내던져가며 두려움과 맞서고 있다. 그래서일 것이다. 신디가 변미숙(나영희 분) 대표와 맞설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에게 솔직해진다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을 소중히여기게 되었다는 것과 같다. 백승찬을 좋아하는 자신의 감정을 결코 허투루 여기지 않는다. 그로 인해 실망하고, 아파하고, 끝내 눈물을 흘리게 될지라도, 백승찬을 좋아하는 지금의 자신이야 말로 진실한 자신이다. 자그마한 몸집에도 모든 용기를 쥐어짜 백승찬에게 다가가려는 그 의지가 어떤 감동까지 불러일으킨다.

너무 가리는 것이 많다. 따지는 것도 많다. 어른이다. 지켜야 할 것들이 많다. 그래서 비겁해진다. 겁쟁이가 된다. 무엇이 더 소중한가 잠시 잊게 된다. 비로소 라준모(차태현 분)는 탁예진과의 오랜 친구사이마저 걸고 고백을 할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만에 하나라도 그로 인해 두 사람 사이가 어색해지고 말지라도 자신의 진심만 전할 수 있다면 기꺼이 감수하겠다. 오랜 친구를 잃는 슬픔보다, 고백조차 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아픔이 더 크고 치명적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조차 탁예진은 비겁하다.

물론 그동안 계속 비겁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익숙해져 버렸다. 그렇게 길들여져 버렸다. 자신의 진심을 감추고 욕망을 억누른다. 그것이 당연해져 버렸다. 라준모가 자신의 진심을 고백하며 다가와도 그 순간에조차 자신의 진심을 감추고 욕망을 억누르려 한다. 차라리 의심하고 만다. 자신을. 그리고 라준모를. 그런데 이제 다시 백승찬의 그동안의 호의와 진심을 받아들이려 한다.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 백승찬이라면 아무런 다짐도 용기도 없이 그저 편하게 사랑할 수 있는 손쉬운 상대라는 뜻이었을까?

그래서 보는 사람마저 답답해진다. 사랑이 아직 낯설고 두렵기만 한 순진한 나이들도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음에도 단지 더 편하고 쉽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상대를 찾으려 한다. 사랑한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몰라서가 아니라 너무 잘 알아서 진심이 아니어도 되는 상대를 찾아 그저 편하게 숨으려고만 한다. 결국 상대의 진심마저 자신의 일방적인 사정을 위해 이용하려는 이기에 불과하다. 최소한 백승찬과의 사이가 진심이 되려 한다면 라준모와의 관계를 단호히 끊는 의지 정도는 보여주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결국 '프로듀사' 드라마는 예정된 수순대로 흘러가고 만다. 라준모와 탁예진의 오랜 인연을 끝내기에는 드라마의 분량이 너무 짧았을 것이다. 아니면 해야 하는 이야기가 너무 많았을 것이다. 이도저도 아닌 채 라준모는 마지막 고백을 하고 만다. 나머지는 단지 탁예진을 위한 변명이다. 그대로 순순히 라준모의 고백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이유를 찾고, 계기를 만든다. 백승찬과의 미묘한 관계도 정리해야 한다. 그저 일방적으로 차이기에는 백승찬은 드라마의 주인공 가운데 한 사람이다. 고양미(예지원 분)의 말처럼 누군가를 찰 때도 예의란 게 있다.

그래서인가 당연하게 백승찬이 신디의 진심을 확인하게 되는 계기도 주어진다. 그동안 신디의 진심을 무시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눈앞의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것을 보지 못하는 올곧고도 집요할 정도로 성실한 그의 성격이 낳은 부작용이었다. 신디가 방송을 통해 필사적으로 전한 진심마저 백승찬은 오로지 탁예진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할 계기로서만 여길 뿐이었다. 그동안 전혀 신디를 보지 못했었다. 신디가 어떤 표정을 하고, 어떤 눈빛을 하고, 어떤 말들을 하는지. 예고편을 만들기 위해 편집을 하며 비로소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디의 표정들을 살필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세번째 진심이 시작되기에는 남은 분량이 너무 짧지 않을까. 워낙 꼬아놓은 탓이 라준모와 탁예진의 관계를 정리하는데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냥 계기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대한 백승찬의 해석은 역시 결말을 위한 스포일러였다. 백승찬을 향한 신디의 진심이 신디 자신을 성장시켰듯, 탁예진을 향한 백승찬의 마음도 자신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신디를 좋아하게 되는 것도 우습다. 예고편을 내보낼 시간이 없다. 바로 본편부터 들어가야 한다. 최선은 예고편부터 보여주고 본편은 각자의 상상에 맡기는 것이다. 그래도 백승찬이 자신의 장점을 알아주는 것이 신디에게는 그저 기쁘고 행복하기만 하다. 백승찬이 탁예진에게 그랬던 것처럼 어떤 약속도 기대도 없이도 그저 지금 이 순간만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는다. 관심이 없었다. 그냥 스쳐지나고 있었다. 잠시 멈추어 표정들을 살핀다. 상대의 눈빛과 몸짓 등을 구석구석 살핀다.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랑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사람의 마음이란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으려 해도 어느새 사랑하게 되고, 사랑할 수밖에 없어도 도저히 사랑할 수 없다. 그래도 하나둘씩 이유들이 쌓여간다. 그래도 신디의 진심이 비로소 백승찬에게로 전해진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보인다. 자신의 편이 되어 줄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혼자일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도 없을 것이라 지레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주위에서 자신을 지켜주고 있었다. 신디가 강해진 이유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서 누군가로부터 사랑받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안티들마저 직접 찾아가 만나며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고 당당히 정면으로 문제들과 맞서려 한다. 팬이란 기쁘게 자신을 위해 이용되어 줄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자신의 편일 것이다. 팬을 위한 가장 훌륭한 보답은 자신이 승리하고 살아남는 것이다.

신디의 성장과 변화가 괄목할 만하다. 사실상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다. 비중이나 연기력과는 상관없이 백승찬의 주위는 오히려 잠잠하다. 라준모도 탁예진도 잔잔하기만 하다. 반면 항상 가장 격렬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과감하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드라마를 끌어간다. 드라마의 중심에 있다. 아이유의 재발견일 것이다. 가장 큰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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