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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6.13 12:58

[김윤석의 드라마톡] 프로듀사 9회 "마침내 닿은 서로의 진심, 절박함이 용기를 일깨우다"

하고 싶었던, 하지 못했던, 할 수 없었던, 해야만 했던, 수많은 말들을 위해

▲ 프로듀사 ⓒ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부제가 곧 스포일러였다.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제목도 내용에 대한 흥미를 감소시킨다. 많은 사람들이 '부재'를 두려워한다. '부재'란 결여이며 상실이고 종결이다. 하나같이 인간의 본능과 욕망을 거스르는 것들이다. 그러나 어떤 것도 영원히 존재할 수는 없다.

상실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타협하려 했었다. 좋은 친구로나마 이대로 계속 함께이고 싶다. 자칫 실수로 지금의 관계마저 잃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프로듀사' 백승찬(김수현 분)의 존재로 인한 위기감이 그동안 애써 눌러왔던 자신의 본심을 일깨우고 만다. 라준모(차태현 분)가 그토록 자신을 억눌러가며 지켜왔던 탁예진(공효진 분)과의 좋은 친구사이란 어떤 연인이나 부부보다도 우선하는 그런 사이였다. 항상 탁예진의 가장 가까이에 머무는 유일한 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잃는 것이 두려워 그저 주위를 맴돌기만 했었다. 그러나 정작 영영 잃게 될 지도 모른다는 현실의 위기감에 필사의 용기를 끄집어내도록 만든다. 영원할 수 없다. 언젠가 떠나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들처럼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될 것이다. 절대 잃을 수 없다는 간절한 의지가 미뤄왔던 한 걸음을 내딛도록 억지로 등을 떠밀고 만다. 그 와중에도 전혀 말뜻을 못알아듣는 것은 천성이거나, 아니면 그동안 너무 그렇게 익숙해져 온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진심을 감추는데 익숙해지면서 다른 사람의 진심을 듣는 것도 서툴러진다.

보는 사람이 답답할 정도로 백승찬의 진심이 탁예진에게 전해지지 않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혹시라도 누가 알까, 누군가 눈치채지는 않을까, 그렇게 안달하고 걱정하며 자기의 마음에만 신경쓰는 사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필 여유를 잃고 만다. 어떻게 탁예진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할까 고민하는 사이 신디(아이유 분)의 진심을 놓치고 만 백승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알아듣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알아듣지 못한 척 하는 것에 불과하다. 자칫 기대했다가 실망할 것이 두렵다. 너무 오랜 시간 숨어만 있었더니 겁쟁이가 되었다.

그것은 각오였다. 기억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동안 신디가 마음을 닫고 주위와 벽을 쌓아온 이유였을지 모른다. '제 2의 유나'가 되어 당시 톱스타이던 유나를 딛고 지금의 위치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한때 최고의 스타에서 이제는 철저히 잊혀지고 만 유나처럼 자신 역시 언제 어떻게 누군가를 위한 발판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지 모른다. 그동안 신디를 짓누르고 있던 공포는 막연한 두려움이 아닌 실제 자신이 경험한 현실에 대한 우려이고 고민이었다. 자신에게도 그런 순간이 온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차피 변미숙(나영희 분) 대표가 그러기를 원한다면 막을 수 있는 어떤 수단도 힘도 그녀에게는 없다. 그런데 마침내 그토록 두려워하던 그 순간이 현실로 다가오고야 말았다.

그동안 자신을 수단으로 삼아 홍보하던 신인을 변미숙(나영희 분) 대표 자신이 직접 '제 2의 신디'라 소개하는 것을 들었다. 변미숙 대표에게는 이미 지니가 자신의 대신이다. 과거 선배이던 유나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발판삼아 지니를 세상에 알리고 자신을 밀어낸 자리를 대신 차지하게 할 것이다. 그 순간 생각한다.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더 간절하게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래서 마치 '뮤직뱅크'에서 1위를 한 소감이 사람들에게 전하는 작별인사처럼 들린다. 다음 기회란 없는 것처럼 그동안 할 수 없었던, 하지 못했던 말들을 아무 계산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으려 한다. 백승찬에 대한 자신의 마음마저. 그래서 비로소 전해질 수 있었다. 절벽에 선 듯한 절박함이 울림으로 백승찬의 마음을 움직인다.

참 가벼운 남자다. 신디가 그토록 굳은 결심을 하고 직접 찾아가 고백할 용기까지 냈음에도 끝내 백승찬에게 다시 진심을 전하기를 포기한 이유였다. 너무 훤히 보였다. 탁예진을 향한 백승찬의 감정도, 그리고 그로 인해 어차피 자신의 마음을 전하더라도 백승찬에게 닿을 리 없다는 사실도, 그러므로 어떻게 해도 결과가 결정된 승부라는 것도. 어차피 지는 싸움을 고집하는 것은 하수다. 포기하지는 않는다. 다만 다음 기회를 노린다. 더 이상 다음 기회란 없다고 여긴 순간 승부수를 던진다. 영리하거나, 아니면 본능이었을 것이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 가장 효과적으로 자신의 진심을 전한다. 탁예진과 라준모가 함께 있는 장면을 본 백승찬의 표정이 차라리 후련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만큼 탁예진을 사랑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확실하지는 않다. 그동안 매번 마지막 장면을 보고 예상한 것들이 제작진에 의해 터무니없이 어긋나고는 했었다. 그럼에도 과연 이번에도 라준모의 진심은 전해지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탁예진이 다른 여지를 남기고야 말 것인가. 백승찬이 신디의 마음을 받아들이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방송국에 입사하고 벌써 3명째다. 좋아하는 선배를 쫓아 방송국PD가 되고, 실연당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 다른 선배PD를 짝사랑하고, 그리고 이번에는 신디다. 삼각관계는 식상하다. 여기에서 백승찬과 라준모 사이에서 재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기만이다. 피곤해진다.

비로소 먼 길을 돌아 서로의 마음이 전해진다. 백승찬에게는 신디의 마음이, 탁예진에게는 라준모의 진심이, 아직 백승찬과 탁예진의 사이는 일방통행과 오해 뿐이다. 김홍순(김종국 분)과 고양미(예지원 분)가 격렬한 키스를 나눈다. 남은 회수를 헤아린다.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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