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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6.10 09:50

[김윤석의 드라마톡] 상류사회 2회 "전형적이지만 매력적이다"

유이와 박형식, 성준, 임지연, '젊은 배우들의 매력에 빠지다'

▲ 상류사회 포스터 ⓒHB엔터테인먼트,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설정부터 무리수가 있다. 하기는 자본주의 시대에 재벌가란 전근대사회의 귀족가의 대신이다. 재벌의 총수란 한 나라의 왕과도 같다. 수많은 신민을 거느리고 다른 재벌가와 치열한 전쟁을 치른다. 왕위를 둘러싸고 피붙이 사이에 치열한 암투가 벌어진다. 예언가의 한 마디가 갓태어난 후계자의 운명을 결정한다. 고난은 곧 권좌를 위한 시련이며 시험이다.

굴지의 재벌그룹 총수의 아내쯤 되는 이가 고작 점쟁이의 말 한 마디에 자신이 낳은 친딸을 차별하고 홀대한다. 남편이자 아버지인 재벌그룹의 총수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대로 방치한다. 앞서 종영한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와 비교되는 부분일 것이다. 제목은 '상류사회'인데 정작 그에 어울리는 품위나 격조를 보여주지 못한다. 오로지 방종과 탐욕 뿐이다. 타락하고 남루해진 왕조를 다시 일으켜세울 예언이 약속한 왕이었을까. 실제 점쟁이의 예언은 우연처럼 하나씩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룹은 위기에 몰리고 정당한 후계자는 목숨을 잃는다.

어째서 '상류사회' 민혜수(고두심 분)이고 장경준(이상우 분)이어야 했던 것일까. 역사와 신화의 경계에서 많은 영웅들이 고아로 태어나거나 혹은 고아인 채 성장기를 보내고 있었다. 업적이든 과실이든 부모의 모든 유산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다. 모든 것은 바로 자신으로부터 새롭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인가 역사가 신화를 대체하면서 그 시작은 더 위대한 계승으로 바뀌게 된다. 정통성이다. 어머니 민혜수의 차별과 홀대는 장윤하(유이 분)를 부모로부터 단절된 고아로 만들고, 정당한 후계자인 장경준의 호의는 그녀가 그의 자리를 대신하는 명분으로 작용한다. 장경준이 보여주는 올곧음은 그것을 계승해야 할 장윤하의 정당성이 되어 준다.

예언에 의해 아버지를 죽일 운명으로 결정지어진 오이디푸스는 부모로부터 버려진 채 양치기의 손에서 자라야 했었다. 부모로부터 내쫓긴 고귀한 혈통은 곧 비천한 신분으로 내려가 반역을 준비하게 된다. 그리고 여성이 주인공이기에 운명의 잠에서 공주를 깨워줄 왕자의 존재가 필요해진다. 운명의 탑에 갇힌 공주를 구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탐욕과 배덕으로 얼룩진 왕국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도 욕망과 이기로써 자신을 무장한 최준기(성준 분)의 역할 역시 필수였을 것이다. 그가 조금만 더 선하고 욕심없는 인물이었다면 그대로 만족하고 그 수라장으로부터 영영 자신을 분리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운명은 다시 그녀를 피투성이 싸움터로 이끌고 만다.

상당히 전형적이지만, 그러나 전형적이라는 말은 그만큼 익숙하다는 뜻일 것이다. 익숙하다는 것 역시 그만큼 비례해서 자주 사용되어 온 소재이고 구성으로써 대중들이 선호한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연출 자체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는데 캐릭터가 상당히 독특하고 매력있다. 주인공 장윤하야 공중파드라마답게 전형적인 주인공 캐릭터를 답습하고 있을 테지만, 그러나 그녀를 둘러싼 최준기와 유창수(박형식 분), 이지이(임지연 분) 등이 꽤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최준기의 욕망은 노골적이면서 정제되어 있고, 유창수는 천진할 정도로 제멋대로다. 이지이의 현실인식은 비루할 정도로 냉정하고 객관적이다. 그런 그녀가 유창수를 만나 어떻게 바뀌어갈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로맨틱코미디로서는 수준급이다. 그러나 과연 가장 중요한 왕국으로 돌아가 벌이게 될 지겹고 지루한 싸움을 어떻게 맛깔나게 묘사해내는가.

더 큰 욕망을 위해 다른 욕망을 억누른다. 자유롭고 싶다. 당당해지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족쇄처럼 민혜수를 다시 남편 장원식(윤주상 분)에게 무릎꿇리고 만다. 차라리 욕망을 드러낸다. 대신 한계를 명확히 인식한다. 장원식이 김서라(방은희 분)를 굳이 가까이 두는 이유일 것이다. 그녀는 욕망 그 자체와 같다. 한없이 탐욕스러우며, 한없이 오만하고, 그러면서 한없이 비굴하다. 자신이 가진 욕망의 크기를 행동으로 가감없이 보여준다. 인간불신인지 모르겠다. 솔직하지 못한 아내 민혜수의 이중성을 혐오하고 경멸한다. 과연 그는 자신과는 다른 아들 장경준은 어떻게 여기고 있을까? 그냥 왕이다. 모든 것은 자기가 결정하고 자신이 기준이 된다.

또다시 뻔한 재벌드라마인가 식상한 느낌도 있었다. 그렇다고 객관적인 사실이나, 혹은 엄밀한 어떤 주제의식을 드러내기보다 재벌에 대한 대중의 동경과 질시에 충실한 드라마에 가깝다. 하지만 역시 캐릭터가 매력있다. 한결 성숙해진 유이와 박형식, 성준, 임지연 등 매력적인 젊은 배우들이 보는 눈을 즐겁게 한다. 역시 중요한 것은 그 나머지다. 시작은 흥미롭다. 아직은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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