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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5.06.08 08:11

[권상집 칼럼] 정부의 뒷북 친 정보 공개 '메르스 괴담은 괴담이 아니었다'

메르스 팩트를 괴담으로 치부한 정부의 뒤늦은 대처 '만시지탄'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메르스 괴담이 대한민국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국내외 영화 중 일부 괴질이 전국민을 공포에 몰아넣는 걸 보여주는 영화는 있었지만 영화 속 장면이 우리 곁에 실제로 발생하리라는 생각을 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정부의 뒷북 대책, 리더의 갈팡질팡하는 모습 등은 영화 속 무능한 일부 리더들의 모습과 판박이로 똑같아 소름마저 끼친다. 영화와 실제가 구분이 안 가고 하루하루 뜻하지 않은 예상 밖의 일들이 지금 우리 곁에 일어나고 있다.

메르스라는 질병이 최근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강제 격리(?)시킬 정도의 파괴력을 발휘하며 우리 사회에 두려움을 전해주고 있지만 이런 사태에 대처하는 정부 및 부처의 노력은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전 국민이 SNS를 통해 괴담이 아닌 메르스에 대한 대처, 메르스를 퍼뜨리는 병원 정보를 공개했지만 이를 단순하게 루머, 괴담으로 치부하는 정부의 대응 및 괴담 유포자를 처벌하겠다는 방식은 안일하기 짝이 없는 방식이었다.

외신에서도 표현한 바 있지만 정부의 ‘쓸데없는 비밀주의’는 국민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촉매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초기 환자를 통제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의 미비는 그렇다 치더라도 환자가 10명 미만일 때 이를 각 지역 병원으로 분산시키는 건 유례를 찾기 힘든 대처 방식이었다. 강력한 전염성을 갖고 있는 환자를 분산시키는 것 자체가 역량의 분산, 해결 방안 노하우의 분산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격리 그 이상의 의미는 없는 단순 대응일 뿐이다.

특히, 메르스 괴담의 진원지 중 하나였던 삼성서울병원이 첫 번째 메르스 환자를 확진 판정 내렸음에도 이 환자를 다른 병원에서 치료하게 하고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정보를 끝까지 함구한 정부의 대응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이후, 중앙정부가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개했지만 일부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관리 방침에 반발하여 독자적으로 관련 정보를 발표하면서 나온 엇박자 발표였기에 이를 듣고 안심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이미 인터넷상에 괴담이라고 치부되었던 내용들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검찰 등을 통해 메르스 괴담을 유포하는 사람을 엄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정부가 강경하게 대응했던 이유는 이미 SNS를 통해 인터넷에서는 “어느 지역이 위험하다.” “어느 병원은 절대 가면 안 된다.” 등 구체적인 지역 및 병원 명이 떠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부가 메르스 괴담에 대해 엄포를 늘어놓은 이유 역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급속도로 확산되며 많은 사람을 불필요한 불안에 떨게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과연 인터넷에 있는 정보들이 불확실한 정보, 쓸데없는 괴담이었을까?

네트워크 이론의 유명한 석학인 스탠퍼드 대학의 마크 그라노베터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보다 정확한 정보는 내 바로 옆에 있는 가까운 사람보다 나와 가까운 관계에 있지 않은 이들을 통해 얻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한다. 인터넷 및 SNS는 본질적으로 유대관계에 있어서 매우 약한 고리를 지녔기에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정보가 확산되는 건 사실이다. 강한 유대관계에 있는 사람에겐 보다 신중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나와 연결관계가 강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보다 빠른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의 심리적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사람들은 보다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는 욕구가 있고 그렇기에 사람들은 SNS 등과 같은 기초적인 유대관계가 약한 네트워크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한다. 그러므로 이를 엄단하겠다는 대책은 틀린 방침일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보다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요인을 촉발한 건 정부의 불필요한 비밀주의였고 더 나아가 그라노베터 교수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약한 유대관계(ex: 트위터 등 SNS)에서 나오는 정보의 정확성은 의외로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의 발표 이후 인터넷에 퍼진 메르스 괴담의 상당수가 실제 괴담이 아닌 팩트였다는 건 우리 모두가 인지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정부의 공식 발표 전 인터넷에 떠돌던 위험 병원이라고 네티즌들이 퍼나르던 정보는 대부분 사실이었고 정부의 공식 발표는 루머가 아닌 팩트였음을 다시 확인시켜준 절차에 불과했다. 만약 지자체가 독자적인 정보 공개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면 여전히 정부는 불필요한 루머 방지라는 명분으로 국민에게 보다 확실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을 것이다.

우리는 불확실한 환경이라는 말을 언론을 통해, 또는 교과서를 통해 수없이 학교와 사회에서 들어왔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주식시장의 주가가 안정을 취하지 못한다는 이야기 역시 지겹도록 우리가 들어온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번 일을 통해 불확실성이 사람들의 심리를 얼마나 불안하게 하는지 우리는 똑똑히 지금 경험하고 있다. 국내외 교과서에서는 불확실한 환경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정보의 투명한 공개,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때로는 교과서대로 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 이번 일로 우리가 겪은 교훈이라면 참으로 씁쓸하기 짝이 없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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