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6.05 10:42

[김윤석의 드라마톡] 가면 4회 "가면 뒤의 맨얼굴, 변지숙 최민우를 붙잡다"

민석훈의 실패, 변지숙에게 자신의 가면을 털어놓다

▲ 드라마 '가면' 포스터 ⓒ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하지만 때로 사람들은 자신이 쓰고 있는 가면에 질리기도 한다. 얼굴이 가렵고 답답하다. 당장이라도 가면을 벗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원래 자신의 모습이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하다. 그런 것이 있기는 했던 것일까?

결국 존재를 비추어주는 거울이란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타인일 수밖에 없다. 타인을 통해 보이고 판단되어지는 것이 바로 자신의 존재다. 무엇을 위한 가면인가? 누구를 위한 가면인가? 민석훈(연정훈 분)이 저지른 어쩌면 가장 인간다운 실수일 것이다. 아무리 변지숙(수애 분)이 스스로 서은하가 되려 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결코 민석훈 자신을 위한 것은 아닐 터였다. 과연 변지숙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서은하가 되려 하는가?

30년 가까운 세월을 오로지 변지숙으로서만 살아왔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딸이자, 동생의 누나로써. 감당할 수 없는 빚에 치이며 사는 가난한 가족들을 지탱하는 사실상의 가장으로서. 그런 자신을 부정하라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라는 것과 같다. 가족이야 말로 변지숙에게 무엇보다 우선하는 이기였을 것이다. 그것을 간과했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얼마든지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 민석훈 자신 역시 어쩌면 변지숙에게서 서은하의 모습을 찾으려 했던 때문은 아니었을까. 서은하라면 얼마든지 자신을 위해 원치 않는 가면도 써 줄 것이다.

닮았지만 그녀는 서은하가 아니다. 변지숙은 결코 서은하가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변지숙으로 하여금 서은하가 되도록 했다. 변지숙이 서은하가 된다. 서은하가 변지숙이 된다. 변지숙이 하고 있던 서은하의 목걸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만큼 서은하가 되어 있는 변지숙의 모습이 그를 혼란케 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서은하와의 기억을 떠올린다. 변지숙과는 단지 계약관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는다. 도로에서 사고가 나고 피투성이가 되어 변지숙을 붙잡을 때 그는 차라리 떼를 쓰고 있었다. 응석을 부리고 있었다. 먼저 자신이 냉철한 이성을 잃고 있었다.

인간이었다. 전지도 아니고 전능도 아니다. 그의 하수인 역시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되어 있었다. 설마 변지숙의 어머니 강옥순(양미경 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다. 인간을 유혹하여 죄악의 길로 이끄는 악마라면 당연히 이런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변지숙이 정작 자신의 지시를 거부하고 멋대로 뛰쳐나가려는 상황에서조차 그는 그녀를 말릴 수 있는 어떤 수단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목숨을 가지고 죽이겠다 위협하는 것은 너무 유치하다.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드라마가 흘러간다. 민석훈이 인간이 되고, 변지숙은 그의 손을 벗어나 최민우(주지훈 분)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그들의 가면은 벗겨질 것인가.

하지만 처음부터 가면을 쓰려 한 자체가 행복한 척이라도 해보려는 절박한 이유에서였다는 것이다. 여전히 변지숙의 가족은 가난하며 갚을 수 없는 빚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은 민석훈에 의해 살인자가 되어 있고, 동생 변지혁(호야 분) 역시 빚을 갚고자 제발로 사채업자를 찾아가 그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중이다. 어머니를 찾았다고 비참하고 바루한 현실이 한순간에 바뀔 리 없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것인가. 결국 최민우, 민석훈 두 사람과의 사이에서 계약내용에 약간의 수정이 가해지는 정도가 아니겠는가. 아무리 가면이 불편해졌다고 연극이 끝나기 전까지 배우는 가면을 벗어서는 안되는 법이다. 그것은 언제일까.

언뜻언뜻 드러나는 진심들일 것이다. 그토록 서은하와의 관계를 거부하면서도 어느새 서은하에게 기대하게 된다. 자신을 위한 진심에서일 것이라고. 기대와 어긋난 변지숙의 반응에 최민우는 그만 솔직한 자신의 맨얼굴을 드러내 보이고 만다. 노골적으로 실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민석훈 역시 마치 알아주기를 바란다는 듯이 변명처럼 변지숙에게 자신의 가면을 낱낱이 털어놓고 있었다. 믿지 못하는 것은 믿고 싶기 때문이며, 믿고 싶은 것은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석훈을 향한 진심이 최민우의 누나 최미영(유인영 분)을 혼란과 고통으로 밀어넣는다. 최회장을 이끄는 것은 핏줄에 대한 집착이다. 아니 오히려 그래서 더 가면을 쓴다.

단지 서있는 곳이 달라졌을 뿐이다. 입고 있는 옷이 다르고, 함께 있는 사람들의 신분이 다르다. 아무리 얼굴이 똑같다고 서은하가 되어 있는 변지숙을 변지숙 자신일 것이라 감히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굳이 연기할 필요도 없이 그저 놀랄 정도로 닮은 사람이라 여기고 만다. 어쩌면 민석훈의 말이 옳을 것이다. 변지숙이 아닌 서은하이기에 같은 말과 행동들조차 전혀 다르게 해석되고 이해된다. 사람들이 보고 듣는 모든 것은 진실이 아닌 단지 자신의 바람이고 기대일 것이다.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 경험이 진실을 가린다.

중요한 지점이다. 민석훈은 변지숙에 대한 힘의 우위를 잃어버렸다. 변지숙은 처음으로 최민우에게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보였다. 최민우가 변지숙이 내민 손을 잡아주었다. 그들의 관계가 변화된다. 원래 의도한 구도가 완성되어간다. 어떤 모습일까? 과연 기대하게 된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