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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5.14 07:42

[김윤석의 드라마톡] 맨도롱 또똣 1회 "제주도와 카페, 그러나 어둡다"

이정주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들

▲ '맨도롱 또똣' 포스터 ⓒMBC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전략을 잘못 짠 듯 하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무엇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모으고 호응을 이끌어낼 것인가. 기왕에 제주도였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바쁘지 않은 카페의 일상이란 삭막한 도시의 삶에 지친 많은 사람들에게 꿈이며 환상일 것이었다. 언젠가 자신도 도시로부터 벗어나 아름답고 한적한 곳에서 진정 자신을 위한 삶을 되찾고 싶다. 드라마에서도 강조한 것처럼 원래 의도가 만일 그런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보여주었어야 했을 것이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위로를 얻고 잠시나마 꿈을 꿀 수 있다.

지친다. 그렇지 않아도 자신의 일상부터 고단하고 피곤하기 이를 데 없다. '맨도롱 또똣' 주인공 이정주(강소라 분)의 답답한 현실에 지나치게 자신을 이입하고 만다. 계약직의 현실은 고단하고, 사람들은 자신을 속이고 이용하려고만 한다. 회사에서는 익숙지 않은 다른 부서로 이동시켜 스스로 계약을 해지하도록 압박하고, 기껏 모은 돈으로 자신이 살 아파트를 계약하라 사촌동생을 보냈더니만 어디서 바람이 들었는지 제주도에 집을 사고 카페까지 사려 하고 있었다. 하필 카페계약을 막으려 찾은 제주도에서 결혼까지 생각했던 남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신혼여행을 와 있는 모습까지 보고 만다. 현실에 부대끼며 지칠 때마다 위로가 되어주던 지난날의 추억 역시 자신의 카페를 팔려 거짓된 친절로써 다가와 이용하려는 모습만 보인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한꺼번에 밀려드는 불운에 이정주에게 출구란 없어 보인다. 도대체 어떻게 견디고 버텨야 할 지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안다. 그래서 '맨도롱 또똣' 드라마의 시작에서 이정주와 백건우(유연석 분)는 만나고 있었을 터였다. 그리고 운명처럼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두 사람은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나란히 앉게 된다. 원래 남는 좌석도 없던 것을 마침 신혼부부가 탑승을 포기하며 두 사람에게 차례가 돌아오고 있었다. 사촌동생은 제주도에서 카페를 계약하려 하고 있었고, 백건우는 자신의 카페를 조금이라도 빨리 팔아치워야만 했었다. 암울할 정도로 고단한 이정주의 일상은 제주도라고 하는 위로와 구원을 위한 전제였을 것이다. 이정주는 제주도로 간다. 그리고 카페를 하게 된다. 백건우는 거짓말을 한다. 이정주와 결혼할 것이다. 무대와 배우는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기대가 생기지 않는 것은 희망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어둡기만 한 이정주의 일상에 짓눌린 때문일 것이었다.

사실 군더더기이기도 했다. 기왕 이정주의 판타자로 설정했다면 굳이 이정주와 백건우의 과거 인연을 그렇게 장황하게 상세히 묘사할 필요는 없었다. 이정주를 쫓아 시청자에게도 판타지로 남겨둔다. 이정주가 느낀 당혹과 충격을 시청자 역시 일부나마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어차피 과거 첫만남에서도 모든 이야기를 다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이후 드라마를 이끌어갈 확실한 중심줄거리와 설정을 각인시키지 못했다. 단지 드라마를 즐겨보는 관성으로 이후의 전개를 예측하여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너무 욕심을 낸 것인지, 아니면 지나치게 시청자를 의식한 것인지, 그러나 정작 끝까지 집중하기도 어려워진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과연 대중드라마로서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불안 요인이 많다. 무엇보다 매력적이지 않다.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차라리 극적으로 더 대비시켰다면. 이정주의 처지는 더 비참하게, 백건우의 배경은 더 화려하게. 지칠대로 지친 이정주가 주저앉은 그곳에 백건우가 있었다. 그녀를 위로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해 줄 새로운 일상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때로 미니시리즈조차 너무 길지 않은가 생각하게 된다. 후반 가면 시간이 부족해서 할 이야기도 다 못하면서 시작할 때는 너무 여유가 있다. 시작부터 힘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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