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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5.04.30 07:59

[김윤석의 드라마톡] 착하지 않은 여자들 19회 "강순옥의 위기와 박총의 선택"

김현숙, 나현애만이 아닌 아들 이루오까지 품에 안다

▲ '착하지 않은 여자들' 포스터 ⓒ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그릇이라는 것은 그 크기가 정해져 있어서 그 이상을 담으려 하면 반드시 넘치게 된다. 사람의 크기가 드러난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 장모란(장미희 분)으로부터 박총 박은실(이미도 분)이 의심스럽다는 말을 듣고 오히려 강순옥(김혜자 분)은 그녀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려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언가 그녀 안에서 자라 넘치고 있었다. 억지로 눌러 닫을 것이 아니라 그 그릇을 키워주어야 한다. 박은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물론 사람마다 타고나는 그릇의 크기란 다 다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살면서 조금씩 그 그릇들을 채우며 살아간다. 꿈이기도 하고, 희망이기도 하고, 원망이기도 하며, 후회이기도 하다. 그만큼 원래의 그릇마저 채울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진다. 고등학교 시절 담임이었던 나현애(서이숙 분)에 대한 원망과 증오를 덜어냈을 때 김현숙(채시라 분)은 그 나현애마저 품어안으려 할 정도로 부쩍 커지고 있었다. 그동안 추레하게 움츠려 있던 그녀에게서 어느새 빛이 나기 시작한다. 여유가 생기고 그동안 억눌러 왔던 재능과 가능성들이 눈을 뜨기 시작한다.

장모란마저 품어 안았다. 딸 김현숙과 엄마 강순옥의 진심이 장모란의 오랜 원망마저 흔적없이 녹여내고 있었다.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것이라던 김철희(이순재 분)마저 용서한다. 김철희를 위해서가 아니다. 언니 강순옥을 위해서다. 그녀와 다시 만나기 위해서다. 장모란에게 필요했던 것은 누군가의 진심어린 애정이었을 것이다. 미련처럼 아직까지 가슴에 품고 있던 떠나간 옛약혼자에 대한 마음마저 말끔하게 정리해 버린다. 아마도 김현숙이 중간에 끼어들지만 않았다면 박은실 역시 중요한 계기를 만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강순옥의 진심은 그러나 박은실이 아닌 전혀 엉뚱한 김현숙에게로 돌아가고 말았다.

무엇일까? 무엇이 그리도 단단히 채워져 있기에 김현숙의 아무런 의도도 계산도 없는 순수한 선의마저 넘치고 마는 것일까? 솔직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인 뒤 그것을 자기것으로 만든다. 시작은 김현숙의 아이디어일지 몰라도 그것을 완성하는 것은 자신의 실력이다. 과거의 김현숙도 그랬을 것이다. 강순옥이 그동안 모은 모든 재산을 날리고 집까지 팔아야 하는 상황으로 만들었을 때도 무언가에 쫓기듯 절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모자른 것은 모자른대로. 넘치는 것은 넘치는대로. 하지만 그것이 강한 것이다. 그것이 지혜로운 것이다. 하지만 아직 박은실은 그것을 남들에게 보이는 것조차 두려워한다. 곪고 썩어 어느새 그릇마저 망가뜨리고 만다.

나현애게 닥친 시련들이 차라리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한 편의 짧은 꽁트를 보는 것 같다. 충실히 엑스트라 1, 2를 연기하는 두 아들 이도진(김지석 분)과 이루오(송재림 분) 때문에도 더 그렇다. 어떤 절대적인 힘이나 신념에 의지하는 '악'이 아니다. 약하고 가볍다. 쉽게 휩쓸리고 휘둘린다. 이문학(손창민 분) 앞에서 김현정(도지원 분)을 흠집내려 필사적인 모습조차 오히려 가엾고 안쓰럽기까지 하다. 결국 김현숙이 발견하고 만 나현애의 본질이다. 오랜 옛사랑 한충길(최정우 분)과의 만남에도 그녀는 흔들리고 만다. 철두철미하지도 야무지지도 못하다. 그런 그녀가 악을 꿈꾼다. 부조리처럼 악을 가지려 하고 있다. 사실 김현숙은 지금의 나현애에게 그다지 대수로울 것 없는 존재였을 것이다. 필사적으로 그녀를 거부하려 하고 있다.

한때 김철희를 가득 채우고 있던 것은 장모란에 대한 미련이었다. 어쩌면 사랑이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단순한 욕심이었을 것이다. 가족마저 저버렸다. 그래도 아내와 사랑하는 딸들마저 저버린 채, 심지어 사랑하는 장모란마저 절망으로 내모는 선택을 한다. 30년이 넘는 세월은 그런 자신을 비워가는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모든 것을 비우고 나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다시 돌아온 집에는 자신의 자리란 없었다. 그래도 비어 버린 자신의 그릇을 아내와 가족들로 채우려 한다. 땀을 흘리고 피곤한 잠에 빠진다. 너무 오래 멀리 돌아왔다. 황혼은 다가오는데 가야 할 길은 멀다.

정마리(이하나 분)와 이루오의 사이가 너무 쉽다. 이도진과의 관계마저 오해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주변의 이야기다. 오히려 그보다는 김현정과 이문학의 뒤늦은 사랑에 더 공을 들인다. 민망할 정도로 달콤하게 장식된다. 김현숙은 나현애만이 아닌 이루오마저 자신의 품에 안으려 한다. 진심으로 딸 정마리를 사랑한다면 나현애를 대신해 자신이 이루오마저 받아들이겠다. 드라마의 공식을 무너뜨린다. 박은실이 올린 악플들에도 정작 강순옥이나 가족들의 동요는 적다. 방송국에서 찾아온다. 김현숙이 그 앞을 막아선다. 고비는 있지만 절망은 없다. 착하지 않은 것은 그럼에도 현실에 굴복하지 않는 강함과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부분은 사소하게 넘어간다. 주변의 이야기들은 적당히 생략할 줄 안다. 해야 할 이야기들이 많다. 아직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이 남아 있다. 횟수는 벌써 19회를 넘어가고 있다. 모든 이야기를 다 보여줄 수는 없다. 김현숙은 먼치킨이 된다. 패션센스도, 요리의 재능도, 심지어 공부조차 늦게 다시 시작한 공부치고 성적이 상당하다. 드라마에서 김현숙의 역할은 그런 것들이 아니다. 시원하기도 하고 싱겁기도 하다. 너무 쉽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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