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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5.04.25 09:03

[권상집 칼럼] 큰 사건 발생 때마다 열애설이 터진다? 국민 눈높이를 모르는 어설픈 단정

연예계 음모론, 그리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이유

▲ 수지♥이민호 커플(위) 유리♥오승환 커플(아래)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올해 4월 화제의 뉴스는 단언컨대 ‘성완종 리스트’이다. 필자가 금주 하루 종일 이 채널 저 채널을 돌려봐도 매일 동일한 논리와 어설픈 배경지식으로 각종 평론가들이 방송에 나와 ‘성완종 리스트’, ‘성완종의 숨겨진 이야기’ 등을 털어놓는다. 처음에는 새로울지 몰라도 이제는 귀가 따가울 정도로 동일한 이야기가 이 사람, 저 사람에게서 쏟아져 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가 동일하게 듣는 이야기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연예계 특종 사건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배우 이민호와 수지의 열애설이 터져 나왔고, 뒤를 이어 야구선수 오승환과 소녀시대 유리의 열애설이 나왔다. 그 이후 네티즌들은 ‘성완종 사건을 이민호와 수지, 오승환과 유리로 덮고 있다’며 온갖 음모론을 인터넷상에 늘어 놓는다. 그리고 더 나아가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서 이미 각종 정보기관 및 청와대에서 숨겨놓은 연예계 이슈가 있다는 이야기가 출처 없이 이곳저곳 떠돌아다니고 있다.

사실 네티즌들이 이러한 음모론을 늘어 놓는데 따지고 보면 아주 타당성이 떨어지는 소리는 아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과거 정부의 부적절한 정책 때문이다. 이미 정치적으로도 성과 스포츠, 스크린이라 불리는 3S 정책은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을 다른 곳으로 전환하려는 정책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3S 정책은 국내 에서도 과거 자신들의 정부가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하자 국민들의 분노를 다른 곳으로 쏟기 위해 지난 80년대 대대적으로 사용한 정책 중 하나였다. 이를 흔히 우민화 정책이라고 한다.

3S라는 용어의 유래는 1980년대 중반 모 신문 칼럼에서 ‘현재는 스크린, 섹스, 스포츠의 3S가 현대를 지배하고 있다’며 당시 세태를 비꼬기 시작한 이후 알려졌고 그 후 일반 국민들에게 퍼져나갔다. 1980년대 초반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시작되고 농구대잔치, 배구대제전 등이 경쟁적으로 시작한 것도 사실은 우민화 정책의 기획에서 나왔다고 해도 큰 과장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해 대한민국 스포츠 경쟁력이 한층 높아진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후, 국민들은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희한하게 동일한 시기에 발생하는 연예계 사건을 바라보며 ‘음모론’과 과거 ‘3S정책’을 토대로 이를 의혹의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다. 결정적인 계기가 된 건, 지난 2011년 BBK 주가조작 사건 판결 때 터진 가수 서태지와 탤런트 이지아의 이혼 소식이었다. 정치, 경제 및 사회 관련 모든 기사를 한번에 잠재운 이른바 ‘서태지 이혼 파급효과’는 2011년 4월 당시 모든 기사를 덮어버리기 충분할 정도였다.

그리고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연상케 하는 대사가 종종 언급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영화 ‘부당거래’에서는 검사의 수사 잘못을 덮기 위해 연예계 마약 사건을 터뜨릴 것이라는 대사가 영화 말미에 언급되기도 했으며, 2012년 SBS의 화제작 드라마 ‘추적자’ 역시 당시 대선후보인 강동윤(김상중)의 비리를 덮기 위해 연예인 스캔들을 언론에 발표하자는 대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야말로 모든 사람이 연예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스캔들을 정치, 경제의 후폭풍을 잠재우는 용도로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단언컨대 정치, 경제 사건을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을 활용하는 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즉, 활용한다고 해도 그 효과는 과거와 달리 크게 효과가 없기에 이런 걸로 사건을 덮자고 하는 사람은 분명 미개한 사람일 확률이 크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째, 과거와 달리 국민들의 의식 및 학력, 눈높이는 굉장히 높아졌다. 우민화 정책은 말 그대로 국민들의 의식 수준과 눈높이가 높지 않고 정보의 독점이 권력 계층에게 집중될 때 효과적이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으로 모든 국민들의 정보 공유가 대등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물론, 여전히 고급정보는 권력 계층이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최근 젊은이들의 학력 수준도 과거와 달리 한층 높아져 일개 열애설로 정치, 경제적 사건을 덮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고 실현 가능성도 먼 얘기다. 아울러, 정치 및 경제 사건을 관심 있게 바라보는 연령대는 여전히 40대 이상이다. 40대 이상 세대에게 젊은 연예인들의 열애 및 차기작 소식, 이혼 및 스캔들은 관심 밖 얘기다.

둘째, 연예계 사건이 정치 및 경제 기사를 덮으려면 파급효과가 엄청나고 해당 연예인의 인기가 ‘10대 ~ 40대 이상’까지 광범위하게 미쳐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의 해당 사건이 모든 기사를 덮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배우 이민호와 수지의 열애설’, ‘오승환과 유리의 열애설’은 그야말로 일부 네티즌들에게만 관심이 집중되는 기사이다. 이 정도의 기사로는 국민 대다수의 눈과 귀를 한 곳에 꽂히게 할 수 없다. 2011년 자신의 이혼 소식으로 모든 기사를 덮었던 서태지는 1990년대를 관통하는 시대의 아이콘이었기에 모든 기사를 압도할 수 있었던 힘이 있었다. (서태지가 컴백하던 당시에는 9시 뉴스 첫 보도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이 뉴스가 될 정도였다.)

다만, 이번 오승환과 유리의 열애설이 의혹의 시선을 받은 건, 이미 디스패치가 지난해 12월 두 사람의 데이트 사진 및 열애 증거를 상당 부분 포착했는데 왜 뒤늦게야 지금 와서 공개했냐는 점이다. 더욱이, 오승환과 유리의 열애설은 디스패치가 아닌 다른 매체의 단독 보도였다. 항간에서는 지난해 두 사람의 열애 정보를 이미 확보했지만 디스패치가 매년 해오듯이 올해 1월 열애 소식으로 이를 전하기에는 두 사람의 파급효과가 다소 약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4개월 가까이 이 사안을 묵혀 두었던 건 사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이런 점 때문에 지금도 음모론이 꽤 의미 있게 대중에게 들리는 것이다. 이런 의혹에 관해 디스패치는 설득력 있는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누군가의 비판처럼 정부기관지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으려면 말이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계열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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