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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스포츠
  • 입력 2015.04.10 17:55

[S톡] 김연아 사생활? 팬들의 관심사는 '韓피겨 발전'

추락하는 韓피겨계의 현실, 정작 정치권·정부는 외면

▲ 김연아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얼마 전 '김연아와 전 연인, 재결합'이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각 포털사이트에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해 화제가 됐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일부 국내 언론매체들이 저널리즘을 망각한 채 맹목적인 수익창출을 위해 경쟁적으로 올린 어뷰징 기사들이 대부분이었고 정작 김연아 소속사인 올댓스포츠는 김연아의 사생활에 대해 어떠한 공식 입장도 없이 함구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렇게 이미 선수 생활을 은퇴한 김연아를 놓고 호들갑을 떠는 동안에도 가장 적절한 태도를 취하는 이들은 '김연아 팬'(승냥이)이다.

김연아의 팬카페 중 국내 최다 회원수를 자랑하는 다음 '행복한 스케이터 김연아 카페' 게시판을 보면 김연아의 그간 활동은 물론 앞으로 한국 피겨스케이팅계의 미래를 책임질 차기 선수에 대한 글들이 즐비하다. 또한 김연아를 주축으로 한 '아이스쇼' 개최에 대한 사안도 챙기며 김연아 뿐 아니라 피겨스케이팅 전반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2014소치동계올림픽 김연아 선수 출전 화면캡처(맨위). 하단은 포털 다음의 '김연아 카페'ⓒ NBC, 행복한 스케이터 김연아 팬카페

한국 피겨계, 김연아 빼면 '사상누각'

피겨스케이팅은 동계 올림픽에서 여자싱글, 남자 싱글, 페어, 아이스댄싱, 그리고 지난 2014 소치 동계 올림픽부터 추가된 단체전까지 총 5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다른 동계 스포츠 종목에 비해 메달 수는 적을지 모르겠지만 홍보 파급 효과는 동계 스포츠를 대표할 정도로 영향력은 뒤지지 않는다.

우리의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지난 25년 동안 피겨스케이팅 선수 육성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피겨스케이팅 전용 링크는 캐논, 마루한, 롯데, 코세 화장품 등 10개社에 달하는 기업들이 국제피겨연맹(ISU) 피겨 선수권 대회의 주요 스폰서로 활동하고 있다. 그야말로 일본이 피겨 계에 갖는 관심과 위상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한 일본은 훗카이도와 도쿄도를 포함한 8개 지역에 걸쳐 100개 이상의 피겨스케이팅 연습장과 25개 전용링크를 갖추고 있다. 지난 1992년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에서 일본의 이토 미도리가 여자싱글 은메달을 수상한 이후, 일본은 자국 스케이팅 연맹을 필두로 지방자치단체, 기업들이 피겨스케이팅 선수 육성 프로젝트을 만들어 오늘날 일본을 피겨강국으로 일궈내는데 큰 역할을 한 '얼음폭풍작전'을 펼쳐 왔다.

반면,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김연아 선수를 제외하면 아무 것도 없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하기에는 피겨스케이팅 선수들만을 위한 전용 링크 하나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국내 피겨 대표선수들의 유일한 연습장 태릉 빙상장이 내년이면 폐쇄된다.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문화유산 태릉을 복원하기 위해 태릉 선수촌을 오는 2017년 충북 진천으로 이전하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 김연아 ⓒ스타데일리뉴스

피겨육성, 빈말만 무성한 정부와 정치권

지금까지 국내에서도 피겨스케이팅 전용 링크의 건립과 관련해 이야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역시절 김연아 선수가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올 때마다 피겨스케이팅 링크 건립에 대한 사안이 '밥상 위 반찬'처럼 늘 등장했고 정부와 정치권,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내건 공약은 셀 수 없을만큼 많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켜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이런 열악한 환경 아래 김연아 같은 전설적인 선수가 탄생한 것이 놀라운 상황이다. 그리고 그 아래 김연아를 보며 꿈을 키우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김연아 키즈'가 있다.

지금 한국은 국가의 품격을 높일 정도로 영향력을 가진 스포츠 스타와 종목이 많지 않다. 더구나 김연아는 스포츠 스타를 넘어선 레전드이다. 물론 '과연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투자가 국가 홍보에 도움이 될까'라는 회의적인 시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김연아는 지난해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를 했음에도 화제성은 여전하다.

일례로 김연아가 개최하는 아이스쇼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큰 인기다. 유튜브에는 지난해 열린 '김연아 아이스쇼' 동영상 수 십개가 업로드 되어있다. 조회수가 작게는 20만 회부터 70만 회에 달한다. 다수의 댓글도 해외 팬들이 올렸다.

이처럼 김연아 사생활 캐기에 사력을 다하는 매체들이 '..카더라'식의 황색 저널리즘에 빠져 있는 동안, 김연아와 그녀 팬들은 한국 피겨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 그리고 긍정적인 소식들을 알려왔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김연아가 '포레스트 연아'였다면, 그녀를 앞세워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나섰던 정치인과 관료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모두 퀸 '김연아' 뒤에 숨어만 있는가? 한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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