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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이은원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5.03.20 18:53

[인터뷰 ①] 배우 천정명, "연기가 재밌기 때문에 연기에 집중하고 싶어요"

9년의 기다림 끝에 만난 '하트 투 하트'를 보내며

[스타데일리뉴스=이은원 기자] 천정명은 '로맨틱 코미디'에 참 잘 어울리는 배우다. 30대이지만 아직도 소년처럼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모습이 남아있는 그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하트 투 하트'에서도 마음 속 깊은 곳의 상처가 '진짜' 사랑을 매개체로 점차 치유되는 남자의 모습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내며 본인의 주특기를 잘 살려냈다.

드라마 종영 후 2주 가까운 시간이 지난 사이에 '작품에 대한 여운이 줄어들지는 않았을까' 내심 생각했다. 하지만 배우 천정명은 현장에서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아서일까... 낯을 많이 가리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가랑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18일 늦은 오후, 그 날의 날씨처럼 연기에 푹 젖어 있는 배우 천정명을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배우 천정명 ⓒ스타데일리뉴스
#1. '9년 만의 기다림' 끝에 만난 고이석에게 작별을 고하다

Q. 최근 대상포진 판정을 받아서 인터뷰 날짜를 한 차례 연기했는데 건강은 어떤지요.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래도 촬영이 마무리 된 뒤에 상황이 그렇게 돼서 다행인 것 같아요.

Q. '하트 투 하트'를 통해 '커피 프린스 1호점' 때 함께 하지 못한 한을 풀었나요?

무엇보다 이윤정 감독님과 한 작품을 같이 해서 좋았어요. 감독님은 예전 2006년 '여우야 뭐하니' 때 B팀 감독님으로 만났습니다. 쫑파티 때 다음 작품에 장편을 준비하는데 꼭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죠. 그게 '커피프린스 1호점'이었고요. 그 당시에는 무슨 작품인지 몰랐어요(웃음).

하지만 영화 '헨젤과 그레텔' 때문에 못 하게 됐고 다시 계속 기다렸죠. 하지만 그게 9년이라는 시간이 흐를 줄은 몰랐습니다. 드디어 감독님과 만나서 기분이 좋았고 그렇게 또 감독님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만 상황이 좀 힘들긴 했어요. 드라마 '리셋'이 끝나자마자 바로 작품에 들어가야했거든요. 그 당시 개인적으로 좀 우울하기도 했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4-5주 밖에 없었어요.

Q. 혹시 당시에 드라마 출연을 포기하려는 생각을 하시진 않으셨는지..

그래도 하고 싶었어요. 9년을 기다렸는데 언제 또 감독님과 할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4부까지 나온 대본을 끝까지 보지도 않고 2부까지 보고 그냥 결정했죠. 미팅 때 감독님께는 다 봤다고 거짓말 했습니다 (웃음).

Q. 이번에 맡은 '고이석'이라는 역할은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정말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최근 작품들 중에서는 제일 좋았어요. 일단 캐릭터 자체가 말도 많고 재밌는 친구였고 지금까지 그렇게 말 많은 역할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죠. 이윤정 감독님도 '과연... 말을 빨리 할 수 있을까. 말이 원래 원체 느린 친구인데, 대사를 빨리 하는게 가능할까' 걱정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감독님이 선생님처럼 자상하게 칭찬도 해주시면서 질문을 계속 던져 주셨어요.  "고이석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요? 고이석이 이 씬에서 왜 이런 말을 할까요?" 라고 캐릭터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들어주셨죠. 스스로 계속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그릴수 있게끔 만들어주셨던 것이 참 좋았습니다.

Q. '하트 투 하트'에서 이 장면은 애드립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는데 애드립도 많이 시도하셨나요?

매 씬마다 애드립을 할 수는 없었고 즉흥적으로 할 때가 있었어요. 촬영 첫 날, '하트 투 하트' 1회 첫 장면인 옥상 씬을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갔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대본을 싹 바꾸셨죠. 어느 촬영장을 가도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 멘붕이 와서 "왜 지금 바꾸시냐"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감독님이 "원래 이러니 빨리 적응하세요"라고 하시더군요. 그 후에도 대본에 샤프로 쓱쓱 지웠다 썼다를 하도 하다보니 대본이 매일 새까맸죠. 그래도 그게 적응이 되니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게다가 즉흥 연기를 해보니 또 다른 감정이 나오더라구요(웃음).

Q. 혹시 이윤정 감독님이 여성이라서 특별했던 점이 있진 않았나요?

전 여자 감독님들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예전 작품인 영화 '태풍태양'의 정재은 감독님과도 잘 맞았죠. 그래서 여자감독님과 한번 더 작품을 해보고 싶었어요. 이윤정 감독님과도 잘 통할 것 같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작품을 함께 하면서 느낀 건 감독님이 진짜 디테일하다는 것이에요. 디렉션, 소품, 미술, 앵글에 잡히는 구도 하나까지 정말 섬세하시더군요. 드라마를 보신 많은 분들도 화면이 다른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굉장히 따뜻한 느낌이라고 말씀하시곤 했어요.

▲ 배우 천정명 ⓒ스타데일리뉴스
Q. 극중 '고이석'은 표현이 굉장히 솔직한 인물이던데 실제 모습은 어떤가요.

저도 돌려서 이야기를 못하는 솔직한 성격이에요. 친구들에게도 "이건 아니야" 라고 정확하게 이야기한답니다.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성격이죠. 전 제 성격상 "싫으면 안보면 되지"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는 지혜롭게 대처하지도 못하고 직설적이다보니 오해도 많이 받았지만 제가 먼저 공격을 하진 않았어요. 주짓수 사부님이 말씀하시길 "상대방이 부드럽게 나오면 부드럽게 대해주고 강하게 나오면 강하게 해야한다"고 하셨어요. 이제는 저에게도, 제 말을 듣는 상대방에게도, 그리고 모든 사람의 행동에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고이석'은 어떤 강박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였는데 실제로도 천정명 씨가 어느 한 부분에 집착하는 것 있나요?

집착이라기보다 갖고 싶은 물건이 생기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관심이 많이 가는 것 같아요. 주짓수도 그런 경우죠.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해요. 어제도 오랜만에 인터뷰를 긴 시간 하니까 힘이 들었는데도 주짓수가 하고 싶어 체육관을 갔어요. 하지만 첫 번째로 꽂혀 있는 것은 연기에요. 연기가 재밌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하려고 해요. 팬들도 소처럼 일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구요(웃음).

#2. 최고의 파트너 최강희와 가짜가 아닌 '진짜' 사랑 연기를 하다

Q. '하트 투 하트'에서 최강희 씨와는 실제 사랑에 빠진 남녀처럼 잘 어울리던데요?

감독님이 사랑도 연기도 가짜가 아닌 진짜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서로 진짜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정말 좋아하려고 노력을 했죠. 계속 "둘이 진짜 잘 어울린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그러시더군요(웃음).

Q. 최강희 씨와 연기적인 호흡은 어땠나요.

강희 누나는 이제까지 만난 여배우들 중 BEST3로 꼽을게요. BEST3는 고현정 누나, 문근영, 그리고 강희 누나에요. 그녀들의 공통점은 자기의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엄청 배려한다는 거에요. 배려심이 장난이 아니죠. 강희 누나는 격하게 우는 감정씬을 하는데 카메라에 본인 얼굴이 안 잡혀도 똑같이 연기를 해요. 정말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보통은 안 보일 때에는 감정을 반만 주거나 하는데 앞에서 펑펑 울고 있으니까 그 감정을 그대로 받고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진짜 고마웠습니다.

Q.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최강희 씨의 헬멧을 진짜 세게 치시던데요.. 감정 실어서요.

처음엔 그렇게 안하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세게 때리라고 도구처럼 생각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처음엔 "너무한거 아니냐" 했었죠. 그런데 한번 때리기 시작하니 저도 모르게 계속 때리게 되더라구요. 나중에는 희열을 느끼기도 했어요(웃음).

▲ 배우 천정명 ⓒ스타데일리뉴스
Q. 혹시 배우들 간에 메신저 채팅방도 있나요?

이윤정 감독님, 저, 홍도누나(최강희), 두수(이재윤), 양형사(김기방), 세로(소희), 스크립터 누나까지 7명이 함께 하는 방이 있는데 매일 매일 알림이 울려요. 아침마다 보면 알림이 100개 넘게 쌓여있죠. 다들 잠도 없나봐요. 미치겠어요(웃음). 제일 글을 많이 남기는 게 기방이, 그 다음이 두수, 감독님, 홍도누나, 저, 세로 순이에요. 저는 진짜 보기 바빠요. 낄 틈이 없어요.

Q. 오늘의 채팅방 이야기 주제는 무엇이었나요?

'이번 주에 만나자'는 거에요. 홍도누나도 드라마 끝나자마자 발리로 촬영을 갔고, 두수도 친구들과 일본여행, 소희도 여행을 갔어요. 세 명이 빠지니까 돌아와서 모이자고 채팅방이 아주 난리에요(웃음).

Q. 혹시 소희는 무뚝뚝한 동생 아니었나요?

평상시에는 낯가리고 부끄럼 타다가 촬영할 때는 즉흥 애드립을 칠 정도로 확 돌변해서 잘 해요. 제가 누나 둘에 막내이다보니까 진짜 동생 하나 있었으면 했는데 세로(소희)가 이 때까지 극중에서 처음으로 가진 친동생 역할이었죠. '신데렐라 언니'도 집에 있던 동생들이라 개념이 달랐고 그래서 소희에게 진짜 친동생으로 편하게 대하려고 노력했어요.

Q. 촬영 없이 쉬는 날에도 현장에 찾아갈 정도로 애정을 보였다는 후문이 있던데요.

일단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스태프들에게 잘하고 싶고 같이 놀러가고 싶고 현장에 계속 있고 싶었죠(웃음).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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