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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병준 기자
  • 스포츠
  • 입력 2015.02.01 00:04

[박기자의 축구이야기] 아시안컵 결승 1:2 패 '준우승', "결과는 아쉽지만 이젠 월드컵을 준비할 단계"

총평, "한없이 긍정적으로 '준우승'을 축하할 만큼 반성의 시간도 필요한 대회였다"

▲ 볼 경합 중인 손흥민 ⓒKFA

[스타데일리뉴스=박병준 기자] 아시안컵 우승의 대한 열망은 55년에서 좀 더 이어가게 됐다. 31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AFC 아시안컵 2015 결승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는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1:2 호주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한국의 '준우승'이라는 '열매'를 따냈지만, 얻은 만큼 한계를 절실히 느낀 경기를 펼쳤다. 아시아에서 최강이라 호령하던 호랑이는 캥거루에게 무릎 꿇었고 우승을 긍정하던 기대는 '우승 실패'라는 절망으로 변하기 전에 '그래도 잘 했다' 정도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대부분이 '그래도 잘 했다'고 말하고 지휘관인 슈틸리케 감독이 "패배자가 없는 경기였다"라고 말해도 반성할 점은 반성해야 한다. 물론 이 상황에 슈틸리케 감독을 '극딜'하는 말을 하는 것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의 '어그로'를 끌 수 있지만, 그 '어그로'.. 기자가 한 번 끌어보겠다.

아쉬움이 '분명하게 남는' 전술 선택

누군가는 박주호에게 '왼쪽 사이드 공격을 시작하는 역할을 부여했다'고 말하지만, 박주호는 유럽 내에서도 상당히 '괜찮은 윙백'으로 평가 받는다. 공격력과 수비력 모두 '괜찮은' 평가를 얻을 정도며, 현재 대한민국 현역 축구선수 중 그 만큼 뛰어난 인물을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다. 차두리와 비교하자면, 예전에는 몰라도 지금은 더 뛰어난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렇기에 박주호의 측면 이동을 모험이라 할 순 없다.

슈틸리케 감독의 모험은 '나름대로' 잘 해왔던 전술을 버리고 결승전에서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바로 기성용의 파트너로 그동안 잘 해온 박주호가 아닌, 더블 볼란치로 검증을 받았던 한국영도 아닌, 장현수를 선택한 것이다.

장현수도 물론 좋은 선수다. 활발한 활동량과 투지는 후배들이 보고 배울만 하다. 그러나 '열심히 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은 다르다. 아쉽게도 장현수는 '열심히' 뛰었지만, 기성용과 호흡을 맞춰 수비의 무게감을 잡아 주고 공격의 활로를 개척하는 모습을 '잘' 하진 못했다.

이번 대회로 일약 '제1 키퍼'로 발돋움한 김진현(세레소 오사카)가 골문을 지키고, 김진수(호펜하임)-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곽태휘(알 힐랄)-차두리(FC서울)가 포백라인을 구성하며, 기성용(스완지시티), 장현수(광저우 부리)가 중원을, 박주호(마인츠)-남태희(레크위야)-손흥민(레버쿠젠)이 2선 공격, 이정협(상무)이 최전방을 맡은 대한민국은 전반전 중반까지 호주를 압도하며 승리를 기대케했다.

▲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대들보 기성용 ⓒKFA

전반 내내 우리의 공격은 운이 없었고 마무리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호주의 공격은 몇 회 없었으나 위협적이었고 전반 막바지 마시모 루옹고의 중거리슈팅은 허용했다는 것 자체가 실수라는 생각을 끝마치기도 전에 실점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장현수 기용의 아쉬움을 설명하고자 한다. 중거리슈팅의 수비는 중원에 포진한 기성용과 장현수가 마크해야 했다. 루옹고의 슈팅을 직접적으로 허용한 것은 바로 곁에 있던 기성용이라 볼 수도 있지만, 루옹고에게 연결된 패스와 슈팅을 허용하게 된 과정을 보자면 기성용보다 장현수에게서 아쉬움을 찾아낼 수 있다.

장현수는 호주의 역습 상황에 빠른 백업을 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기성용은 중앙도 왼쪽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서 패스를 차단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크할 범위가 너무 넓었고 호주는 루옹고까지 연결된 패스의 길을 개척해 기회를 맞이했다. 공격수를 마크하는 수비가 아닌, 공격을 늦춰 우리 수비의 수적 우위를 꾀해, 효율적인 수비를 하도록 준비하는 것이 기성용과 장현수가 맡았던 역할이었지만, 장현수는 그보다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고 기성용과의 호흡을 통해 중원을 지배하는 모습보다 2선 공격수들이 보여야 할 모습을 보였다.

이것이 장현수 기용의 아쉬움이다. 물론 기자 개인적으로는 장현수가 볼을 너무 오래 갖고 있는다는 아쉬움도 남았지만 말이다.

한계를 드러낸 신데렐라

두 번째 아쉬운 점은 호주를 상대로 너무 만만히 본 것이 아닌가 했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이정협에 대한 아쉬움을 밝히고 싶다.

물론 이정협은 좋은 선수다. 이번 대회에서 2골이나 넣었다. 우리는 박지성을 보며 '클래스가 다르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찬사를 보내곤 한다. 오늘 경기에서 이정협은 클래스의 한계를 경험했다. 손흥민, 남태희, 박주호 등이 공격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중계화면에 많이 잡혔던 것과 다르게 이정협은 '투명인간'이라 할 만큼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는 '카메라맨이 이정협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이정협이 중요한 위치에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제1 수문장으로 거듭난 김진현 ⓒKFA

중계화면은 볼의 위치와 직후의 진행방향을 예상해서 구도를 잡는다. 당연하게도 볼이 있는 곳과 바로 근처는 그 순간 가장 중요한 위치이다. 공격시에 그 위치에 모습을 드러내야 할 이정협은 보이지 않았고, 대한민국의 공격은 '손흥민으로 마무리'되기만 했다.

또한 스트라이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골을 넣는 것'이기도 하지만, 현대 축구에서 그 만큼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상대 수비를 달고 다니는 것'이다. 메시처럼 상대 수비수들을 줄줄이 달고 종횡무진 누비며 공격 기회를 찾는 것, 호날두처럼 상대 수비수들 2명 이상의 마크를 받으며 다른 선수들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공격 기회를 창출해 줄 수 있는 것, 바로 존재감이다. 스트라이커는 그 존재만으로 상대 수비를 '힘들게' 해야 하고, 아군 공격의 결과를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열쇠를 가진 존재다.

오늘의 이정협은 스트라이커로서의 존재감이 부족했다. 이정협에게 시선을 집중하는 호주 수비수보다 손흥민을 둘러싸는 수비수들이 더 많았다. 손흥민이 측면이 아닌 중앙에서 볼을 잡기라도 하면 전후좌우 4방향에서 수비수들이 달려들었다. 그런 상황에도 결국엔 골을 만들어낸 손흥민이 참으로 대단하다.

기자가 이정협에게 갖는 아쉬움은 이번 대회에 출전했던 국내파 젊은 선수들 모두에게 공통으로 갖는 아쉬움이기도 하다. 준결승까지 무실점으로 승리해왔다고 너무 방심하진 않았나 뒤돌아봐야 한다. '초등학교 때 반에서 1등 하던 아이가 중학교 가더니 반에서 10등 밖으로 밀려났다'는 이야기, 딱 호주와의 경기에 나선 우리의 모습 같았다. 무실점 연승행진이라는 것도 상대가 엄청난 강팀들이었다면 놀라운 기록이지만, 첼시나 맨시티가 크리스탈 팰리스나 번리, 레스터 시티 등을 상대로 무실점 연승행진을 했다고 해도 놀라운 기록이 아니듯이, 우리 또한 그렇게 기록에 대한 의미감을 부여 하지 않고 경기에 나섰어야 했다는 생각이 잊혀지질 않는다.

득도 있고 실도 있었던 슈틸리케호, 앞으로 과제는?

아시안컵으로 첫 번째 대회를 마감한 슈틸리케호는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있다.

먼저 차두리를 잃었다. 차두리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을 은퇴한다. 그리고 이청용, 구자철 등을 부상으로 잃었다. 그들이 소속팀으로 복귀해 어떤 경기력으로 되돌아올지 모르지만, '아시안컵 준우승'이라는 경험을 공유하지 못했다는 것은 큰 아쉬움이다.

얻은 것은 '경험'이다.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는 이영표 KBS 축구해설위원의 말이 지금까지 많은 축구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아시안컵 역시 경험보다 증명하는 자리다. 그러나 월드컵에 비할바가 아니다. 우리는 이제 월드컵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시안컵으로 경험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미래, 이정협, 남태희, 손흥민 ⓒKFA

이번 대회로 우리는 한계를 느꼈고 가능성을 보았다. 이정협이 빠진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 수비수인 곽태휘를 투입해야 한다는 한계를 보았지만, 그 이정협이라는 신인 또한 큰 대회에서 기량을 선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아직 K리그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2018 러시아월드컵의 여정은 시작됐다. 오는 3월 A매치를 시작으로 6월, 월드컵 2차 예선, 8월 동아시안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다면 이제야 비로소 월드컵을 준비해야 하는 순간에 발을 디딘 것이다.

주요포지션의 베테랑 선수들이 러시아월드컵에서도 기량을 유지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확률이 더 크다'는 것이 사실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더 많은 한국 선수들을 지켜봐야 할 것이며, 다가오는 경기들로 경험을 전해야 할 것이다.

기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열심히 한다고 칭찬을 받는 것'은 '학원 축구'로 끝이다. 열심히는 당연하고 '효율적으로 뛰는 것'이 '프로의 모습'이다. 그리고 자신들을 응원하는 관중과 중계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안심'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선수가 국가대표의 모습이다. 호주와의 경기가 국가대표 마지막 경기인 차두리가 경기 내내 보여준 그런 모습처럼 말이다.

차두리는 이날 경기에서 수비시 호주 공격수를 마크할 때면 '절대 차두리를 뚫지 못할 것이다'라는 기대를 하게 했고, 차두리가 공을 차며 달려나갈 때는 '지난번처럼 뭔가 해줄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했다. '그라면 어떻게든 해 줄 것이다'라는 '안심'을 하게 하는 선수, 안정환, 박지성, 이영표처럼 우리는 그런 선수를 많이 봐왔다. 지금 기성용이 그렇고 손흥민이 그렇다. 더 많은 선수들이 팬들에게 그런 '안심'을 선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선수들을 찾고 월드컵을 준비하는 것, 그것이 슈틸리케호가 지금부터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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