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4.08.19 10:01

[권상집 칼럼]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의 결렬을 통해 바라 본 협상의 교훈

판 마르바이크와의 협상에서 우리가 보여준 실수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언급한 일주일이 지나면서 언론이 우려한대로 판 마르바이크 전 네델란드 대표팀 감독과의 협상이 최종 결렬되었다. 당초 대한축구협회가 무난하게 성사할 것으로 본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의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관련 협상은 의외의 이슈 및 부가적인 사항 등을 고려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결과에 대한 예측을 발표하여 우리 측 협상을 불리하게 만들었다.

이용수 위원장이 명확하게 협상 결렬의 원인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으로 오늘까지 언론에 알려진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세금과 관련되어 실수령액인 연봉 문제가 걸림돌로 판 감독에게 작용했으며, 네델란드를 거점으로 한 판 마르바이크의 감독 운영 방식과 대한축구협회의 견해 차가 협상의 결렬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울러, 계약 기간에서도 둘 간의 시각 차가 다소 존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지난 1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브리핑을 전한 이용수 축구협회 기술위원장 (KFA 제공)
이용수 위원장의 행보와 관련되어 비판적인 견해를 내놓고 싶지는 않다. 이용수 위원장은 직접 차기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과 관련되어 심혈을 기울이며 협상의 성공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열정과 헌신’을 골자로 다시 신중하게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수장을 결정하겠다고 한 만큼 그의 선택과 노력의 결과를 신중히 기다리는 건 한국 축구 팬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이다.

그러나, 판 감독과의 협상에서 우리가 놓친 부분이 일부 있어 이 점에서는 우리가 향후 국가대표팀 감독이 될 외국 지도자와 협상할 때 이를 반면교사 삼아 더욱 신중한 협상의 행보를 보여야 한다. 특히 상대가 호의적으로 나온다고 해서 우리가 섣불리 협상 결과의 타결을 예측해서도 안되고 상대의 긍정적인 반응 자체가 모든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예단해서도 안될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 첫 번째로 우리가 놓친 점은 ‘상대의 Hidden Interest’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협상에서 말하는 ‘Hidden Interest’는 쉽게 말하면 상대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실제 협상에서 자신이 가장 원하는 사항을 의미한다. 이번 협상에서 대한축구협회는 판 마르바이크가 요구하는 연봉과의 차이 등을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며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타결을 중시했지만 실제로 판 감독은 이외 추가적으로 자신이 더 원하는 사항이 있었다. 언론에 나온 내용으로 추정하자면 바로 네델란드 거주를 토대로 한 국가대표팀 운영인 것이다.

이미 판 감독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가족과의 돈독함을 강조했고, 가족 모두 유럽에서 함께 지내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판 감독에게 대한축구협회는 연봉 이전에 거주 요건과 관련된 사항을 먼저 중요한 의제로 내세우고 이를 진지하게 해결하려는 노력을 시도했어야 한다. 직접 만나서 이루어진 협상이 아니라 차후에 서로 온라인 등을 통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진 협상이었기에 이 부분을 실제 의제로 진중히 접근하지 못한 점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두 번째, 대한축구협회는 판 감독의 우호적인 입장을 근거로 내세워 협상 성사를 ‘일주일 이내’ 라는 특정 기간으로 너무 한정하였다. 대부분의 협상에서 ‘데드라인’을 먼저 언급한 협상 당사자는 상대 측의 협상 전술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일주일 내 타결’이 가능한 것처럼 언론 인터뷰를 진행했으나 오히려 판 감독은 우리 측이 발표한 일주일에 대해 긍정적인 스탠스로만 유지하며 기간을 모두 소비한 후, 자기의 요구사항을 거듭 주장하며 협상의 우위를 점했다.

세 번째, 우리는 협상 1순위 감독이었던 판 감독과의 협상만 진행하며 2, 3순위 감독을 스스로 배제,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 중 하나인 BATNA (협상이 결렬되었을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를 스스로 무력화하여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빠지고 말았다. 또한, 대외적으로 우리의 협상 파트너 1순위가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라는 점을 공언함으로써 향후 2순위, 3순위 감독과의 협상을 어렵게 끌고 가게 되었다. 누구나 2순위, 3순위가 되어 상대와 긍정적인 협상을 진행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혹자는 여기서 지난 2002년 히딩크 감독이 실제 대한축구협회 2순위의 감독으로서 협상에 순조롭게 타결되었던 점을 반론으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 우리의 1순위였던 에메 자케 전 프랑스 대표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와의 협상 이전에 이미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 제의를 고사함으로써 실제 협상은 히딩크 감독과 보다 본격적으로 그리고 신중히 진행할 수 있었다. 반면, 지난 2004년 브루노 메추 전 세네갈 감독과의 협상에서도 우리는 공공연히 메추 감독을 차기 한국 대표팀 감독 1순위라고 언급함으로써 이후 BATNA를 무산시켜 차기 감독 선임에서 중요 순위에 없었던 조 본프레레 감독을 선택하는 악순환을 거듭한 적도 있다.

시간이 촉박한 듯 하지만 이용수 위원장이 언급한 대로 시간에 쫓겨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수는 없다. 우리 측이 내걸 수 있는 조건과 요구사항은 이미 판 감독과의 협상에서 많이 노출되었다. 또한, 우리의 조건으로 이른바 네티즌들의 희망인 과르디올라 감독이나 무리뉴 감독을 영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용수 위원장이 밝힌 바와 같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위한 열정과 헌신이 있는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 대한축구협회가 보다 진정성 있는 자세를 갖고 신중히 협상에 나설 수 있기를 오직 바랄 뿐이다. 

- 권상집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 논문 대상자)

모바일에서 기사보기